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포스터’가 갖는 힘…역대 대선 슬로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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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포스터’가 갖는 힘…역대 대선 슬로건은?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2.01.14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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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민주화 전…‘못살겠다 갈아보자’
1987년 민주화 후…2022년, 李·尹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시사오늘 김유종
ⓒ시사오늘 김유종

한 장의 포스터가 갖는 힘은 크다. 포스터에 담긴 얼굴과 이름, 그리고 기호와 함께 담긴 짧은 문구는 후보를 집약적으로 나타낸다. 후보가 나아가려는 방향과 철학, 그리고 이미지를 한 번에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공식 선거 운동을 앞두고 포스터가 공개되고, 선거 기간이 시작되면 이를 게시했다.

역대 19번의 대선 가운데 선거 포스터가 이용된 것은 13번이다. 이중 1987년 민주화 전에는 간선제 등의 이유로 12번 중 절반만이 벽보가 사용됐다.

 

1987년 민주화 전…‘못살겠다 갈아보자’


◇ 1948년 1대 대선: X

1948년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은 1대 대선의 경우,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힌 국회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간접선거였다. 이에 후보들은 국민들에게 알릴 벽보를 제작하지 않았다.

◇ 1952년 2대 대선: 투표 독촉 문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1952년 최초의 직선제 대선이 이뤄졌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1952년 6·25 전쟁 도중 벌어진 2대 대선에서야 최초의 직선제가 이뤄졌다. 그러나 짧은 슬로건이 아닌, 투표를 독촉하는 문장에 가까웠다.

◇ 1956년 3대 대선: ‘못살겠다 갈아보자’ vs '갈아봤자 더못산다'

1956년 역대 최고의 슬로건으로 인정받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문구가 등장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본격적으로 포스터에 슬로건이 담긴 것은 1956년 3대 대선 때였다. 이 선거에서 비로소 야권 세력인 민주당이 등장하며, 신익희와 장면이 각각 대통령·부통령 후보로 나왔다. 이때 민주당이 내건 구호,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지금까지고 역대 최고의 슬로건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자유당은 ‘갈아봤자 소용없다’ 및 ‘구관이 명관이다, 갈아봤자 더못산다’는 구호로 맞섰다.

◇ 1960년 4대 대선: ‘트집마라 건설이다’ vs ‘협잡선거 물리치자’

3·15 부정선거가 발생했던 1960년 4대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3대 대선 때와 같이 가장 기본적인 포스터 형태를 유지했다. 사진과 이름, 정당명과 함께 내건 구호는 ‘협잡선거 물리치자’였다. 자유당의 경우 3가지 구호가 있었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이승만은 ‘나라위한 80평생 합심하여 또모시자’는 문구가, 지난 선거에서 낙선했던 이기붕 부통령 후보는 ‘이번에는 속지말고 바로뽑자 부통령’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자유당이 선거에 내건 슬로건은 ‘트집마라 건설이다’는 것이었다.

◇ 1963년 5대 대선: ‘황소같이 부려보자’ vs ‘민정으로 바로잡자’

1공화국이 무너지고, 1961년 5·16 군사 정변으로 박정희의 3공화국이 들어섰다. 이후 1963년 5대 대선에서 박정희는 슬로건 없이 이름과 사진, 기호만을 담았다. 민주공화당은 소 쟁기질을 하고 있는 농부의 그림을 배경으로, ‘새일꾼에 한표주어 황소같이 부려보자’는 표어를 내걸었다. 그러면서 민주공화당의 정당명 옆에는 ‘일하는 정당’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이에 민정당의 윤보선은 ‘군정으로 병든나라 민정으로 바로잡자’고 내걸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정에 맞섰다.

◇ 1967년 6대 대선: ‘빈익빈이 근대화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민중당 후보의 슬로건 중 ‘갈아치자’는 3대 대선 민주당의 ‘갈아보자’와 유사한 표현이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1967년 6대 대선은 앞선 5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공화당의 박정희와 신민당의 윤보선이 다시 맞붙었다. 이번에도 박정희는 표어 없이 이름과 사진, 기호와 정당명만 담은 벽보를 게시했다. 공화당은 지난번 선거와 마찬가지로 ‘공화당은 황소처럼 힘차게 일하겠습니다’와 같은 문구로 ‘일꾼’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반면 윤보선은 ‘빈익빈이 근대화냐 썩은정치 뿌리뽑자’고 내걸며, 또 한 번 박정희에 맞섰다. 한편 민중당 후보였던 김준연은 ‘파벌정치 몰아내고 병든황소 갈아치자’는, 3대 대선 민주당의 ‘갈아보자’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다.

