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훈 “지식경제시대 동반성장, 중소기업 ‘인재 배분’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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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 “지식경제시대 동반성장, 중소기업 ‘인재 배분’이 핵심”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2.11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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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포럼(78)] KDI 김주훈 선임연구위원
"'생산경제→기술경제→지식경제' 진화 과정서 대-중소기업 간 격차 확대"
"美 주도 지식경제 글로벌 분업화 속 韓 경쟁력 위축, 동반성장이 해결책"
"인적자원 독식하는 대기업…정부·대학, 중소기업 디지털 인력 분배 나서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해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땅에서 국민들이 피땀을 흘려 거둔 성과,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 드디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단기간에 이룬 고도경제성장으로 양극화가 발생했고, 수출주도성장 기조 아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이 같은 양극화는 급기야 성장의 시곗바늘을 멈추게 했다. '성장이 멈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취업, 노후 등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 가운데 서로 갈등하고, 갈라졌다. 비정상적인 소득구조, 양극화 문제가 대립의 사회를 조장한 셈이다.

지난 10일 동반성장연구소(이사장 정운찬)가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주최한 제84회 동반성장포럼에는 KDI 김주훈 선임연구위원(전 KDI 부원장)이 '내가 바라보는 동반성장-중소기업 역할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연단에 섰다. 김 전 부원장은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성장둔화는 '한강의 기적'이 빛바래서가 아니라 '기적에서 성숙으로' 향하는 과도기에 진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적을 이루면서 확대된 양극화 등 부작용을 해소함으로써 진정한 선진국으로 성숙·도약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는 이 시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선 노동집약산업에서 기술집약산업, 그리고 지식집약산업으로 경제구조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크게 벌어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동반성장'을 통해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대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지식경제 우수 인재들을 중소기업에 배분해야 양극화와 저성장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DI 김주훈 선임연구위원(전 KDI 부원장)이 지난 10일 개최된 제84회 동반성장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 시사오늘
KDI 김주훈 선임연구위원(전 KDI 부원장)이 지난 10일 개최된 제84회 동반성장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 시사오늘

김 전 부원장은 "개발연대(1960~80년대)에 우리나라는 기술도 없고, 자본도 없고, 특히 지식이 없으니 해외에서 생산된 부품을 수입해 저임 노동으로 가공해서 수출하는 전략적 수출주도형 경제였다. 당시 대기업의 시대적 과제는 비싼 해외 부품을 국산화해서 단가를 낮추는 거였고, 그래서 중소기업들에게 부품 국산화를 장려했다. 때문에 1975년부터 1990년대 초중반까지 중소기업 사업체 증가 속도 엄청 빨랐다. 부품 하나씩 맡아 창업을 해서 국산화하고 대기업에 납품했으니 말이다. 제작 기술을 베끼기도 하고, 학습도 하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이렇게 한 땀 한 땀 중소기업들이 부품을 국산화했고, 우리나라 경제를 키웠다. 그때까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 들어 중국의 산업화로 대한민국 경제구조가 급변했다. 화교 자본, 서구 자본이 중국에 유입돼 섬유, 플라스틱 등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그만큼 우리나라는 위축됐다. 대구 섬유경제, 부산 신발경제 등이 무너졌다. 때문에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은 아직 중국이 쫓아오지 못하는 전자, 자동차 등 기술집약산업으로 가자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1970년대부터 개발 노력을 지속했던 자동차 엔진을 현대자동차가 선보였고, 삼성과 금성은 티비 브라운관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에선 반도체도 나왔다"며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아직 기술이 부족했던 우리나라는 이른바 '싼 맛', 비용을 무기로 시장을 개척하는 데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대량생산을 위한 자동화 설비 등을 내세워 고용인력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했다. 또한 대량생산이 어려운 품목들은 중소기업들에게 맡겼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노동집약산업에 특화돼 머무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실제로 당시 통계를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설비투자 격차가 90년대 들어 뚝 떨어져 이중구조가 형성됐다. 대량생산·자동화 설비로 소수정예인 대기업들의 1인당 생산성과 임금은 높아진 반면, 노동집약적으로 특화된 중소기업은 생산성이나 임금이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1인당 부가가치 격차를 보면 개발연대에는 비슷하게 가다가 90년대 들어 슬슬 차이가 나기 시작, 외환위기를 계기로 양극화 구조가 굳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OECD 통계를 살펴보니 다른 나라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대기업의 50~60% 수준이고, 특히 일본은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쭉 50%대에서 벗어나질 않는데 우리나라는 34.5%(2006년 기준)에 그쳤다. 다른 국가는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똑같이 나누면서 사회적으로 안정이 되고 기반이 튼실해졌는데, 우리나라는 당장 수출을 해야 하고 비용을 낮춰야 경쟁력이 생기니 중소기업들에게 독박 좀 쓰라고 한 거다. 그래서 동반성장이 화두가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중소기업이 낙후됐으니 당연히 대기업과 격차가 나는 거라는 인식과 반응이 주를 이루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1인당 격차가 아니라 대기업집단 전부와 중소기업집단 전부를 다 합쳐서 비교하면,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부가가치 비율이 대기업 55 대 중소기업 45로 거의 동일하다. 중소기업이 낙후돼 격차가 벌어진 게 아니라는 증거"라며 "그럼 뭐가 문제인가. 아까도 말했듯 대기업은 비싼 기계와 설비로 인력을 줄이고, 중소기업은 노동집약으로 인력이 계속 느는 구조다. 1990년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고용인력 비율이 4 대 6이었는데 2010년대에는 이게 2.5 대 7.5까지 벌어졌다. 1인당으로 생산성이나 부가가치를 비교하면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거다. 결코 중소기업이 해태하거나 게으르고 낙후해서 대기업 대비 부가가치가 낮아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이중구조가 고착화된 가운데 2010년을 전후로 글로벌 경제환경이 급변하면서 우리나라 산업구조도 질적 개선기에 진입, 앞으로 중소기업이 맡아야 할 역할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는 데에 있다.

