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신문 보기] ‘승자의 저주’…예견된 ‘현대반도체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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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신문 보기] ‘승자의 저주’…예견된 ‘현대반도체의 몰락’
  • 방글 기자
  • 승인 2022.02.23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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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LG 반도체 인수 기회 노렸지만 실제 규모 앞에 ‘멈칫’
“현대 자금난 없을 것” 이헌재 호언에도 자금악화설 ‘지속’
반도체 가격 폭락 ‘엎친데 덮친격’…주인없는 회사로 10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사실 현대반도체의 부진은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자금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미 많았다. ⓒ시사오늘 김유종
사실 현대반도체의 부진은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자금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미 많았다. ⓒ시사오늘 김유종

사실 현대반도체의 부진은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자금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미 많았다. 

현대 입장에서는 LG가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했을 때, 속으로 만세를 불렀을 거다. 하지만 지분 전체를 내놓겠다고 했을 때는 생각이 달랐다. 이미 기아차 인수로 자금 여력이 녹록지 않을 때였다. 

LG가 가진 지분을 모두 살 자금이 없었다. 현대가 예상한 인수가 1조 2000억 원도 버거웠다. 하지만 LG는 5조4000억 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제와서 인수할 수 없다고 하기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반도체가 미래 산업이 될 거라는 데 확신이 있었다. 여러모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 

1999년 9월 16일자 동아일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99년 9월 16일자 동아일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현대 자금난 없을 것 대우와는 차원 달라” 이헌재 금감위장 밝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15일 현대그룹의 자금악화설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현대가 LG반도체 인수 등 사업을 확장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열분리에 상당한 진척이 있으며 자금난에 빠질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계열사 중에는 흑자회사가 많고 국제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확실하게 돈을 버는 계열사가 적은 대우그룹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1999.09.16

현대의 자금난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금감위원장은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열흘도 안 돼 현대의 자금마련은 시작됐다. 

현대전자, 반도체 1천만주 장내 매도

현대전자가 현대반도체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현대전자는 22일 오전 동시호가 시간대에 현대반도체 주식 1천만 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밝혔다. 현대전자는 현대반도체 지분 59%를 갖고 있으나, 이날 매각으로 지분율이 52%대로 떨어졌다. 

현대전자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인데 마침 주가가 높은 상태여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판 것으로 안다”며 “자세한 내용은 다음주에 공시하겠다”고 밝혓다. 

현대전자가 판 현대반도체 지분의 인수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전자 쪽은 계열사간 자전매매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1999.09.23.

현대전자가 현대 반도체 주식을 처분해 마련한 금액은 3800억 원이었다. 이와 함께 국내외에서 BW(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해 1700억 원을 추가로 마련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가 증시에서 돈씨를 말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현대자동차가 1조 원대, 현대중공업이 4000억 원대 유상증자를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현대차는 같은 해 3월에도 1조 8000억 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었다.

현대가 이 해 유상증자, 채권 발행, 해외 CB(전환사채), BW 등으로 마련한 현금은 16조 원에 달했다. 

현대는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인수대금 마련’이나 ‘현금 확보’로 해석하는 분위기였다. 

[거래소] 현대전자 “반도체만 남기고 모두 분리”

박종섭 현대전자 사장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말까지 반도체 핵심분야만 남겨두고 통신과 액정표시장치(LCD)분야 등을 분사나 매각을 통해 분리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30%에 가까운 6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현대전자는 현재 조용하지만 실질적인 시스템 차원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노조도 과감한 구조조정에 공감하고 있다”며 “당장 1/4분기 중에 회사이름이 바뀌면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올해 신규투자 규모를 1조원으로 줄일 계획"이라며 "다른 회사는 생산라인을 깔아야 하지만 우리는 라인만 업그레이드하면 될 정도로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유동성위기와 관련, "올해 갚아야할 부채총액은 회사채 3조3,000억원과 LG에 지급해야할 매입대금 4,000억원 등을 합해 모두 5조원이지만 유동성은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2001.01.17

이와중에 LG의 주력사업이던 D램의 경기 사이클이 변했다. 시장 규모 대비 D램에 뛰어든 업체가 너무 많은 게 탈이었다. 

