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신문 보기] 되돌아보는 중남미 ‘포퓰리즘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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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신문 보기] 되돌아보는 중남미 ‘포퓰리즘의 덫’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2.02.25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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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개치는 아르헨티나 페론주의…결과는 디폴트 9번 선언
차베스 포퓰리즘 답습한 마두로 정권…국민 75% 극빈층
브라질,재정적자 축소하려고 정부회계 조작에 탄핵까지
대선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남발에 대한 전문가들 충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판별력을 높이고, 차기 정권의 재정운용 계획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고자 중남미 포퓰리즘을 짚어봤다ⓒ시사오늘 김유종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판별력을 높이고, 차기 정권의 재정운용 계획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고자 중남미 포퓰리즘을 짚어봤다ⓒ시사오늘 김유종

지난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여파로 지난 2년간 재정적자가 100조 원을 넘어섰고, 국가채무는 240조 원으로 불었다. 여기에 지난 22일 한국은행은 2021년 말 기준 가계 신용잔액은 1862조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002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다. 국가, 가계 모두 사상 최대 규모의 부채를 지게 된 가운데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0월 한국 경제성장이 향후 10년 안에 멈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경제위기가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지난 21일 약 17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며 재정적자의 폭을 확대했다. 게다가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은 서로 비슷한 선심성 공약을 내놓으며, 집권 후에도 포퓰리즘 정책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이에 <시사오늘>은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판별력을 높이고, 차기 정권의 재정운용 계획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고자 중남미 포퓰리즘 역사를 되짚어봤다.  

 

1990년대 초반 세계 5대 부국 아르헨티나…페론주의로 재정파탄 후 쿠테타 실각


축구스타 마라도나와 메시의 나라이자, 탱고와 와인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소고기는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자랑이다. 남부 지역에 광대한 팜파스 초원이 있어 대규모 농업과 축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농업과 축산업을 바탕으로 아르헨티나 경제는 성장했고, 1900년대 초반에는 세계 5대 부국으로 부상했다. 산업혁명 이후 늘어난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유럽이 각종 곡물과 고기를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하면서다. 이로부터 43년간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평균 6%에 달했다. 

그러나 1946년을 기점으로 경제 상황을 달라졌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페론주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페론주의란 1946년 집권한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이 추진한 이념이다. 그는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줘라"라는 기조 아래 무상복지 확대와 과도한 임금인상 등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1947년 실질임금은 25%나 인상됐고, 공공지출도 폭증했다. 페론 집권 2년차인 1948년 정부지출은 GDP 대비 40%를 넘어섰다.

페론 대통령의 현금살포 정책은 산업기반의 생산성을 높이고, 빈곤율과 빈곤격차를 줄이는 단기효과는 있었다. 그러나 재정은 곧 파탄이 나고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때문에 1955년 페론은 군부 쿠테타로 실각했다.

 

페론 실각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페론 실각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독재자 페론 실각, 구년간의 공포정치에 종지부

"구년간의 독재자 도밍고 페론은 19일 밤 실각했고, 아르헨티나 전국민은 그것을 기뻐했다. 페론의 철권정권은 지난 16일 폭발된 육해군의 반란에 직면해 지리멸렬했다."

<동아일보> 1955.9.21 

 

실각 후에도 활개치는 페론망령…계승되는 페론주의


 

그러나 후대 권력자들도 페론주의를 답습하면서 아르헨티나 경제는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페론의 망령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페론의 망령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페론의 공적은 첫째 근로계급 지위향상, 둘째는 토지개혁, 셋째 외국자본의 국유화, 국가기업의 육성을 통한 경제적 독립을 촉진시킨 것이다. 폐론의 정권 하에서 아르젠틴의 700만 노동자들은 △유급휴가 △주40시간제 △퇴직금, 노령연금 △부당해고로부터의 보호 △산전 후 휴가제 등의 혜택을 받았다.

오늘날 페론은 망명했으나 페론의 망령(亡靈)은 아직도 아르젠틴의 데스카미사도(노동자계급) 마음 속 깊이 살아있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번 증명됐다. 폐론파의 당선을 무효화시켰으나 총유권자의 삼분의 일이나 되는 페로니스타들을 앞으로 영원히 불법화할수는 없을 것이다."