◇ 1971년 7대 대선: ‘보다 밝고 안정된 내일을 약속’ vs ‘못참겠다 갈아치자’

1971년 DJ의 슬로건에도 ‘갈아치자’는 표현이 등장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1971년 7대 대선에서는 박정희가 처음으로 포스터에 문구를 추가했다. ‘보다 밝고 안정된 내일을 약속합니다’는 문장을 담았다. 반면 신민당의 김대중(DJ)의 경우 3대 대선의 민주당 슬로건을 빌려 사용했다. DJ는 ‘10년세도 썩은정치 못참겠다 갈아치자’고 내걸었다. 군사 정변 10년이 되는 해에 군부 정치에 대한 비판을 담은 표어였다.

◇ 1972년 8대 대선 ~ 1981년 12대 대선: X

7대 대선을 마지막으로 16년간 대통령 직선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95만 표 차이로 겨우 당선된 박정희는 위기감에 1972년 유신을 선포한다. 유신헌법에 따라 직선제는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간접선거로 바뀌었다. 이에 국민들에게 벽보 및 표어를 통해 알릴 필요가 없어졌다.

 

1987년 민주화 후…2022년, 李·尹은?


◇ 1987년 13대 대선: ‘보통사람’ vs '군정종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1987년 13대 대선 포스터는 키워드를 이용해 후보 특성을 살렸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1987년 6·29 선언으로 직선제를 되찾았다. 1987년 13대 대선의 포스터는 16년 전 마지막 직선제와 많이 달라졌다. 기존 선거에서 후보의 얼굴을 강조한 형태와 달리, 민주정의당 노태우는 처음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역동적인 사진을 사용했다. 그는 특히 ‘보통 사람’을 키워드로 강조했다. 평생을 군정에 맞섰던 김영삼(YS)은 ‘군정종식’이라는 단어를 포스터에 사용했다. DJ의 경우 이름과 정당명을 활용해 ‘평민은 평민당 대중은 김대중’이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JP)은 포스터 아래에 약력을 담았다. 1987년 민주화 이전에는 4글자씩 짝을 맞춘 표어가 대세였으나, 1987년에는 단어나 약력 등을 이용해 후보의 특색을 살렸다.

◇ 1992년 14대 대선: ‘신한국’ vs '정권교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1992년 14대 대선은 YS와 DJ가 맞붙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1992년 14대 대선에서는 영원한 라이벌 YS와 DJ가 맞붙었다. YS는 ‘신한국 창조’를 내세웠고, DJ는 ‘이번에는 바꿉시다’라며 정권 교체를 강조했다. 현대그룹 회장 출신 정주영은 ‘경제’와 ‘통일’이란 두 가지 키워드를 앞세웠다.

◇ 1997년 15대 대선: ‘튼튼한 경제’ vs ‘경제를 살립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IMF 시기에 치러진 1997년 15대 대선의 키워드는 ‘경제’였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1997년 15대 대선은 IMF 시기에 치러졌다. 신한국당의 이회창은 ‘대쪽’이라는 별명을 가진 강직한 법관이었다. 이에 ‘청렴하다’는 이미지를 강조한 ‘깨끗한 정치’라는 표어와 함께, IMF 시기인 만큼 ‘튼튼한 경제’를 내세웠다. DJ 또한 IMF 시기를 고려해 ‘경제를 살립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기호 옆에 ‘든든해요-’라는 표현도 추가했다. 경선에서 낙선하고도 국민신당을 만들어 출마한 이인제는 ‘젊은 한국 강한 나라’를 내걸었다. 두 사람에 비해 각각 13살·24살 젊다는 점을 강조한 슬로건이었다.