반도체 가격 하락까지 더해졌다.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량 확대로 64Mb당 D램 가격은 1999년 10월 20달러에서 2001년 2월 3.8달러까지 폭락했다.

여러모로 상황이 안 좋았다. 2000년 하이닉스는 2조486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 뒤엔 정부가 있었다. 이번에도 산업은행이 해결사로 나섰다. 

[반도체/최대현안] 현대전자 어떻게 되나

“삼성전자가 현대전자의 지분 11.4%를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신국환 산자부 장관의 얘기가 화제다. 오죽했으면 라이벌인 삼성에 요청했을까.

현재 현대전자는 차입금이 8조4000억 원이다. 2000년 예상 매출액 9조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다. 물론 영업이익을 1조5000억 원 이상 올렸지만 차입금 때문에 순이익을 내진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돌아오는 회사채만 1조원 이상이다.

그러나 회사채는 산업은행에서 80%정도 인수하기로 결정해 일단 해결됐다. 문제는 미국의 마이크론. 세계시장에서 한국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마이크론은 산업은행의 인수 결정에 대해 ‘WTO위반’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이크론 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반도체 기업들조차 현대전자의 몰락(?)을 고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이 죽어야 자기가 사는 냉엄한 적자생존의 시대인 셈이다. 물론 한국 입장에서는 다르다. 삼성은 물론 현대까지도 한몫을 했으면 바란다. 정부는 마이크론의 'WTO위반' 운운에 대해 ‘현대전자 회사채만 인수하는 게 아니라 여러 기업에 동시에 적용되며 발행금리에도 실세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WTO위반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실제로도 위반은 아니다.

-<매일경제> 2001.01.18.

정부는 현대전자의 수출환어음(D/A) 매입한도를 8억4000만 달러에서 6억 달러 더 증액시켜줬고, 산업은행이 현대전자의 만기 회사채 80%를 인수했다. 이렇게 고비를 넘기는 듯 보였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당분간 연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2001년 3월, 현대전자는 사명을 ‘하이닉스 반도체’로 변경하며 ‘현대’라는 이름을 떼냈다. ‘해외매각이 최선’이라는 바람이 불었고, 미국의 마이크론이라는 인수후보도 나타났다. 

이쯤되니, 반도체 빅딜은 최악의 인수합병 사례로 꼽혔다. LG가 반도체를 내놓겠다고 한지 고작 2년만의 일이었다. 

그 해 8월에는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 기업으로 출범했고, 10월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가 시작됐다. 

[기업]하이닉스반도체도 계열분리

공정거래위원회는 31일 현대그룹으로부터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의 계열분리를 승인한다고 하이닉스측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1일자로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되며 재계 5, 6위권(자산규모 6월말현재 16조8000억 원)의 반도체 전문 독립기업으로 출범하게 된다.

하이닉스는 공정위가 최근 대주주의 주식변동이 없더라도 대주주가 채권금융기관에 경영권과 의결권 포기각서를 내면 계열분리를 인정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한 후 처음으로 이 시행령을 적용받았다.

하이닉스의 대주주인 현대상선(9.25%) 현대중공업(7.01%) 현대엘리베이터(1.17%)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1.7%) 등은 7월21일 보유지분(9380만주)에 대한 의결권 및 경영권 포기각서와 주식처분권을 외환은행에 낸바 있다.

하이닉스는 또 자사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투신 주식 889만주에 대한 의결권도 포기하고 주식처분권을 외환은행에 위임해 현대그룹과 지분관계를 완전 청산했다.

-<동아일보>2001.08.01.

그렇게 주인 없는 회사로 10년, 2011년이 돼서야 SK 품에 안긴다. <끝>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생각은 냉철하게, 행동은 열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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