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입당, 혼돈 or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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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입당, 혼돈 or 안정?
  • 박지순 기자
  • 승인 2010.02.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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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복당과 민주당 내 역학관계 변화
정동영 의원이 지난 해 4월 10일 당의 공천 거부에 반발, 탈당한 지 301일 만에 민주당에 복당했다. 지난 5일 민주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정 의원의 복당을 결정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4월 29일 전주 덕진을 재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 당선된 후 함께 무소속 연대를 형성해 당선된 신 건 의원과 바로 다음날 복당원서를 작성 제출하려다 보류했다.

이후 정 의원 복당을 놓고 당 내외에서 찬반 논란이 계속 전개됐지만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내 주류 다수가 복당에 부정적 시각을 보여 복당 시기를 점치기 어려웠다.
 
그러다 정 의원이 지난달 12일 복당원서를 제출한 후 지난 3일 4·29 재선거 출마 당시 지도부와 의사소통이 부족했고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며 헌신하겠다는 소명서에 당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달한 끝에 복당 결정이 났다.
 
▲ 민주당 의원총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 두 사람은 앞으로 당권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정 의원은 “먼 길을 떠났다가 다시 고향에 돌아온 심정입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심려를 끼쳤습니다. 당과 당원 가족 여러분들에게 미안했습니다. 당과 당원 가족들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하나 되어 승리하길 바라는 국민들에게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넓게 이해해주시고 품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복당 소감을 밝혔다.
 
복당 후 당내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일관되게 ‘낮은 자세’와 ‘백의종군’을 강조했다.
 
복당 최대 이유는 대중적 인지도와 당내 최대 지분

정 의원의 외관상 ‘조용한 귀환’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내 강력한 반대 목소리에도 정 의원이 민주당에 복당돼야만 했던 이유를 따져보면 조용한 귀환 이면에는 정 의원의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이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정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 면에서 민주당 소속 정치인 중에서는 독보적 존대다. 비록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참패하기는 했지만 민주당의 대선후보를 지냈고 호남에서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정동영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이 무소속으로 있는 동안에도 국민들은 정 의원의 핏줄은 민주당으로 여길 만큼 그를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여겼다”고 말해 정 의원의 높은 대중성을 암시했다.
 
현재까지도 민주당내 최대 지분 보유자는 정 의원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정 의원 복당에 반대하던 정 대표를 비롯한 주류가 입장을 선회한 것도 당 전반에 분포하고 있는 정 의원 지지세력의 입김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정 의원 측은 전혀 다른 입장이다. 정 의원실 보좌관은 민주당 내에 아직도 ‘정동영계’가 상당수 남아 있는 것이 정 의원이 복당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아니냐는 물음에 “민주당 안에 ‘정동영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동영계는 정 의원이 상하 개념의 계보정치를 한다는 뜻인데 정 의원과 가깝다는 의미의 ‘친정동영’이라는 개념은 있을 수 있지만 정동영계는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 의원이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 직간접으로 공천권을 행사해 당선된 의원이 50~6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자 “그 때는 17대 총선이었고 18대 총선에서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당 대표를 맡고 있어 공천에 관여하지 못했고 17대 때 당선된 의원 중 현재까지 원내에 있는 의원 수는 2~3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가 인터뷰한 김상현, 정대철, 정균환, 한광옥 등 민주당 원로·고문 그룹은 모두 정 의원의 복당을 주장했다. 현역에서 물러나 있지만 당내에서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룹이 정 의원에게 일반적으로 우호적임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당 지도부에게도 원로그룹의 정 의원 복당 수용 권고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 넓게 분포돼 있는 정 의원 지지 세력들의 의중이 원로그룹을 통해 당 지도부에 전달됐을 공산도 있다.
 
정 의원실 보좌관의 말대로 정 의원이 공천권을 행사해 당선된 의원이 소수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정 의원의 당내 영향력까지 약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 6월 지방선거 승리 위해 정동영 필요

100일도 남지 않은 6월 지방선거도 정 의원이 복당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정 의원 자신도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해 헌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과 수도권 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90% 가까운 당선자를 내 민주당을 주저앉힌 것을 비롯해 호남을 제외한 거의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이번 지방선거까지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패한다면 차기 대선까지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으로서는 정 의원의 ‘이름 덕’을 볼 확실한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탈당 후 1년 이후에나 복당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돼 있다. 당헌·당규 규정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면서까지 정 의원의 복당을 받아들인 데는 민주당의 다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 복당 허용은 대동단결의 취지에서 취해진 조치”라고 원론적인 발언을 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정 의원이 민주당과 떨어져 있어서는 민주당의 역량이 결집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 의원이 복당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부터 그의 향후 행보 예측도 가능하다. 복당에 즈음해 백의종군을 천명했지만 당내 직책을 맡고 있지 않은 것만이 백의종군의 의미를 살리고 있을 뿐 정 의원은 복당 직후부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정 의원은 복당 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했다. 이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인 양형일 전 의원(광주), 주승용 의원(전남)과는 정치적으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당권 싸움 과정에서 연대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 뉴시스

 
정 의원은 같은 날 지지자 500여 명을 대동하고 5·18묘지를 참배해 여전한 세를 과시했다. 광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는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방식으로 국민참여경선제 도입을 주장해 당 지도부와는 차별화된 견해를 보였다.

하루 전에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분리 선출제를 폐지하고 최다 득표 최고위원이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지방선거 이후 8월 전후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6월 선거 이후 당권 놓고 정세균 대표와 경쟁 예상

일각에서는 당권을 놓고 정세균-손학규 연대와 정동영-천정배·추미애 연대가 대립할 것이란 섣부른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정 대표와 손 전 대표는 몇 차례의 재보궐 선거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손 전 대표의 수도권 영향력을 정 대표가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연대가 점쳐진다.

천정배 의원은 정 의원과는 열린우리당 창당의 공동 주역이며 민주당 내 비주류의 대표격이라는 점에서, 추미애 의원의 경우 당원 자격 정지 징계를 받는 등 당 지도부의 견제를 받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정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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