<동아일보> 1962. 04.09

 

페론의 망령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페론의 망령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월 10%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국민들은 공공시설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르자 노동-사회보장법을 제정했던 페론당에 강한 향수마저 느끼고 있다.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출근 열차 운행이 중단하고, 우체국과 전화국이 수주일째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페론 당의 대통령 후보 카를로스 메넴은 국민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선거공약들을 발표하고 있다. 메넴은 자신이 집권할 경우 노동자 및 공무원들의 임금인상과 대폭적인 세금감면 등을 실시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조선일보> 1988.12.10 

 

페론주의가 남긴 것…1990년 3월 아르헨티나 물가 1만2000%


 

1990년대 아르헨티나 물가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1990년대 아르헨티나 물가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아르헨티나 작년 1년간 물가상승률이 세계최고인 1만200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가통계국이 지난 9일 발표했다. 이 같은 엄청난 물가폭등으로 2월 중 도시근로자의 생활비와 물가도 각각 평균 61.6%, 100%로 치솟았다.

국가통계국은 5대 긴축계획에도 계속되고 있는 물가폭등의 주요인이 정부의 예산적자, 통화 등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88년에도 5000%의 물가상승률을 경헌한 바 있는데 이같은 경제위기로 생필품 약탈과 폭력이 난무하는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 매일경제>1990.03.10

 

아르헨 금융위기 폭탄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아르헨 금융위기 폭탄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올해 1월 브라질의 레알화 폭락 이후 아르헨티나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브라질의 값싼 농산물이 수입되고, 반면 주력 품목인 자동차 수출이 막혀버려 재정적자가 애초 통화기금과의 합의치보다 2배 이상 늘어난 51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기금도 파탄상태에 직면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은 제로 성장을 기대했으나 전문가들은 -2.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제위기를 지휘할 조타수가 없다. 10월 대선을 앞두고 카를로스 메뎀 대통령은 이미 지도력을 상실한 상태이다.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여야 대선후보들은 이번 사태처럼 당장 표를 얻기 위한 인기 발언에 연연하고 있다. 브라질 경제위기가 지난해 10월 대선을 앞두고 악화된 것처럼, 아르헨티나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한겨레> 1999.7.15

 

2000년대 진입 후에도 변화없는 아르헨 경제… "국민들, 무상복지와 과도한 임금인상에 중독돼"


아르헨티나 100 페소 지폐 ⓒ로이터=연합뉴스
아르헨티나 100 페소 지폐 ⓒ로이터=연합뉴스

2000년대 들어선 이후 아르헨티나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페론주의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며 계승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수 대통령 부부는 국영화, 복지확대 등 페론 전 대통령의 포퓰리즘을 답습했다. 우선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외국 자본으로 자립하는 경제를 만들겠다면서 2003년 우체국, 2004년 철도 2006년 상하수도 2008년 항공사까지 국영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민간산업은 활력을 잃었고 공공부문은 비대해지고 부패했다.

남편을 뒤이어 집권한 크리스티나 정권 역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했다. 그는 공무원 수를 2배로 늘렸고, 연금지급 조건을 완화해 2016년 연금수급자 수는 800만 명에 도달했다. 2011년 2054년 달러였던 아르헨티나 국가부채는 2016년 2955달러로 상승했다.

포퓰리즘에 신물이 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2015년 마우시리오 마크리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2019년 대선에서 또 다시 페론주의를 답습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를 선택했다. 경제학자들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현재 현실이 포퓰리즘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무상복지와 과도한 임금인상에 중독됐다며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들은 또한 이러한 국민들의 속성을 잘 아는 대통령들이 포퓰리즘 정책을 반복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끊기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는 1958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횟수가 30차례에 달하고, 9번의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지난달 말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와 약 53조 원 규모의 채무조정안에 대해 합의를 봤다. 그러나 지난 9일 아르헨티나 정부와 IMF의 채무조정합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를 주도한 노동자단체 대표인 셀레스테 피에로는 AP통신에 "지금 국민 40%가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다. 추가 구조조정은 더 많은 가정을 빈곤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퓰리즘로 붕괴된 아르헨티나 경제로 국민들이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때 세계 4위 경제대국…석유 의존하는 단순 경제구조, 유가폭락으로 파탄나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EPA=연합뉴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EPA=연합뉴스

