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뿔나자…유통·식품업계, 주주친화정책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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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뿔나자…유통·식품업계, 주주친화정책 쏟아내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2.02.2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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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금 확대·자사주 매입 등 주주 달래기 나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CJ제일제당, 삼양식품, 이마트 CI ⓒ각 사
CJ제일제당, 삼양식품, 이마트 CI ⓒ각 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유통·식품업계가 주주 친화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데 따른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주된 이유는 성난 소액주주 달래기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식품업체들은 최근 적극적으로 배당정책, 자사주 매입 등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데 따른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은 대한통운을 제외하고 15조744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자회사인 CJ대한통운 실적을 제외하고 CJ제일제당의 매출이 15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제일제당은 2021 사업연도 배당금을 전년보다 1000원 올린 주당 5000원(보통주 기준)으로 결정했다. 배당 총액은 802억 원으로 전년비 25% 늘었다. 오는 2023년까지의 중기 배당정책도 공개했다. 배당금 증액과 배당원칙 공개를 통해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부터 식품업계 최초로 분기배당을 시행하고,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할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8일 열린 이사회에서 자기주식 매입, 배당금 상향, 전자투표제도 도입을 확정했다. 먼저 70억 원을 들여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2021년 기말 재무제표 기준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결정됐다. 삼양식품은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식가치를 제고하고, 매입한 자사주를 향후 임직원의 성과 보상 방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배당금 규모도 늘렸다. 2021년도 기말 배당금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년도 800원에서 200원 인상된 1000원으로 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75억3000만 원으로 배당성향은 13.4%다. 배당금은 주주총회 결의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지급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4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삼양식품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한 1928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217억 원, 당기순이익은 175억 원으로 각각 37.4%, 129.8%씩 증가했다.

이마트는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이마트는 지난 25일 100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취득예정 주식수(100만주)는 이마트 발행주식 총수의 3.6%이며, 24일 종가(12만1500원)기준 약 1215억 원이다. 취득 기간은 오는 5월 25일까지로 장내매수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이마트의 자사주 매입은 2019년 8월(90만주) 이후 2년 반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자사주를 매입하게 된 배경은 최근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보다 과도하게 하락해 ‘주가 안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이마트 주가는 25.7% 하락해 현재 13만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미래 기업가치 향상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회사는 앞으로도 온·오프라인 융합,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전략적 자산 재배치 등 미래 성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주주 이익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는 핵심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CJ ENM 물적분할 논란 과정에서 뿔이 난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는 동시에 오너일가에게 경영권 승계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그룹 차원의 배당 확대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전년 대비 15% 가량 증가한 294억 원의 배당금을 받게 되며, 그의 자녀인 이선호 경영리더, 이경호 부사장은 각각 46억 원, 34억 원을 거머쥐게 된다.

삼양식품과 이마트도 오너일가를 향한 주주들의 불만을 불식시키는 게 주주친화정책 강화의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 삼양식품 주주들은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배우자인 김정수 부회장이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복귀한 데 이어, 이번엔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이마트 주주들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야기한 '멸공' 논란으로 주가가 하락했다고 보고 경영진을 성토한 바 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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