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취업률 역대 최저…기업 옥죈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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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취업률 역대 최저…기업 옥죈 탓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01.15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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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 청년의 답 찾아야
직업계고 활성화 대책 강구를
반토막 난 직업계고 취업
고용의 질 최악 치닫는 부산 현실
지역 기업 취업률 높여야
숫자 연연치 말고 근본적인 접근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취업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대기업들이 공채를 폐지·축소하고, 경력직 중심으로 채용하는 등 고용 환경이 급속히 재편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계고 졸업자 중 취업자 비율은 2017년 만해도 50.4%에 달했지만, 지난해 27.7%에 이어 올해 28.6%에 머물고 있다. 기업들의 대규모 채용이 사라지면서 고졸 일자리 자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조기 취업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특화된 목적을 가진 울산지역 직업계고등학교에서 몇해 전부터 우울한 소식이 들린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등으로 불리는 직업계고등학교의 취업률이 예전같지 않다는 소식이다. 올해는 졸업생의 취업률이 53%로 집계됐다. 졸업생 가운데 절반가량이 취업을 못한 셈이다. 

부산의 일자리 질은 전국 최악 수준이다. 통계청이 전국 임금근로자의 근로 형태를 조사한 결과 올 8월 현재 부산은 비정규직이 전체의 41.1%나 차지한다. 비정규직 비율이 40%를 넘기기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전국 8대 특별·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고 17개 시도에선 네번째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3.1% 포인트나 증가했다. 2년 가까운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나라 전반의 고용 여건이 나빠지기는 했지만 부산이 특히 악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취업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취업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졸이상도 역대 최저 취업률

대졸 이상 취업율도 마찬가지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0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이상 취업률이 65.1%로 집계됐다. 취업률을 조사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저다. 2011년 67.6%였던 대졸 이상 취업률은 2017년 66.2%로 떨어진 데 이어 이번에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한,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세계적 산업도시 울산에서도 직업계고등학교 졸업자들의 지역 기업 취업률이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우울한 소식이다. 울산시교육청이 공개한 2020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 조사자료에 따르면 울산지역 직업계고 졸업생 2,476명 가운데 573명(23.1%)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중 지역 내 기업 취업자 수는 275명(48%)로 이는 전국 17개 시ㆍ도 가운데 11번째로 지역 내 기업 취업률이 가장 높은 경남(76.3%)에 비해 현저히 낮은 데다 전국 평균 60.8%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울산과 비슷한 수준으로 기업체가 많은 경남에선 직업계고 졸업자 지역 기업 취업률이 크게 높은데 반해 울산은 너무 비교되는 저조한 실적을 나타내 실망감을 더하고 있다. 지역 지자체들이 그동안 젊은 인재들을 타 지역으로 뺏기지 않기 위해 추진해 온 일자리 창출 방안들이 제대로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지역특성에 맞는 일자리 대책을

IMF 사태 이후 오랫동안 누적된 비정규직 문제가 단기간에 풀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취업률이나 실업률은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다. 비정규직을 없애는 첫 걸음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이다. 불을 급하게 끄느라고 세금으로 노인 아르바이트나 청년 단순 기간제만 늘려서는 언발에 오줌누기 밖에 안된다. 

외양만 그럴듯한 지표로 위안을 삼다가는 해결이 요원해진다. 정부가 현실에 발을 담근 국민과 눈을 맞춰야 방법도 보인다. 지자체 역시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대졸 이상 3명 중 1명 이상이 미취업일 정도로 취업난이 극심해진 데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대졸 이상 구직자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주역인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열악해짐에 따라 채용 규모가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취업률이 떨어진 것이다.

