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두고 참여연대-전경련 ‘팽팽’…전문가들도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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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두고 참여연대-전경련 ‘팽팽’…전문가들도 ‘대립’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2.02.04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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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대표소송 원칙에 따라 진행, 남발은 억지주장"
"수책위 9명 중 6명, 노조 아니면 친시민단체 출신"
"주주대표 소송은 국가가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전경련과 참여연대 CI. ⓒ시사오늘
전경련과 참여연대 CI. ⓒ시사오늘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입장이 평행선이다.

최근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2018년 스튜어드쉽이 도입됐음에도 국민연금이 기업의 주주 및 국민 노후자금의 집사(스튜어드)로서 책임 있는 수탁자 활동은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카카오 △이마트 등에 전문경영인 공익이사 추천, 문제이사 해임 및 재발방지 시스템 마련, 정권변경 등의 주주제안을 하고 국민 노후자금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 회사들에 대한 (주주) 대표소송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4일 참여연대 관계자 A 씨는 <시사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신축현장 외벽이 무너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HDC 현대산업개발, 적절하지 않은 스톡옵션 행사를 한 카카오페이, '멸공' 게시물로 오너리스크가 부각된 이마트의 기업가치가 훼손된 것과 관련해 각 회사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며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연기금으로서 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국민의 노후자금을 보장하는 공공기관이니 시민단체로서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대표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 A 씨는 "대표소송을 하는데 규칙, 기준, 원칙이 있다"며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에서 승소 가능성, 효과 대비 비용, 손해액 발생, 정관 위반, 이사의 고의적 과실 여부 등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준비해서 소송할 안건을 올린다"고 부연했다. 가이드라인, 규정, 기준, 원칙에 따라서 (주주) 대표소송을 준비하는 것이니 소송이 남발한 것이란 우려는 어폐가 있다는 것이다.

"부실경영 책임 추궁하는 게 왜 소송 남발인가"

그는 "기업이 법률과 정도에 따라서 기업경영을 하면 대표소송을 당할 일이 없다"며 "부실한 경영에 책임을 추궁하는 것을 소송 남발로 표현한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수책위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A 씨는 "수책위에는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됐다"며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기구"라고 반박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수책위 사용자단체(기업), 근로자 대표, 지역가입자 등 각각 3명씩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있다. 시민단체는 수책위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됐으니 정치·사회적 이해관계 및 여론에 따라 주주대표소송이 남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경련은 국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라는 빌미로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경련의 관계자 B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주로서 주주대표소송을 하는 것은 보장된 권리"이지만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가 영향력 아래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개입하는 건 옳지 않아"

그는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에 개입하면 안 되는 이유로 "국민연금은 먼저 국가 영향력 밑에 있다. 정부가 뒤에서 기업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곳이다. 국민연금이 대표소송을 하면 그 회사의 주가는 하락한다"며 "이는 국민연금에게 손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에서 승소를 해도 손해배상액은 회사가 가져가니 국민연금에게 돌아가는 실익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지배주주인 이사가 개인적 잘못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을 이유로 국민연금이 대표소송을 해서 승소를 한 경우, 기업이 손해배상액으로 피해를 보전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패소나 승소 어떤 결정이 나와도 국민연금에게는 실익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B씨는 해외사례를 언급하며 "주주권 행사를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진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도 주주대표소송을 한 적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수책위 구성에 대해선 "9명 중 근로자 단체와 지역가입자 즉 6명은 한 팀"이라며 "근로자 단체는 노조 추천으로 3명이 들어가있고 지역가입자 단체 3명은 경제개혁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추천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단체가 언제 기업 입장을 고려해서 목소리를 낸 적이 있냐"고 반문하며 "9명 중 6명, 3분의 2가 같은 팀이니 수탁위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권 행사로 유명한 미국 캘퍼스도 주주대표소송 한 적 없어" 

수책위에서 기금운용본부로 주주대표소송 업무가 수탁되는 것에 대해서도 B 씨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기금운용본부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5개 부처 차관이 기금운용본부에 들어왔다. 사실상 국가가 40%가량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며 "이러한 불투명한 지배구조로는 국가가 기업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B 씨는 "기금운용본부나 수책위나 전문가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며 "수책위든 기금운용본부위원회든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소송남발은 어폐라는 시민단체 주장에 대해서도 "기준에 따라서 국민연금이 자료를 수집하고 소송 안건을 올린다고 해도 소송 여부는 수책위에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수책위 9명 위원 중 6명이 친(親) 노조 아니면 친(親) 시민단체이므로 선별된 안건이 올라오더라도 소송 진행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카카오페이와 같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불거진 논란에 대해 B 씨는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스톡옵션 행사도 경영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도덕적 해이 등의 논란이 생기면 주주가 직접 주총에서 주주권을 행사해서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주주들이 국민연금에 수탁자 책임 활동 요청하는 건 바람직"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주주들이 국민연금에게 수탁자 책임 활동을 해달라는 요청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페이 사태를 거론하며 "몰지각한 경영권자한테 국민연금이 소액주주를 대표해서 법 개정이나 불공정행위를 시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내면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경영을 하게 되는 모멘텀이 된다"고 설명했다.

소송남발 우려에 대해서 "경영권 행사를 목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 기업들의 빈도수에 비하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쉽을 행사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업경영 개입이라며 제한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기됐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은 투자수익을 늘려서 국민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기준에 맞춰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그 이외 기준에 따르면 경제가 정치화될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이 이익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보장 기준에서 벗어나면 경제가 정치화될 수도"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외국 헤지펀드 등이 국내 우량기업을 인수해서 해외로 국부유출되거나 기업이 안 좋은 집단으로 넘겨지는 특수의 경우에는 주주권을 강력하게 행사해야 한다"면서도 "나머지 보기에 따라서 판단을 달리 할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의 경우에 대해 제3의 사람들이나 정치권이 주주권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차·SK 등 상위 대기업 집단 10개 대표회사에 정관변경 안건을 요청했고, 박삼구 전 회장 등 금호건설 경영진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정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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