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야권 후보 단일화 급부상 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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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야권 후보 단일화 급부상 향배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02.1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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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높은 정치교체, 금상첨화(錦上添花)격
단일화가 되면 안정적인 승리
역대급 비호감 대선, 옥석 가려야
이벤트성 공약으로는 안 된다
퍼주기 공약과 정책 구태(舊態) 여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20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역대 대선이 중요하지 않은 적 없지만, 이번 대선은 각별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펼쳐질 국내외 정치, 경제, 외교안보적 대전환기를 맞아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주권자인 국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누가 다음 5년 대한민국을 이끌 적임자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주변에서 '확실한 승리'를 위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배경에 당장 윤 후보 측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자신의 당선보다 정권 교체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선 생각이 같다는 심정을 밝혀 충분한 합의점에 도출이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단순한 정권 교체보다 좀 더 수준 높은 정치 교체를 위한 단일화에 합의하자는 구상도 나올 수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격이다. 

20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연합뉴스
20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연합뉴스

절체절명의 협상 테이블

단일화의 역사는 깊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거의 모든 대선에서 거론된 탓이다. 물론 여기에는 법적, 민주적 정당성이나 강제성은 없다. 그럼에도 단일화에 대한 열망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절체절명의 협상 테이블이란 표현이 대신하고 있다. 

어쩌면 선거가 진행되면서 후보들이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일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경쟁 보다는 양보의 성격을 빌려 더 큰 목적을 이루는데 있다는 판단이다. 단일화가 어려운 점은 대개 필요성은 제기되도 후보의 협상이 어려워서다. 게다가 순탄치 못했던 단일화 과정이 유권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안 후보를 끌어들이면 승리가 확실하다는 판단을 할 만하다. 역대 대선에서도 단일화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밀렸던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여론조사를 거쳐 노 후보로 단일화한 데 힘입어 노 후보가 극적으로 승리했다. 1997년 대선에서는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이른바 'DJP' 연대를 이뤄 김 후보가 승리했다. 약속대로 김 총재는 국무총리를 맡아 공동정부를 구성했다. 

단일화의 키 안철수 후보

이번 대선에서 단일화의 키는 안 후보가 쥐고 있다. 그는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 출신인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했고, 2012년 대선에서는 후보 등록 직전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물러났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단일화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패해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단일화를 둘러싼 이런 경험 탓에 안 후보는 그 어느 때보다 이번 대선 완주 의지가 강해 보인다.

승패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역대 대선의 경우 2002년 16대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제외하고는 D-50일 무렵에 앞서가는 후보가 대선에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아직 승기를 잡은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극심한 진영대결 구도에서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기 때문이고 대선 결과는 대체로 근소한 차로 승패가 갈린 것에 비추어볼 때 정상적일 수 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여러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핀셋 공약 또는 생활밀착형 공약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정책들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정책 방향이나 향후 대한민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가치가 내장된 공약보다는 그때그때 책상머리에 앉아 아이디어 차원에서 내놓는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정당 차원의 거대 플랜이 준비되어 있지 않고 지역맞춤형, 세대나 성별을 의식한 중위 수준의 공약들이 많다.

단일화, 명분과 목표 명확해야

초박빙의 선거 판세에서 단일화는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필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가운데 윤 후보 측은 3위 안 후보와의 단일화 유혹이 크겠지만 단일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따라서 단일화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선거 공학을 넘어 명분과 목표가 명확해야 할 것이다. 

왜 단일화를 하는지, 단일화를 통해 추구하는 정책과 정부 구성, 협치에 대한 목표와 로드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또한 단일화 협상은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공개리에, 서둘러 진행돼야 할 것이다. 즉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역대 대선의 같은 시기에 비해 뚜렷하게 앞서가는 후보가 없는 이유는 논쟁이 될 만한 정체성 있는 의제들을 어느 진영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40여 일 동안 무수히 많은 이슈가 부상하고 다른 이슈가 기존의 이슈를 덮는 국면전환의 순간이 많을 것이다. 또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가 대선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장래 보폭과 일치노력을

단일화가 되면 안정적인 승리와 양보하는 측은 정치적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정권교체라는 점만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대선은 일찍이 보지 못한 '비호감' 대선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우선 유력 대선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본인은 물론 가족이 각종 의혹에 휩싸여있다. 

윤 후보가 여론 지지율에서 3위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보다 3배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으면서도 단일화 선호에서는 비등한 여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력 두 후보가 외교안보와 경제운용의 원리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선택의 준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을 이은 대북 유화책과 친중적 정책을 표방하는 반면, 윤 후보는 대북 원칙론과 한미동맹 복원 및 대중 '존엄외교'를 내세우고 있다. 어느 쪽이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으로 맞는지 판단하면 될 것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 철저한 감시 관건

현재 거대 양당 후보들 처럼 공히 개인적 흠이 많은 선거는 없었다. 물론 이, 윤 두 후보 간 문제의 온도차는 있다. 최근 불거진 이 후보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혐의와 공직자 사유화는 심대한 실정법 위반으로 이 후보까지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아 심각하다. 능력과 경륜적 측면에선 윤 후보 역시 유권자들의 의구심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선두그룹의 두 후보가 각각 징크스를 갖고 있으니 퍼주기 공약과 정책으로 무마하려는 것도 이번 대선의 특징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정부 추경안을 이 후보가 35조원으로 올리겠다고 하자 윤 후보는 50조원으로 하자고 한다. 마치 도박판 판돈 걸듯 한다.

국정운영의 철학과 원칙이 실종된 상황에서 개혁과제는 입에 올리지도 않고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거대 SOC계획을 풀어놓는 것도 문제다. 오죽하면 첫 번째 4자 토론에서 안 후보가 국민연금 개혁을 모든 후보가 약속하자는 제안을 하고 동의를 얻은 것이 토론회의 유일한 성과라고 하겠는가.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지만 그럴수록 눈을 부릅뜨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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