[기자수첩] 윤석열과 ‘여가부 폐지’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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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석열과 ‘여가부 폐지’ 공약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2.01.09 0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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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표심 잡기 떠나, 존재 이유 고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쏘아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적은 후 환영한다는 내용의 1만여 개 가까운 폭발적인 댓글이 달렸다. ‘야구갤러리’, ‘에펨코리아’ 등 이대남들이 활동하는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갓석열’이 되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이대남을 잡을 신의 한수가 될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공약은 그의 경선 캠프 때부터 활동해온 청년 참모진들이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이들이 건의하고 윤 후보가 선택해 적절한 시점에 파격적으로 내보낸 것이다.

지난 총선 당시 ‘여가부 폐지 공약’을 유일하게 내걸어 화제를 모았던 김소연 변호사도 이번 공약 발표에 호평을 더했다. ‘안티 페미’ 오세라비 작가와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를 공동집필한 김 변호사는 자신의 시의원 시절 경험을 들어 여가부가 성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판해온 바 있다. 

초창기 청소년 유해 심의부에서 출발했던 여가부는 수년 전부터 폐지론이 제기될 만큼 무용론에 휩싸인 바 있다. 

노래 가사에 단지 술‧담배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유해 매체로 보는 등 시대 인식과 동떨어진 행보로 대중의 반발을 사기도 했고, ‘온라인 통행금지법’이라는 반발을 산‘인터넷 게임 셧다운제’ 등은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규제로 빈축을 샀다. 군 가산점 폐지 추진 역시 여성 우대 정책들과 비교되면서 젠더 갈등을 부추긴 주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여가부 자체가 여성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었다. 오세라비 작가는 관련해 작년 5월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여성과 가족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가부 용어도 모순”이라며 “차라기 가족부라고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오세라비 작가는 이대남과 이대녀 문제의 해법 역시 공공의 정책을 펴야 한다며 그러려면 갈등 논란의 중심인 여가부부터 완전히 해체에 가까운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물론 한쪽에서는 여가부의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간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남성 중심의 사회는 견고하다. 여성들의 진입장벽을 제한시키는 ‘유리 천장’ 문제도 여전하다. 그런 면에서 여성 인권은 더 강화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여성을 ‘가족’에 국한해 오히려 고립시키고, 젠더 갈등으로 이어져 여성 혐오를 낳는 부작용까지 초래한다면 개선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것 역시 맞지 않을까싶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후보가 던진 화두는 반갑다. 거센 저항에 부딪치거나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을 통해 단순 이대남 표심 잡기를 떠나 여가부의 존재 이유까지 고민해 보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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