◇ 2002년 16대 대선: ‘나라다운 나라’ vs ‘국민 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2002년 노무현은 ‘국민 후보’라는 수식어를 강조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2002년 16대 대선, 이회창은 또 한 번 대선에 도전했다. 이회창은 ‘나라다운 나라’를 내세우며, DJ 정부가 망친 국가 질서를 정권 교체로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반면 국민참여경선의 역전 드라마 끝에 당선된 노무현은 본인의 이름 옆에 ‘국민 후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러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한편 호국당의 김길수는 ‘불심으로 대동단결’이라는 문구로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 2007년 17대 대선: ‘좋은 대통령’ vs ‘경제 대통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2007년 이명박은 1992년 정주영이 강조했던 ‘경제대통령’의 슬로건을 가져와 사용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한나라당에서는 ‘경선만 이기면 대통령이 된다’는 말이 있었다. 이명박-박근혜는 치열한경선 과정 중에 BBK 연루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가족이 행복한 나라’라는 슬로건과 함께 ‘좋은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반면 현대에서 일해던 이명박은 현대그룹 회장 출신의 정주영이 1992년 출마하며 내세웠던 ‘경제대통령’의 슬로건을 다시 가져왔다. 그러면서 ‘국민여러분 성공하세요’라는 문구를 포스터 상단에 추가했다. 실제로 이명박 캠프명도 ‘국민성공캠프’로 ‘성공’이라는 키워드를 특히 강조했다.

◇ 2012년 18대 대선: ‘준비된 여성 대통령’ vs ‘사람이 먼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2012년 박근혜는 초선인 문재인과 달리 15년의 정치 경력을 강조하기 위해 ‘준비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15년 정치 경력의 새누리당 박근혜와 초선 의원인 민주통합당의 문재인이 맞붙었다. 박근혜는 경륜을 강조하면서도 첫 여성 후보라는 점을 강조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반면 문재인은 ‘사람이 먼저다’는 문구로 그가 가진 이미지를 강화했다.

◇ 2017년 19대 대선: ‘나라를 나라답게’ vs ‘자유대한민국’ vs ‘국민이 이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후보의 특색을 담은 포스터가 등장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갈무리

헌정 최초로 대통령 탄핵에 따라 2017년 장미 대선이 치러졌다. 양자 구도로 치러진 19대 대선은 5명의 후보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은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을 내세웠다. 이는 2002년 이회창의 슬로건 ‘나라다운 나라’와 1997년 김대중의 수식어 ‘든든해요’가 떠오르는 문구였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는 ‘자유대한민국’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특히 화제가 됐던 포스터는 국민의당 안철수였다. 1987년 처음으로 역동적인 사진을 사용했던 노태우 다음으로, 안철수는 얼굴이 아닌 양 팔을 들고 있는 상체 전체를 실었다. 경선 당시 찍힌 사진에 당명도 없이 사용해 반응이 엇갈렸다. 변화를 상징하는 포스터로 ‘참신하다’는 호평과 ‘디자이너가 안티’라는 혹평이 잇따랐다. 바른정당의 유승민은 개혁 보수의 이미지를 살려 ‘보수의 새희망’을 키워드로 내세웠고, 정의당의 심상정은 진보 정당의 가치인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앞세웠다.

◇ 2022년 20대 대선: ‘나를 위해, 이재명’ vs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

이번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오는 2월 15일 선거 기간이 개시되고, 그로부터 이틀 뒤인 17일까지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20일에 선거 벽보가 첩보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슬로건은 2012년·2017년 문재인 캠프에서 슬로건을 만든 정철 대표가 합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는 ‘나를 위해, 이재명’이라는 문구를 내세웠는데, ‘우리’가 아닌 ‘나’를 강조한 형태다.

이와 관련 전인호 선대위 홍보본부 총괄팀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큰 담론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더 우선으로 보는 이 후보의 철학이 담긴 슬로건”이라며 “2030세대가 이번 선거를 결정할 것이란 얘기를 하는데, 그 친구들은 우리라는 개념보다는 내 삶이 먼저 힘들기 때문에 내 삶에 힘이 되는 대통령이 중요하다고 얘기해 반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지난해 12월부터 공식 슬로건을 채택하기 이전까지 임시 슬로건인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을 사용 중이다. 공식 슬로건은 이르면 금주 내 공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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