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자토론 고수, 국민의힘의 잘못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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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양자토론 고수, 국민의힘의 잘못된 선택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1.27 14: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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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은 27일 더불어민주당에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 간 합의에 의한 TV토론’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27일 더불어민주당에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 간 합의에 의한 TV토론’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법원이 26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상파 방송 3사를 상대로 낸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방송토론회가 선거운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 토론회 대상자를 선정하는 언론기관의 재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서 안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러자 국민의힘은 27일 더불어민주당에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 간 합의에 의한 토론’을 제안했다. “법원의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결정 취지는 방송사 초청 토론회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으로,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 간 합의에 의한 건 무방하다고 생각한다”는 논리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양자토론’에 집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우선 안철수 후보를 견제하는 의도다. 제20대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며 후보 간 공방이 거세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대선 후보들이 직접 맞붙는 토론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만큼 첫 토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만이 참여하는 토론이 펼쳐진다면, 시청자들의 뇌리에는 차기 대선이 ‘이재명 대 윤석열’의 양자 구도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또 한 명의 보수 대권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를 멈추고 보수 표심을 윤석열 후보에게로 결집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토론 자체를 피하려는 의도다. 선거 전략상, 지지율에서 앞서는 후보는 가급적 토론을 피하는 게 ‘정석’이다. 즉석에서 문답이 진행되는 토론은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으므로, 상대에게 공세의 여지를 줄 가능성도 높아지는 까닭이다.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윤석열 후보로서는 굳이 법정 외 토론에 참여해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자신감 없는 후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공산이 크다. 이렇게 보면, 양자토론 주장을 고수하는 건 ‘꽃놀이패’나 다름없다. 다시 한 번 안철수 후보가 반발해 토론회가 무산된다면 토론 횟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고, 설사 성사되더라도 안철수 후보를 배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이 같은 선택이 정말 윤석열 후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략적’으로 보면 국민의힘의 결정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조차 ‘정의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양자토론을 밀어붙이는 건 자칫 윤석열 후보가 가진 ‘통 큰 리더십’ 이미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꼼수’를 부려 토론을 피하고 안철수 후보를 주저앉히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공정과 정의’라는 윤석열 후보의 상징자본이 무너지는 게 문제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던 윤석열 후보가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건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는 과정에서 ‘공정과 정의’의 표상으로 떠오른 덕분이었다. 그런 윤석열 후보가 의석수와 지지율을 무기로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의 발언 기회를 박탈하는 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후보는 26일 법원이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후 “사법부 결정을 존중하고 결정 취지를 존중해서 토론이 이뤄지도록 실무팀에서 준비할 것이다. 국민들께선 대선 후보의 정견과 입장을 궁금해 하시기 때문에 어떤 형식이든 상관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하루 전 자신이 했던 이 말처럼, 눈앞의 작은 이득을 위해 토론을 피하기보다 ‘대선 후보의 정견과 입장을 궁금해 하는 국민들을 위해’ 용기 있게 나서는 윤석열 후보의 모습을 기대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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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K TV 2022-01-27 17:22:59
둘이서 해먹을려고 하지말고 다른 후보도 좀 봐라~
도토리 키재면서 자라는 대나무는 왜 못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