지난 16일 1998년 인기 힙합그룹 원타임 출신 송백경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나라가 베네수엘라 되는 꼴 못본다. 3월 9일 대한민국의 정상화"라며 "윤석열 후보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송 씨가 언급한 베네수엘라는 포퓰리즘으로 극심한 경제난과 인플레이션 폭증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베네수엘라인은 경제난을 견디다 못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탈출했다. 2018년 12월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는 "내년까지 고국을 떠나는 베네수엘라인들이 53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IOM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이미 330만 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정치·경제와 기타 이유로 고국을 떠났다

베네수엘라는 석유매장량 세계1위로 석유수출 호황으로 한때 세계 4위 경제대국이었다. 고유가에 힘입어 1970년대 후반에는 1인당 GDP가 남미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석유 값이 몇년 후 폭락하자 큰 타격을 입었다. 민생파탄과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시위가 빈번했다. 1992년 당시 베네수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겨우 하루 한끼를 때울 지경이었다.

이에 군인 출신이었던 우고 차베스는 부정부패 척결과 복지확대라는 슬로건을 내밀며 빈곤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1998년 12월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00년 초반이었던 당시 치솟는 고유가 덕분에 차베스 정권은 대량의 석유를 팔아 큰 돈을 벌어들였다. 석유로 벌어들인 이른바 오일머니로 차베스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저가주택 등 각종 혜택을 베풀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자신의 지지층 기반을 공고히 하며 2013년 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대통령을 4번 연임했다.

하지만 석유수출 외 내세울 별다른 산업이 없던 베네수엘라는 2008년 유가가 급락하자 곧바로 경제파국을 직면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국영 석유회사의 부채를 막아주고, 지지층을 유지하기 위한 무상복지 정책 추진을 위해 무분별하게 화폐를 찍어냈다.

 

차베스 포퓰리즘 답습한 마두로 정권…2018년 9월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 49만% 육박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 찾는 베네수엘라인 ⓒAP통신=연합뉴스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 찾는 베네수엘라인 ⓒAP통신=연합뉴스

차베스 이후 2013년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로도 차베스처럼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그의 포퓰리즘을 계승했다. 그는 화폐를 무작위로 찍어냈고, 그 결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베네수엘라 국회 "5월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 2만4000% 넘어" <연합뉴스> 2018.06.12
베네수엘라 국회 "6월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 4만6000% 넘어" <연합뉴스> 2018.07.10
경제난 베네수엘라 9월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 49만% 육박 <연합뉴스> 2018.10.09                                             

"베네수엘라 내년 물가상승률 10,000,000%" <연합뉴스> 2018.10.09
베네수엘라 화폐개혁 무용지물…커피값으로 본 물가상승률 15만% <연합뉴스> 2018.11.13

 

베네수엘라 1분기 경제성장률 -12%…12분기째 감소

"베네수엘라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2%를 기록했다고 엘 나시오날 등 현지언론이 의회를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우파 야권이 장악한 의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이날 경제성장률이 12분기 연속 감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13년 4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당선된 후 누적 경제성장률이 -42%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경제가 파탄 나자 약 3년 전부터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각종 경제지표 발표를 중단했다."
<연합뉴스> 2018.07.12

 

베네수엘라, 브라질 국영은행 채무 2억7000만 달러 부도

심각한 정치·경제·사회적 위기에 빠진 베네수엘라가 브라질 국영은행에 대한 채무를 부도냈다. 20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브라질 국영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에 대한 채무 9억100만 헤알(약 2억7천363억 달러)을 상환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2018.03.21

 

먹을 것 없어 전 국민 몸무게 11% 이상 줄어…반(反)정부시위로 한 나라에 두 대통령 탄생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국민의 대부분이 먹을 것이 없어 전 국민의 몸무게가 11% 이상 줄어들어 마두로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마두로 다이어트'라는 말까지 생겼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마두로는 2018년 5월 재선에 성공하며 2019년 1월 대통령에 취임했다.

