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노조, 광주 하경 투쟁…“중흥은 위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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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노조, 광주 하경 투쟁…“중흥은 위선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1.13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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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I-중흥-노조 3자간 실무협의 결렬…"중흥의 말바꾸기 때문"
회의록 살펴보니…김보현 "합의서 작성에 이견 없어, 그러려고 만든 자리"
노조 "대우건설 보호 조항 명문화해야" vs. 중흥 "아직 최대주주 아니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대우건설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3일 중흥건설그룹 광주 본사 앞에서 중흥건설그룹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대우건설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3일 중흥건설그룹 광주 본사 앞에서 중흥건설그룹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중흥건설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작업에 막판 변수가 발생했다. KDB인베스트먼트-중흥건설그룹-대우건설 노동조합 간 3자 실무협의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노조가 중흥건설그룹과의 총력 투쟁을 선포한 것이다.

13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우건설 노조)는 광주 북구 신안동에 위치한 중흥건설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위선자 중흥건설그룹은 대우건설 임직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우건설 노조는 이 자리에서 "입찰 과정에서 매각 원칙을 무시하고, 입찰 절차를 교란시키고 방해하며 재입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든 중흥건설이 위선적인 모습을 또다시 드러내고 있다"며 "불법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득한 것도 모자라 대우건설의 경영권, 인사권을 쥐고 흔들며 전(全)임직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흥이 스스로 과오를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노조와 합의에 임할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노조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중흥건설그룹-대우건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독립경영 △투명경영 △임직원 경영권 승계 △임직원 처우 개선 등을 보장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자 3자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인수 조건 협상에 돌입했다. 해당 협의체를 통해 3자는 5차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으나 노조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에 대한 명문화를 중흥에서 거절하면서 끝내 결렬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5차 회의 이후 중흥에 무제한 토론을 요구하며 협상의 실마리를 풀으려고 노력했지만 중흥은 무제한 토론 당일 오후 일정이 있다며 토론 중단을 요구하며 2차 토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중흥은 2차 무제한 토론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며 "중흥은 정창선 회장과 정원부 부회장이 언론을 통해 본인들의 입으로 직접 국민들에게 공표한 독립경영 보장 등 내용조차 서면 약속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모습으로 노조와의 합의를 거부하며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3차 실무협의체 회의록'을 살펴보면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의 사위이자 대우건설 인수단장을 맡은 김보현 부사장은 당시 회동에서 '3자 간 논의된 내용들을 구체화해 3자 대표 공동 서명 하에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합의서를 작성하는 데에 동의하느냐'는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의 물음에 "논의되고 합의된 내용에 대한 합의서 작성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 이 자리가 마련된 게 아니냐"고 대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김 부사장은 "우리 답변들이 (노조에서) 기대했던 내용이었길 바란다. 대우건설을 조직이 살아있는 다이나믹한 1등 건설사로 만드는 게 목표다. 좋은 건설사를 함께 만들고 싶다"고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중흥의 명문화 거절로 협상이 결렬됐고, 대우건설 노조의 하경 투쟁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중흥건설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부터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독립경영, 고용승계 등에 대한 의구심이 결국 중흥과 노조 간 갈등으로 발현한 셈이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들이 중흥건설그룹 광주 본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을 펼치기 위해 텐트와 현수막 등을 설치하고 있다 ⓒ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들이 중흥건설그룹 광주 본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을 펼치기 위해 텐트와 현수막 등을 설치하고 있다 ⓒ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이에 대해 중흥건설그룹 측은 아직 M&A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으로 최대주주 지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서면 작성 등을 할 수 없는 처지이며, 매각이 완료된 뒤 다시 대우건설 노조 등과 합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중흥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상철 노조위원장은 지난 12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중흥건설그룹 인수단은 '대우건설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대주주의 법적 권한이 없다', '노조의 요구는 주주권·경영권·재산권 침해' 등 온갖 궤변을 늘어놓으며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고, 자신들의 언행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며 "달콤한 사탕으로 유혹하고 훗날 뒤통수를 치기 위한 위선의 가면을 쓴 중흥건설그룹의 말을 절대로 신뢰할 수 없다. 우리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모든 사항을 서면으로 약속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대우건설 신임 대표이사로 백정완 주택건축사업본부장 전무가 내정된 것과 관려해서도 심 위원장은 "이번 대표이사 내부 승진 발표에 있어서도 문서상 약속을 하지 않는 걸 보면 현 시점에선 내부 승진을 시키지만 향후 언제든 중흥의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말로는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임직원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지만 실제론 대우건설을 중흥의 왕국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여겨진다"고 내세웠다. 

대우건설 노조는 중흥건설그룹 광주 본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대우건설 본사 로비 등에서도 오는 14일부터 인수단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중흥건설그룹-대우건설 노조 간 갈등이 결과적으로 M&A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분 등 측면에선 합병이 이뤄져도 실질적인 통합에 이르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먹었다가 뱉은 건 물질적인 문제도 있지만 대우건설 구성원들을 제대로 품지 못한 영향도 크다. 오죽하면 금호가 대우건설에서 제일 먼저 벌인 일이 회사 차량을 금호렌터카로 바꾼 것이라는 말이 지금까지 업계에서 오르내리고 있겠느냐"며 "지금 대우건설 노조는 이번 매각 이슈로 인해 가입 직원들 급증해 사상 최대 규모다. 이들을 무시했다간 중흥도 금호 꼴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흥건설그룹 광주 본사 앞에 붙은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현수막들 ⓒ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중흥건설그룹 광주 본사 앞에 붙은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현수막들 ⓒ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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