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중대재해처벌법, 핵심은 ‘운용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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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중대재해처벌법, 핵심은 ‘운용의 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1.10 15: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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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 과정부터 시행 목전까지 사회적 갈등↑
구경하는 정부에…찬성·반대 모두 "보완해야"
취지는 '예방', 엄격한 감독·유연한 法 적용 요구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달 10일 산재 사망 근로자 추모집회가 열린 모습.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사업장 내 사망 노동자 추모집회가 열린 모습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 오는 27일부터 일단 시행됩니다. 해당 법의 주된 내용은 사업장 내에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했거나 안전보건 관리가 부실해 중대재해가 발생, 인명피해가 날 시 사업주 또는 안전보건 관련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건데요.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처벌 수위는 중대재해로 사망사고의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부상·질병(대통령령상 직업성질병)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등입니다. 아울러,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한 법인·기관에겐 50억 원 이하 벌금(부상·질병은 10억 원 이하)이 부과되고요.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싸고 앞으로 더욱 많은 말과 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제정 과정부터 찬성과 반대 세력 간 격론이 워낙 치열했던 사안인 데다, 법 시행을 불과 10여 일 앞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들의 공방이 오히려 격화되는 양상이기 때문입니다. 찬성하는 쪽은 중대재해는 원청업체·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이 함께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인 반면, 반대하는 쪽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과잉입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더욱이 해당 법에서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 따위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 식음료 섭취나 대중교통 이용 시, 그리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사망사고가 터질 때도 관련 업체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향후 사회적 혼란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죠.

정부, 국회 등이 나서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만한 부분들을 사전에 면밀히 살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해야 마땅해 보이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강 건너 불보듯 방관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차기 대선이나 지방선거에만 혈안이 된 것인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요. 관계당국이 구경만 하고 있으니 경영계, 노동계, 법조계 모두 불만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당장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경영계, 노동계에서는 정부도 '불완전한 법'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 적용 기준을 분명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영계는 처음부터 무리한 입법이었으니 완화하거나 폐지하라고, 노동계에서는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처벌 수위가 축소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빛바랬으니 수정이 필요하다고 각각 주장하고 있는 거죠. 무능한 관계당국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찬성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 모두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셈인데요. 참 답답한 상황입니다.

더욱 답답한 건 중대재해처벌법의 성격을 감안했을 때 이 법이 앞으로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법부의 '운용의 묘'가 절실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애초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는 '징벌'이 아니라 '예방'에 있습니다. 원청업체와 사업주·경영책임자, 그리고 법인 또는 기관 등은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 내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래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안전보건상 조치를 취하고, 사고 발생 시 여기에 책임을 지는 게 상식이죠. 하지만 그동안은 비상식적인 사례들이 만연했기에,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위에서도 함께 지도록 하는 내용을 명문화해 실효적 예방 효과를 거둬보자는 게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입니다. 쉽게 말하면 '예전에는 윗대가리들까지 책임을 안 물으니까 안전보건에 노력을 게을리했지? 이제부터는 윗대가리도 처벌할 거야. 그러니까 사고 터지지 않도록 미리 안전보건에 집중 투자해'라는 얘기를 법 조항을 통해 하고 있는 거죠. 선언적이면서도 징벌적인, 참 묘한 법인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예방 효과는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나라 산업재해 최다 발생 업계인 건설업계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하고자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CSO(최고안전책임자)를 별도로 선임(CEO 책임 회피용이라는 비판이 있으나)하는 등 안전보건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작업중지권 전면 도입 등 현장 제도와 관행 개선에 나서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또한 대우건설의 경우 중흥건설그룹으로 매각을 꾀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인 KDB산업은행·KDB인베스트먼트가 안전보건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후 안전혁신안을 발표하고 향후 5년 간 1400억 원을 안전보건을 위해 쓰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죠.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2021년 국내 전체 산재 사망사고는 790명(지난해 1~11월)으로 전년 대비 100명 가량 감소한 것으로 고용노동부는 집계했습니다.

이 같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가 법 시행 전부터 빛을 발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정부에서 제대로 이 법을 운용하지 못한다면 그 빛은 모두 바래게 될 겁니다. 지금처럼 제대로 된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심히 우려됩니다.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안전보건 의무 조치를 대부분 이행하고, 안전보건 부분에 집중 투자를 했음에도 현장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무작정 책임을 묻는 반면, 안전보건 의무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안전보건 부분에 대한 투자가 미흡해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는 책임을 되레 경감시키는 사례가 속출할까봐 말이죠. 관련 판례가 쌓일 때까지 사법부에게 떠넘기려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행정부는 행정부대로 할 일을 해야 겠죠.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불감증과 책임 회피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법이며, 결코 퇴보해선 안 되는 법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그 취지를 늘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사고는 '처벌'이 아니라 '예방'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전제 하에 정부가 운용의 묘를 발휘하고, 유연하게 법을 적용해주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관계당국의 현장에 대한 엄격한 감시·감독이 병행돼야 겠죠. 아울러, 향후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일어나지 않게끔 경영계, 노동계, 시민사회, 전문가 등이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장을 마련해 소통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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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순 2022-01-11 09:07:53
정확한 지적입니다.
앞으로도 예리하고 통찰력있는 기사 많이 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