2019년 1월 23일,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열리며 정국이 혼돈에 빠졌다. 당시 정권 퇴진운동 선봉에 선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하고 시위대를 이끌었다. 베네수엘라는 아직도 한 나라에 대통령이 두 명인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경제위기 역시 여전히 지속되며 국민 4명 중 3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베네수엘라 안드레스 베요 가톨릭대 연구팀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21 국가생활수준조사'에 따르면 극빈층 인구 비율이 76.6%로, 작년 조사보다 8.9%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조사에서 베네수엘라의 빈곤율은 94.5%로 나타났다. 사실상 국민 대부분이 빈곤층인 셈이다.

 

브라질, "사내아이를 낳으면 축구선수를 시키고, 그렇게 안되면 공무원을 만들라"…공무원 급여, 민간기업보다 높아


브라질, 재정적자의 큰 원인은 90%에 달하는 경직성 경비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브라질, 재정적자의 큰 원인은 90%에 달하는 경직성 경비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브라질 경제위기는 금융부문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부문의 실패(재정적자)에서 연유한 것이란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지난 94년까지 균형을 유지하던 브라질 재정은 95년부터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재정적자를 낸 가장 큰 원인은 90%에 달하는 경직성 경비지출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1778억 7100만 레알(브라질 화폐 단위) 가운데 사회복지지출이 30%, 인건비 26%, 지방정부이전 16%, 중앙정부이자 15% 등 경직성 경비가 90%에 육박했다.

특히 공무원 급여는 기가 막힐 정도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공무원 급여는 민간기업 직원보다 30~50% 높다. 95년을 기준으로 브라질 공무원 수는 전체 노동인구의 9%에 불과하지만 보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나 된다. 연금의 적자규모도 지난해에 422억 달러로 GDP의 5%, 재정적자 총액의 3분의 2에 달한다.

특히 공무원 연금은 전체 연금지출액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공무원 개인의 연금수령액도 일반인보다 평균 8배나 많다. 브라질에서 사내아이를 낳으면 축구선수를 시키고, 그렇게 안되면 공무원을 만들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다.

<매일경제 >1999.01.26 

 

재정적자 축소하려고 정부가 회계조작…그 말로는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 탄핵


호세프 브라질 전 대통령 ⓒ브라질포털UOL=연합뉴스
호세프 브라질 전 대통령 ⓒ브라질포털UOL=연합뉴스

그렇다면 2000년대 이후 브라질의 재정적자 폭은 축소되면서 상황이 개선했을까.

LG경영연구원이 2016년 4월 발행한 보고서 <중남미, 극단적 위기보다 회복 기반 약화가 더 문제>에 따르면 브라질 재정적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났다. 보고서는 "브라질의 경우, 2008~2012년 평균 GDP 대비 2.6%에 그쳤던 재정적자가 2015년에 9.3%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지출 규모가 커도 그 예산이 성장잠재력 확충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예산구조를 살펴보면, 총 예산의 45% 정도가 부채 상환과 이자 지급을 위해 쓰이고, 사회보장과 사회적 지원을 위한 고정 지출이 각각 22%, 28%에 달한다. 즉, 브라질 정부가 재량적으로 쓸만한 예산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지난 2016년 8월 발행한 <위기의 브라질, 근본적 원인과 향후 전망>에 살펴보아도 브라질 경기침체는 지속되고 재정적자는 확대됐다. 브라질 경제는 2014~2016년 동안 GDP 성장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민간소비와 투자가 모두 크게 위축했다. 구체적으로 2014년, 2015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0.1%, -3.8%를 기록하는 등 1930년대 이래 최악의 경제 부진 상황을 겪었다.

이처럼 내수부진 등 경기침체 지속으로 정부 수입이 감소했으나, 연금이나 의료 비용 등 정부지출을 쉽게 줄이지 못하면서 재정적자는 확대됐다. 때문에 2015년 정부부채는 GDP 대비 70%를 초과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브라질의 경제 위기로 시작한 사회적 불만·정치 불신이 극도로 심화되면서 당시 집권했던 호세프 대통령은 실각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높은 국민 인기를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과거 연립 여당이었다가 탈퇴한 PMDB와 야당은 호세프 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국영 은행을 통해 20조 원을 대출받아 실업보험, 저가주택 공급 등의 정책 추진에 사용한 혐의로 탄핵을 추진했다.

