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바다와 뜨거운 여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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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바다와 뜨거운 여름 이야기
  • 신원재 기자
  • 승인 2012.07.30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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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 아날로그>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한 기억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신원재 기자]

<486 아날로그>는 내가 한 없이 고민하던 시절 노트에 긁적였던 흔적이다. 방구석을 정리 하다 찾게 된 노트 속에는 그 시절 나를 힘 들게 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 시절의 고민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을 해봤다. 지금은 추억이 돼 버린 그때의 고민들을 늘어놓고 독자들과 함께 해봤다. <편집자 주>


화가의 꿈


水平線(수평선)이 그려진다.
하얀 햇발 아래서
푸르름만이 어우러질 널따란 물결로―

이 세상 모조리 삼키고도
하나도 뱉어내지 않는 못난 물결과
갈매기 모두 떠나간 荒凉(황량)한 모래밭에
지나간 꿈을 그릴 수 있는
초라한 화가가 되고프다.

하늘을 그릴 수 있으나
自畵像(자화상)을 그릴 수 없는 화가는
밤을 그린다.

나의 그녀는 하늘 가까운 곳에 사는 탓에
날카로운 波線(파선)의 감촉은
물결로 만져 보지도 못하고

詩人(시인)이 되려다 만 이에게 소라빛 엽서를
띄우고 싶을 게다.                                             85년 진한 여름 어느날                         


詩를 읽으며…

85년은 특별한 해였다. 2‧12 총선을 통해 전두환 정권을 향한 ‘직선제 개헌 투쟁’을 시작하던 때다. 대학가는 그야말로 피투성이였다. 미문화원사건과 민정당연수원 점거사건으로 학생들이 무더기 구속됐다. 전두환 정권은 학원과 야당과 합세한 ‘직선제 개헌 투쟁’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고대앞 사건으로 야당 의원들을 입건했다. 서울대 헌법토론회에 참가한 재야정치인과 야당의원 보좌관 등이 구속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많은 학생들의 시국 걱정에도, 청춘은 낭만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같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가는 젊은이들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

85년 진한 여름 어느날 그 시국에 대한 고민을 잠시 뒤로한 채 충돌하던 청춘과 시대의 시기에 긁적였던 기억이다.

여름은 누구에게나 갈망의 계절이다. 괜한 동경심은 방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림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늘 갈망에 머무르고 아쉬워하던 시절. 화가에 대한 동경으로 늘 바다가 보고 싶었으나 바다를 찾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기도 했다.

덥다. 예전에 드물던 열대야가 요즘은 매일이다. 이제는 시원한 바다를 만끽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두려운 파도와 바다에 한 발짝 물러나 보기만 할 뿐…

그러나 이번 여름은 바다로 출발 하자. 그때처럼 세상 고민을 뒤로한 채 ‘날카로운 波線(파선)’을 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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