정부, 보여주기식 대책 불과

교육부는 산업구조 변화와 정보기술(IT) 발달 등으로 고졸 일자리가 축소되고 전문대졸 이상 인력 수요가 확대되면서 심화 수준의 직업교육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 기준 OECD 국가 청년(25~34세)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대졸 청년 고용률은 75.2%로, OECD 평균인 82.9%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대졸 채용이 줄면서 고졸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업계고 졸업생들이 고용 한파에 대학 진학으로 눈을 돌리고, 취업에 성공했어도 10명 중 3명은 1년 이내 퇴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5년 임기 내내 친노조·반기업의 편향된 정책 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시장경제 원리에서 벗어난 국가 주도 경제와 일방적 규제 정책으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었다. 규제 3법과 노조법 등의 반기업 정책·입법을 쏟아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들을 옥죄고서는 기업들에 일자리를 늘리라고 툭하면 팔을 비틀었다.

지난 8월 정부가 내놓은 '청년희망ON'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교육 후 채용하고, 정부가 훈련비용 등을 지원하는 민관 협력 '청년희망ON'에 6개 대기업이 3년간 17만9천 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기업들을 상대로 채용 압박을 가하고 세금으로 지원하는 보여주기식 일자리 대책에 불과하다. 

국가 주도 경제정책 모두 실패

교육부는 직업계고의 취업역량 강화와 산업수요 맞춤형 일자리 발굴 등 취업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단순한 활성화 대책으로는 효과가 먹혀들지 의문이다. 문제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졸업 이후의 진로 방향이다. 전체 졸업생 가운데 절반 정도가 대학이나 전문대에 진학을 하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현행 직업계고의 커리큘럼으로는 산업현장의 취업방향을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당장 대책이 필요하다. 현실에 맞는 학과 통ㆍ폐합이나 신설 등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기업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경영 환경만 좋으면 고용과 투자를 늘린다. 문 정부에서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등 국가 주도 경제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시장경제 원리에서 벗어난 문 정부의 대기업을 상대로 한 일자리 만들기 정책에 회의적 시각이 쏟아지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교육당국은 산업 수요의 변화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 이는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일반고 직업반 어느 유형에서건 다르지 않다. 취업률과 취업유지율을 개선하려면 인공지능 등 신산업 연계 학과로 바꾸는 재구조화에 한층 속도를 내야 한다.

청년은 대선 승부처

청년은 대선 승부처이기도 하다. 여론조사에서 MZ세대(18~34세) 40~50%가 지지 후보가 없다고 답하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부동층은 60%를 넘는다. 여야 주자들은 이들 스윙보터를 잡기 위해 온갖 전략과 정책을 내놓고 있다. 표만 노린 구애나 표밭에서 소비되는 청년이 되어선 안 된다. 이 시대 약자인 청년 문제의 답을 찾는 대선이 돼야 한다.

시민들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고 혀를 찬다. 여야 모두 비전·정책보다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경선을 치른 탓이다.

실체적 진실과 책임 규명은 사법당국에 맡기고, 대선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부동산·일자리·양극화·성장동력·기후위기 문제를 푸는 정책 설계 방향이 맞고 구체적인지, 예산 추계는 제대로 뒷받침되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누가 더 진솔한 자세로 세대·빈부·젠더·노사·지역 갈등이 키운 위기를 헤쳐나갈지 주목해야 한다. 대선은 그런 백년대계 리더십을 경쟁하는 시간이며, 그 마지막 선택과 책임은 유권자의 몫이다.

대선국면…직업계 고교 운영방향 바꿔야

이와 함께 앞서 지적한대로 직업계고 졸업생의 절반이 진학을 선택하는 사실에 대해 보다 심각한 대책이 필요하다. 직업교육 기관의 학생이 입시에 매달리는 건 모순이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살펴 실질적인 대책을 찾아가는 쪽으로 직업계고교의 운영방향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직업계고는 고도 경제 성장기에 산업 현장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했다. 직업계고가 직면한 문제를 산업구조 변화 등 외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교육당국과 일선 학교는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재정비와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 등 직업계고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은 대선 국면이다. 이제 청년들은 정치권의 진영논리 보다는 현실적인 경제논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 당장 귀에 솔깃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기보다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다. 세상의 온갖 문제와 민생의 답을 찾고, 소통하며, 새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선거가 대선이다.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해 더 많이 논쟁하고, 대안이 봇물처럼 나오고, 희망과 미래를 찾는 100일이 되어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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