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단일화 시너지 효과, 비결은 ‘통 큰’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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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일화 시너지 효과, 비결은 ‘통 큰’ 결단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2.14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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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선 단일화, 크게 양보했던 쪽이 승리…끝까지 반목하면 화학적 결합 안 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단일화의 시간’이 찾아왔다. ⓒ시사오늘 김유종
‘단일화의 시간’이 찾아왔다. ⓒ시사오늘 김유종

‘단일화의 시간’이 찾아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3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의하면서다. 안 후보는 이날 유튜브 기자회견에서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구체제 종식과 국민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 야권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러자 윤 후보는 “안 후보의 제안을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여론조사도 고민하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가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제안을 마뜩잖아 하는 건 충분이 이해가 간다. 한때 15%를 상회했던 안 후보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회귀한 반면, 윤 후보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지율 7.7% 후보가 지지율 41.6% 후보(오마이뉴스 의뢰·리얼미터 6~11일 실시·13일 발표)에게 경선을 통해 단일화를 하자는 건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다.

때문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안 후보를 고사(枯死)시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강 후보에게로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이 뚜렷한 만큼, 현 시점에서 굳이 안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나서기보다는 힘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공동정부 수립 등을 명분으로 ‘자진 투항’을 권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윤 후보 측 전략이 현명한 선택인지는 의문이다. 역대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던 건 세 차례였다. 1997년 대선의 김대중-김종필, 2002년 대선의 노무현-정몽준, 2012년 대선의 문재인-안철수였다. 이 가운데 두 번은 대선 승리로 이어졌고, 한 번은 패배했다.

그리고 그 차이는 ‘통 큰 결단’의 존부(存否)였다. 1997년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DJ) 후보는 단일화 당시 지지율이 3.3%에 불과했던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후보를 품기 위해 내각제 개헌, 실세 총리와 내각 지분 절반 보장 등을 약속했고, 집권에 성공했다. 지지율과는 별개로 JP의 ‘상징성’이 필요했던 DJ가 말 그대로 ‘통 큰 양보’를 한 결과였다.

2002년 대선에서는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에게 승리를 거뒀는데, 이 역시 ‘통 큰 결단’을 한 덕분이었다. 양당이 여론조사 문구를 두고 갈등을 벌이던 중, 노 후보가 과감하게 양보하면서 시원시원한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결국 노 후보는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했고, 여세를 몰아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다.

반대로 2012년 대선에서는 단일화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단일화 방식에 대한 협상이 교착 상태를 맞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은 ‘3자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극한 갈등을 빚었고, 안 후보가 사퇴하는 방식으로 단일화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시너지 효과는 얻지 못했다. 대선 결과 역시 문 후보의 패배였다.

이처럼 역사는 통 큰 결단만이 단일화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일화 과정에서의 극한 갈등은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줄뿐더러,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지지층이 ‘화학적 결합’에 실패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도 정권 연장을 막지 못했던 2012년 대선이 대표적 사례다.

DJ는 권력을 나눠주는 방법으로 JP 지지자들에게 자신을 찍을 명분을 줬다. 노 후보는 불리한 룰을 수용하면서 정 후보 지지자들에게 명분을 제공했다. 반대로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사퇴하기 전까지 두 사람이 ‘원팀’이라는 신호를 전혀 주지 못했고, 이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안 후보 지지자들이 문 후보 지지를 망설이는 이유가 됐다.

현재 지지율과 국민의힘 조직력을 고려하면, 여론조사 방식에 의한 단일화를 하더라도 윤 후보가 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측이 역선택을 이유로 ‘고사 작전’을 고집한다면, 설사 성공하더라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역사가 알려주듯, 윤 후보도 ‘통 큰 결단’을 통해 안 후보 지지층에게 ‘명분’을 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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