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 M&A 무산 유감?…‘실속’ 다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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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우조선 M&A 무산 유감?…‘실속’ 다 챙겼다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2.01.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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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NO” 기업결합 불허한 EU…현대중공업은 유감 표명
인수 빌미로 물적분할·지배구조 완성…3세 정기선 경영부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무산에도 불구하고,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의 모습. ⓒ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무산에도 불구하고,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의 모습. ⓒ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부문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던 계획이 시장 독과점을 경계한 유럽연합(EU)의 반대로 인해 무산됐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서는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명분으로 내세워 회사 지배구조(물적분할)를 견고히 한 데다, 경영 시험대에 오른 오너 3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의 부담까지 덜게 됐기 때문이다. 정기선 체제에서 수주 호황에 힘입은 내실 다지기, 신사업 육성 등에 집중할 수 있게 됐음은 기회로도 부각된다.

 

“독과점 NO” 기업결합 불허한 EU…현대중공업은 유감 표명


현대중공업그룹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LNG추진 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LNG추진 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 현대중공업그룹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3일 EU 집행위원회로부터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불허 결정을 통보받았다. 한국조선해양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전하면서도 같은 날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 철회서를 제출, 사실상 기업결합 무산을 공식화했다.

앞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은 조선산업 재편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이룰 수 있는 빅딜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대우조선해양의 속도감있는 경영정상화를 꾀할 수 있는 동시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새주인 찾기로 고민이 많았던 대우조선 민영화를 이룰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로 꼽혔다.

하지만 3년을 끌어온 이번 빅딜은 6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라는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 등은 무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EU가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기업결합은 원칙적으로 경쟁당국 단 한 곳이라도 반대를 하면 무산된다. EU는 양사 결합이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하 LNG선)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형성해 경쟁을 저해한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현대중공업 측은 "LNG선 시장 내 유효한 경쟁자들이 존재해 특정 업체의 독점은 있을 수 없다. 단순히 높은 점유율만으로 독과점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지만, EU가 해당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경영정상화 기회를 놓치게 된 대우조선해양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외부 상황이 급변해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수주활동에 집중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기업결함 무산과 관련된 공식입장은 별도로 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수 무산됐지만 물적분할·지배구조 완성…3세 정기선 경영부담 '확' 줄어


일각에서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이 오히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 안정화에 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기업을 끌어안은 데 뒤따르는 재무적 리스크가 사라지게 돼서다. 특히 재벌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이 한숨을 돌리게 된 눈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297%까지 올랐고, 기업의 상환능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유동비율도 94%로 떨어졌다. 상환해야 할 부채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넘어선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투입해야 할 1조5000억 원을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게 되는 등의 자금 여유도 생겼다. 

더욱이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배구조까지 강건화해 손해볼 것 없는 장사를 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2019년 대우조선 인수 결정을 명분삼아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단행, 지배구조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 물적분할은 현대중공업을 존속법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 현대중공업으로 쪼갠 것인데, 이로써 순환출자 해소와 오너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라는 목적을 모두 달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 인수 작업이 무산돼도 회사분할은 유효하다는 단서를 달아두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3세 경영시대를 연 정기선 사장 역시 어깨가 한층 가벼워졌다는 분석이다. 수주 호황 속 경영실적 강화와 내실다지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정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 직접 참석해 신사업 부문을 관장했으며, 빅테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과 향후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 합작사 설립 등 협력 사업 발판을 다진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EU의 이번 결정을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기업결합이 이뤄지지 않아도 물적분할이 유효하다는 조건을 건 것도 그렇고, 특히 대형 M&A를 앞두고 발표한 신년사에서 합병 얘기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며 "최근 업황도 나쁘지 않고, 실익은 다 챙긴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관계기관들은 조선산업 여건이 개선된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와 대우조선 정상화를 지속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대우조선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정상적으로 수주·조업할 수 있도록 RG(선수금보증) 등 기존 금융지원을 올해 말까지로 이미 연장했다"며 "외부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바탕으로 대주주 산업은행 중심의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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