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소수 경영인 견제로 ‘메기효과’ 주장…“이사회 개편 등으로 주주가치 극대화”
스크롤 이동 상태바
노동이사제, 소수 경영인 견제로 ‘메기효과’ 주장…“이사회 개편 등으로 주주가치 극대화”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2.01.12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 메기효과 주장
근로자 대표가 경영 참여 '나쁘지 않다'
카카오 스톡옵션 같은 사례 막을 수 있어
이사회 내 자정역할 및 주주중심 경영일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서지용 교수, "노동이사제, 비전문가 낙하산·금수저 경영인 견제 역할 하며 메기효과"ⓒKTV국민방송 캡처
서지용 교수, "노동이사제, 비전문가 낙하산·금수저 경영인 견제 역할 하며 메기효과"ⓒKTV국민방송 캡처

지난 11일 국회에서 통과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대한 재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제도 도입이 이사회 내 자정역할을 통해 '메기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색다른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공공기관에 횡행하는 강성노조가 정치 세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이러한 점이 완화된다면 노동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노동자 의견 수렴에 있어서 제한적"이라며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를 벤치마킹하면서 노동자 대신 주주를 경영의 초점에 뒀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동기부여가 돼 생산성이 제고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오너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발언권·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사실"이라며 "제도적으로 노동자들의 의결권·발언권을 구체화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이 나쁘지 않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서 교수는 노동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면 견제와 규제 역할을 하며 이사회 내 자정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사례를 언급하며 "혁신경영 기업을 한다는 카카오조차 최근 소수 경영인들의 몰지각한 행동 때문에 주주들의 피해가 컸다"며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있으면 이런 행동을 저지하고 주주에게 반하는 행동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 10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했다. 류영진 대표이사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보유 지분을 대량 처분하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돼서다.

특히 류영진 대표의 경우는 보유한 자사주 23만 주를 주당 20만 4017원에 팔아치우며 약 469억 원의 차익을 낸 것으로 알려진다. 이 밖에 경영진도 총 44만 993만 주를 처분하면서 약 900억 원의 차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주주들은 공분했고 카카오 노조도 경영진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후폭풍이 거셌다. 그 결과 지난 10일 류영준 대표는 사의를 표했다.

따라서 서지용 교수의 주장은 노동자 대표가 소수 경영인을 견제하고 규제하는 역할을 해준다면 노동이사제가 오히려 이사회 내 자정 역할을 하며 주주 중심의 경영을 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비전문가인 낙하산 사외이사를 선임해 거수기 역할을 시키는 것과 관련해 서 교수는 "노동자 대표 이사가 기업경영에 필요한 사람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순기능"이라며 "메기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메기효과란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집어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며 생기를 얻는 효과를 일컫는다. 근로자 대표 이사가 무능한 이사를 자극해 기업경영을 좋은 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서 교수는 노동이사제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이사회를 구성하는 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 이익만 대변하는 대표, 전문성 없는 사외이사가 계속 들어와서 역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사회 구성하는 프로세스가 선진적이지 않아서 기업경영이 나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사회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선진기업 경영으로 나아갈 수 있고 주주 중심의 경영을 펼치며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노동이사제가 해외에서 비판을 받는 제도라는 주장에 대해, 서 교수는 "반대로 노동이사제가 없는 나라의 부작용을 보면, 이해관계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가족 경영으로 갈 수 있는 단점이 있다"며 "또한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은 안전투자만 하고 리스크 부담을 안 하려고 한다. 이는 주주의 이익을 최소화하는 결과를 내 주주 자본주의 취지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이사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거지 어떤 제도를 취했다고 항상 나쁘거나 또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성공한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실패할 수 있고, 유럽에서 부작용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꽃 피울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한국형 노동이사제로 자리 잡게 하면 된다"고 피력했다. 서 교수는 "노동이사제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실행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악용하려고 하면 나쁜 제도가 되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노동이사제 문제를 보완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서 좋은 제도로 만들어도 강성노조가 이를 악용하면 수포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노동이사제란 근로자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재계는 노동이사제 도입이 "친노동정책으로 위축된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이사회 의사결정을 지연 시켜 효율적 경영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정직하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