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쌍용C&E, 귀중한 목숨 잃었는데 말장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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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쌍용C&E, 귀중한 목숨 잃었는데 말장난하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2.22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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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슬픔"이라더니…중대재해처벌법 피하려 '건설공사' 운운
냉각설비 개선공사 1000억 이상 투입된 프로젝트의 일환, 진정성 보여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쌍용C&E(쌍용씨앤이, 쌍용양회공업)가 운영하는 강원 동해 시멘트 제조공장에서 현장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쌍용씨앤이와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쌍용씨앤이 동해공장에서 시멘트 소성로 냉각설비 개선작업을 벌이던 한 협력업체 노동자가 3~4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해당 노동자는 병원으로 이송될 때까진 의식이 있었으나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쌍용씨앤이는 22일 이현준 사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유가족분들의 상심과 어려움도 깊이 통감하며 최선의 예우와 지원을 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시공사 직원의 소중한 인명이 희생된 상황에서 쌍용씨앤이 임직원 모두는 말할 수 없는 슬픔에 고개를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발주자로서 시공사 직원의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고 직후 전체 건설공사를 모두 중단하고 추가적인 안전 점검을 했다. 앞으로 있을 관계기관의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면밀하게 안전관리규정을 살펴보는 한편, 시설물 건설공사 현장에서의 안전의식 제고에도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쌍용씨앤이가 과연 진정성을 갖고 이 같은 입장문을 내놨는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 쌍용씨앤이는 이번 사고가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규 환경투자를 위해 시행된 공사로 계약 당시 건설공사로 발주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건설공사를 강조하는 건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건설공사의 경우 전체 공사금액이 50억 원을 넘어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데, 해당 공사는 약 18억 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쌍용씨앤이가 입장문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를 '협력사 직원'이나 '파트너사 직원'이 아니라 '시공사 직원'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쓴 점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참으로 의아하다. 쌍용씨앤이는 지난해 10월 미디어 초청 동해공장 투어 행사를 진행할 당시 탈(脫)석탄을 실현하고자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동해공장 설비 개선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알렸고, 특히 냉각설비 교체작업을 소개하며 소성로가 핵심 설비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홍사승 대표집행임원 회장 대신 입장문에 이름을 낸 이현준 사장은 해당 행사에 참여해 "유연탄 제로를 구현하기 위한 시설투자가 공장 곳곳에서 전개 중이다. 향후 3000억 원 이상의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즉, 사망사고가 발생한 작업은 18억 원짜리 일개 건설공사가 아니라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총 1016억 원이 투입된 '생산혁신설비투자공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봐야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쌍용씨앤이가 해당 현장에서 안전 조치 의무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는 차후 조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니 별론으로 하고, 최소한 사업장에서 귀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진정성을 내비치는 게 원청의 도리가 아닌가. 현장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하겠다며 말장난을 하고 있으니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쌍용씨앤이와 대주주인 한앤컴퍼니는 더한 사회적 지탄을 받기 전에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이번 사안에 임하고, 약속대로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사정기관과 관계당국은 이 사고가 단순 건설공사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철저히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쌍용씨앤이를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 쌍용C&E(쌍용시앤이, 구 쌍용양회공업) CI
ⓒ 쌍용C&E(쌍용시앤이, 구 쌍용양회공업) CI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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