PMDB는 이러한 행위를 재정적자 축소와 은폐를 위한 불법 행위라고 간주하고 탄핵안을 발의했다. 호세프는 이러한 관행이 재정건전성을 높일 목적으로 지난 15년간 해왔던 일이며, PMDB와 야당은 충분히 인지하고 문제를 삼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브라질 상원은 2016년 8월 31일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1대 반대 20으로 가결했다.

 

보우소나르 현 브라질 대통령, 경제학자가 지목한 재정지출의 주범…대선 앞두고 포퓰리즘 남발


보우소나르 현 브라질 대통령 ⓒ브라질 국영TV=연합뉴스
보우소나르 현 브라질 대통령 ⓒ브라질 국영TV=연합뉴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된 이후 미셰우 테메르 권한대행에 이어 집권하게 된 자이르 보우소나르 현 대통령 역시 포퓰리즘을 남발하며 브라질 경제를 파탄내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2019년 1월 취임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재정지출 확대가 경제를 악화시킨 주범으로 지목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취임 당시 재정지출의 약 44.5% 비중을 차지했던 연금제도를 개혁하며 재정적자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2021년 연금을 위한 재정지출의 비중은 오히려 45.5%로 증가했다. 여기에 브라질 연방정부는 빈곤층 생계비 지원액을 월 190 헤알에서 400 헤알(약 8만 4500원)로 올리고, 화물운임 인상과 경유 가격 안정을 요구하는 트럭 운전사 75만 명에게도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 4일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전국 공립학교 교사들의 최저임금을 33.24% 인상하는 안에 서명했다. 야권은 "대선을 겨냥한 무책임한 선심성 지출"이라고 반발했고, 지방정부들은 "최저임금을 33% 올릴 법적 근거가 없다"며 행정소송 제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또한 '대선 포퓰리즘'이 재정 악화에 그치지 않고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올해 브라질 경제가 '제로 성장'에 가깝거나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했다.

 

한국에서 재현되는 포퓰리즘…전문가들의 충고


"영민한 정치인들은 당신이 가난하고 절망에 빠지고 고통스러운 것은 구조적 요인에 의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소곤거린다. 그들은 대중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스스로 해결사를 자임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성적 미화, 엘리트에 대한 적대적 증오에 기초한 이분법적 대립구도 형성이 그들이 즐겨 활용하는 프레임이다. 이 낡은 수법은 신기하게도 늘 진가를 발휘해왔다. 영민한 정치인들은 이렇게 자신의 정치적 지지라는 소득을 챙겨왔다"

"탈무드에 나오는 '남의 자비에 의존하느니 차라리 가난을 택하라'는 지혜를 반추해본다. 탈무드는 자비를 폄하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의 존엄과 자조를 강조한다. 재산을 잃으면 반을 잃는 것이지만, 존엄과 자존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손쉽게 얻어지는 것이 몸에 좋을리 없다. 사라져버리는 자산, 사라져버린 수요를 정부가 대신 공급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경제를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가는 있게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그 대가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불황에서 남은 게 정부의 부채뿐이었듯이 말이다."

-최승노 고려대 경제학과 박사-

"무상복지는 한번 확대하면,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도, 절대 축소할 수 없는 비가역성이 있다. 앞으로 통일에 대비해서 보편적 복지로 가면 안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확대된 무상복지와 함께, 북한주민들에 대한 복지를 추가적으로 지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결국 국민들의 조세부담을 높이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국가부채를 통해 재정을 확충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무상복지로 두배이상의 세금부담을 감당해야 하는데, 북한주민을 위해 추가로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면,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져 경제구조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결국 복지지출로 인한 과도한 세금부담으로 경제주체들의 근로 및 생산의욕이 떨어져,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경제가 후퇴하는 불행을 겪게 될 것이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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