김 전 부원장은 "지금은 기술과 지식경제시대다. 우리나라, 대만, 중국 등 이제 공장 다 알아서 돌리고 생산기술도 갖춘 상황이다. 선진국은 이제 R&D, 디자인, 마케팅 등 지식 서비스를 수출하는 방향으로 산업구조가 바뀐지 오래다. 해외직접투자를 늘려 생산기지는 해외로 이전하는 대신 지식과 기술을 파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선진국 수출 비중이 많은 나라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개도국 수출 비중이 확 늘고, 선진국은 뚝 떨어졌다. 예전엔 생산경제, 기술경제 아래 선진국의 기술과 지식을 들여와 다시 수출해 선진국 수출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요즘엔 우리나라도 지식경제로 발돋움하면서 선진국과 경쟁관계가 된 반면, 개도국에선 현지 생산도 하고 투자도 하고 기술도 알려주면서 교역량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중국은 과거 우리나라처럼 기존 선진국에 의존하던 부품·소재를 대거 국산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때문에 전체 중국 부품·소재 수입 물량 중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2015년을 정점으로 급감했다. 그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었던 미국은 더 떨어졌겠지 하고 살펴보니 미국의 점유율은 줄지 않았다. 한국의 기술은 중국이 충분히 국산화 가능한 수준인 반면, 미국은 그렇지 않으니 중국이 눈물을 머금고 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기술, 지식생산의 국제 분업화도 이뤄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한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고, 거기에 필요한 각종 부품과 지식모듈, 하이테크 등 각 국가로부터 들여오는 거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 배터리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부연했다.

또한 "이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무인 자동화·인공지능의 발달로 리쇼어링(생산기지 본국귀환)이 이뤄지고 있다. 예전 생산집약, 기술집약 때처럼 저임금 인력을 찾아서 해외로 갈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자동화 설비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할 수도 있고, 본국에서 생산이 이뤄지니 물류비용도 절감된다. 리쇼어링에서 한발 더 나아가기도 한다. 최근 미국에서 삼성전자한테 반도체 공장 지으라고 한 게 대표적"이라며 "흥미로운 건 이런 와중에도 미국 수입 물량에서 독일과 일본이 차지하는 점유율이다. 독일 점유율은 그대로인 반면, 일본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이다, 뭐다 해서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해 인공지능 등을 탑재한 부품·소재를 미국에 보내니 유지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일본은 장인정신이라는 특성 하에 디지털화가 뒤처지면서 감소하고 있는 거다. 미국이 다시 세계경제 지형을 바꾸고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세계경제가 변화하고,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바뀌고 있는데,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손끝에서 머릿속으로 경쟁력 기반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양극화, 외환위기 등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산업자금 불균등 배분 문제가 컸는데, 이제는 기술·지식경제로 전환되면서 인적자원 배분이 당면과제가 됐다"며 "대학, 기관 등에서 똑똑한 인재를 키우면 공무원하고, 대기업 입사하고 제일 나중 선택지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은 거기서 또 엄청나게 재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재교육을 꺼린다. 시켜놓으면 대기업이나 경쟁사로 스카웃이 되니까. 인재를 지키기 위해선 교육을 시킬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 경력직만 우대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거다. 혹자들은 중소기업 인적자원으로는 기능공, 생산직 잘 키우면 되겠지 하는데 정말 노(NO), 노(NO)다. 앞으로 중소기업 생산직은 다 해외 수입이나 자동화 등으로 대체될 것이고, 지식경제 인재들은 중소기업에서도 대기업과 비슷한 처우를 누릴 것이다. 독일, 미국 등 선진국 다 그랬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지털화된 인력들, 기술과 지식경제에 맞는 숙련공들이 중소기업에 제대로 공급돼야 한다. 정부가 도대체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적극 나서서 집합적 재교육을 실시하고, 산업계에서 필요한 인력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시킨 뒤 보내줘야 중소기업에 적합한지 면밀하게 세세하게 조사해서 훈련을 시켜야 한다. 또한 잘 교육된 인력을 중소기업에 공급해도 지금 당장은 임금격차 때문에 문제가 있으니, 그 과도기에서 정부가 주택, 육아, 임금 보전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계속 이렇게 유지되면 대기업만 지식경제 인력을 독식한다. 중소기업들은 나머지 인적자원을 데려다 쓰기도 어렵게 되고,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지금 국가적 재난이 예고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김 전 부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임금격차는 대기업이 100이라고 한다면 중소기업은 46 정도 된다. 가장 대표적인 자유주의 시장경제 국가인 미국이 74다. 우리가 미국 수준만이라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서 잘 교육된 지식경제 인력들이 중소기업에게 배분되게 해야 한다. 이 같은 동반성장이 앞으로 10년 간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우리 경제성장률이 연 2%p 추가로 성장한다, 20년 간 진행하면 거기에 1% 더 오른다. 이와 동시에 현재 우리 사회의 격렬한 대립도 이완이 되지 않겠는가 소망을 해본다"며 "대학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모든 대학이 서울대, 카이스트가 될 순 없다. 연구중심대학들은 그대로 가되, 일부 대학들은 중소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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