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청업체 돈으로 공장 짓기?…계약 방식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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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청업체 돈으로 공장 짓기?…계약 방식 바꿔야
  • 방글 기자
  • 승인 2022.02.11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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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대 추가공사비 지급 지연
소상공인에겐 ‘생존의 위협’
건장한 중소‧중견기업 잃는 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발주처에서 계약금을 낮추고, 추가 비용을 증빙하는 과정동안 하도급사가 비용을 떠안게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사오늘 이근
발주처에서 계약금을 낮추고, 추가 비용을 증빙하는 과정동안 하도급사가 비용을 떠안게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사오늘 이근

충남 서산에 석유화학 공장을 짓고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협력사에 수백억 원대 대금을 미지급한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같은 사건이 인천에서도 벌어졌다. 인천도시공사가 검단 기반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영세업자 57명에게 20억 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발각된 것. 이번에는 사기업이 아닌 공기업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데서 이목을 끌었다. 

지난 2018~2019년에는 에쓰오일이 RUC‧ODC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십억대 공사비를 주지 않아 하도급사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와 인천도시공사, 에쓰오일까지…세 사건은 어딘가 닮아있었다.

일단, 계약 방식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발주처가 원청사와 하도급사를 거쳐 영세업자로 이어지는 계약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 또, 계약 금액이 아닌 추가 공사비에 대한 대금납부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동일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발주처가 의도적으로 이 같은 계약 방식을 공유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대오일뱅크의 대급 미납을 취재하던 과정 중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 공유한다. 

“현대건설에서 처음 공사 예상 비용을 계산했을 때, 3조 원이 넘었다. 이래저래 조정을 해서 2조 7000억 원에 공사를 진행하자고 했다. 3000억 원이 넘는 돈만큼 공사비가 더 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다 사망사고로 안전관련 비용이 추가됐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공사비가 늘었다. 이 부분에 대한 비용 부담을 하도급사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하청업체 돈으로 대기업 공장을 지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추가 공사 대금에 대한 비용을 받으려면 증빙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왜 돈이 더 들어갔는지, 타당한지, 대기업이 파악해 돈을 주는 구조다. 그 과정이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다 지어놓은 공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공사비용을 주는 거다. 그 기간 동안 수백억 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하도급사들은 이자만 내다 도산하기도 한다.”

발주처에서 의도적으로 계약금 일부를 낮추고, 추가 비용을 증빙하는 과정 동안 하도급사가 비용을 떠안게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연매출 1000억 원이 넘는 2개 회사는 부도 직전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한 상황이다. 일부 중소기업은 부가세를 내지 못할 만큼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재무구조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업을 수주할 수 없어 경영난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발주처와 원청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습도 같았다.

발주처인 현대오일뱅크는 “협력사 대금 지급 주체는 원청사”라며 “계약된 금액만큼은 모두 지급했다”고 발을 뺐다. 원청사인 현대건설은 “현대오일뱅크에서 공사비를 받지 못해 협력사에 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1300억 원을 선투입해 협력사에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도시공사도 “미지금금을 공사가 직접 지급할 방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원청사에서는 “추가 공사비 7억 원을 모두 지급했다”고 선을 그었다. 영세업자들이 떼였다는 공사비는 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 에쓰오일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발주처는 원청사를 방패삼았고, 원청사는 발주처를 탓했다. 같은 일이 수년째, 혹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변한 건 없다. 사건이 발생할 때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말 뿐이다. 

대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는 과정에 소상공인과 하도급사들은 생존을 위협받았다. 하지만 힘들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이번 공사만 하고 말 게 아니지 않습니까. 다음 공사도 수주해야 하잖아요. 한번 찍히면 다음은 없습니다. 힘들어도 어쩌겠습니까. 버텨야지요.”

말 그대로 대기업의 횡포다. 언제까지고 이 같은 일이 되풀이 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기술력 있는 중소, 중견 기업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다. 소상공인 한 사람, 한 가족의 생존이 위협 받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청에 하청으로 내려오는 계약 구조, 발주처와 원청사가 책임을 피해갈 수 있는 상황, 추가 공사 대금 지급을 미루는 꼼수…이 모든 것을 손 보는 일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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