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카오페이 ‘경영진 먹튀’ 논란과 윤동주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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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카오페이 ‘경영진 먹튀’ 논란과 윤동주 ‘서시’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2.01.14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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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삶의 마지막 날 부끄럽지 않기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카카오(좌)와 윤동주 시인(우) ⓒ시사오늘
카카오(좌)와 윤동주 시인(우) ⓒ시사오늘

앞으로 카카오 계열사는 상장 후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2년간, 그 밖의 임원은 1년간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받은 주식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또한 임원들의 공동 주식 매도 행위도 금지되고, 임원은 주식을 매도 1개월 전 매도 수량과 기간을 미리 IR(투자자관계) 팀에 알려야 한다.

이 같은 후속조치가 나오게 된 이유는 지난해 12월 10일 류영진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 회사 임원 8명의 대량 주식 매도 때문이다. 이른바 '먹튀' 논란이다. 지난해 11월 3일 회사가 상장한 지 약 한 달여만에 임원 8명이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받은 주식을 매각해서 878억 원을 현금화한 것이다.

논란에 불을 더 지핀 것은 경영진이 주식을 공동으로 매도한 시점이다. 지난해 12월 10일 카카오페이가 바로 코스피200에 편입되는 날이었다. 코스피200 편입은 프로그램 매수, 연기금의 투자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각에선 유동성이 활발해지고 자금이 몰릴 수 있는 날을 콕 집어 주식을 팔았다고 지적한다.

코스피200 편입의 또 다른 의미는 공매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혹자는 류 대표가 고평가 된 주식이 앞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그날 매도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매도시점의 해석을 어떻게 하는지를 떠나서 변하지 않는 사실은 경영진이 회사에 신뢰를 보낸 주주를 저버리고 자기의 잇속만 챙긴 점이다. 이는 마치 지난해 8월 미군의 철수와 동시에 탈레반이 집권하자 국민을 버리고 해외로 도피를 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투자자들은 공분했고, 후폭풍은 거셌다. 카카오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상장 초기에 임원진이 주식을 대량에 매각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비판 성명을 연일 내놨다. 화가 난 주주들도 떠나면서 한때 24만 8500원이었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14일 현재 오후 1시 기준 14만 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458억 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 류영진 대표는 지난 10일 사퇴 의사를 표명하며 물러났다.

하지만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2일 류영준 대표 말고도 주식매각사태 당사자 중 하나인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후보자 역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주식을 매각한 임직원들의 남아있는 주식매수 선택권을 취소하고, 보수 및 퇴직금 삭감 등의 징계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카카오 먹튀 사태는 한편으로는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돈이란 욕망에 휩싸인 것은 코스피 시가총액 20위 회사의 경영진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량의 돈이 시중에 풀리면서 촉발된 인플레이션으로 자산 가격이 급등했다. 이 기회를 노려 자산 형성을 하려는 국민들이 은행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으면서 너도나도 부동산·주식을 사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00조를 넘어섰다. 전례 없는 가계부채 규모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에 비유되며 금융당국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산형성을 위한 대출은 삶에 동기부여가 되고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카카오페이 경영진을 포함해 돈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말만 하고 싶다.
첫 번째 돈이란 죽을 때 가지고 갈 수도 없고, 세상 만물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점.
두 번째 돈 때문에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운 행동을 할 경우 마지막 날이 괴롭다는 것.

어느날 내가 돈에 너무 미쳤다고 생각이 들면 윤동주의 '서시'를 되새겨 보길 바란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윤동주의 시 서시 중/1941년 11월 작-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정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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