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조선의 정치산업 매관매직과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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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조선의 정치산업 매관매직과 홍준표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2.01.23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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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산업으로 변질되는 암울한 현실 안타까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IT강국 대한민국 역사 속 최고의 산업은 무엇일까? 반도체? 자동차? 최근 핫한 2차전지? 아니다. 바로 ‘정치’다. 사진(좌) 권력에 굶주린 늑대 사진출처: 픽사베이, 사진(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사진출처; 홍준표 의원 페이스북
IT강국 대한민국 역사 속 최고의 산업은 무엇일까? 반도체? 자동차? 최근 핫한 2차전지? 아니다. 바로 ‘정치’다. 사진(좌) 권력에 굶주린 늑대 사진출처: 픽사베이, 사진(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사진출처; 홍준표 의원 페이스북

IT강국 대한민국 역사 속 최고의 산업은 무엇일까? 반도체나 자동차? 최근 핫한 2차전지? 아니다. 바로 ‘정치’다.

마이클 포터는 정치를 ‘공공성을 내세운 민간 산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런 관점이 공공의 지배 아래 있어야 하는 선거와 입법의 규칙을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일련의 집단과 그들의 영향력으로부터 되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포터는 양당지배체제에 대해 “경쟁자(거대 양당)들이 유권자들을 분열시키고 극단적인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서로 암묵적으로 합의할수록 정치는 양극화된다. 이렇게 되면 일반 시민들이 절실히 요구하는 해결 중심의 논의가 아닌 비합리적이고 이념적이며 감정적으로 포장된 이슈들을 유권자들에게 내세우게 된다”며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냈다.

포터가 지적한 정치산업의 주역 양당지배 체제 폐해는 우리 역사에서 늘 있었던 일이다. 옛 권세가들은 ‘매관매직’으로 정치를 산업화했다. 백성과 개혁을 명분으로 삼아 쿠데타와 역성혁명을 정단화하며 권력을 찬탈했다. 

정권을 잡으면 급진파와 온건파로 분열해 이권을 놓고 치킨게임을 즐겼다. 조선의 붕당이 대표적이다. 훈구를 몰아낸 사림은 동인과 서인으로 찢어져 정쟁의 늪에 빠졌다. 한쪽이 권력을 잡으면 피의 복수극이 펼쳐졌고, 매관매직으로 전리품을 챙겼다. 가끔 더러운 뒷거래로 공존의 미학을 즐기기도 했다. 서인과 남인이 즐겨 사용하던 정치적 거래다. 

서인이 인조반정으로 권력을 독점하면서도 남인에게 가끔 먹잇감을 줘 형식상의 양당체제를 유지해 야권 세력을 달래곤 했다. 남인도 서인의 눈치를 보면서도 작은 이익이라도 챙기려고 무모한 도전을 삼갔다. 가끔 예송논쟁으로 권력의 단 맛을 즐기기도 했다.

숙종이 즉위하자 남인이 달라졌다. 서인천하를 끝내고 남인의 세상을 열고자 했다. 왕권강화를 원하던 숙종을 이용키로 했다. 하지만 숙종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환국으로 남인에게 정권을 맡겼다가 분수를 모르고 설치면 한순간에 내치고 서인을 중용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환국이 터져 지배세력이 급변해도 매관매직은 여전했다. 정권장악 세력은 반드시 매관매직을 통해 부를 축적했고, 세력강화에 나섰다. 원래 서인과 동인의 대립도 인사권을 쥔 이조전랑 다툼에서 비롯된 것이다.

숙종도 환국을 즐겼다. 피의 복수극이 펼쳐지면 왕권을 위협하는 세력들이 약화된다는 이익을 취했다. 하지만 세상을 너무 모르는 순진한 판단착오였다. 서인과 남인은 ‘서원’과 ‘향약’을 통해 꾸준히 미래의 정치산업역군을 양성했다. 권력에 굶주린 어린 승냥이들이 선비의 신분으로 위장해 권력을 탐했다. 

일찍이 맹자는 “진실로 의를 뒤로 미루고 이익을 앞세우면 빼앗지 않고는 만족해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고 꼬집었다.

맹자의 지적대로 권세가들은 양난이후 권력의 중심에 선 비변사를 장악해 의정부와 삼군부를 무력화시켰다. 비정상적인 임시기구가 최고의 권부가 된 것이다. 비정상이 정상의 자리를 가로챘다. 말단 미관직이라도 가격이 매겨져 팔렸다. 수요가 넘쳐나 신분과 관직도 시장에 나왔다. 납속책과 공명첩이 날개 돋힌 듯이 팔렸다. 

과거도 마찬가지였다. 실력보다 빽그라운드가 중요했다. 권세가의 눈에 들면 과거합격은 떼 놓은 당상이었다. 조선은 매관매직으로 병들어갔지만 누구도 이를 멈추지 않았다. 권력이 돈이었고, 정치는 돈벌이 수단이었다.

최근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선대위 합류 조건으로 서울 종로와 대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략공천을 자파에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만약'이라는 전제하에 사실이라면 일종의 매관매직이다. 

공자는 “벼슬자리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벼슬에 나설 수 있는지 자기의 자격을 먼저 걱정하라.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알려질 만한 일을 하고자 노력하라”고 일갈했다. 공자의 일갈을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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