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게 출발했는데’…건설업계, 연이은 악재에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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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게 출발했는데’…건설업계, 연이은 악재에 ‘당혹’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2.28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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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원자재가↑, 우크라이나 사태까지…국내외 경영환경 악화
"수익성·안정성 불확실성 커져…보다 신중한 경영자세 견지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2022년을 기분 좋게 출발했던 국내 건설업계에 최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해외수주 환경까지 불투명해져서다. 

2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 동월 대비 30.8% 늘어난 34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수주가 전체 수주의 98%를 차지했다.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유가 상승, 아시아 인프라 수요 확대로 전년보다 4.6% 증가한 32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국내 수주 현황도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벌써부터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1조 원 클럽에 가입한 대형 건설사가 2곳이나 된다. GS건설은 현재 총 1조5000억 원 가량의 프로젝트들을 수주했으며, 현대건설도 최근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확보하며 약 1조6000억 원의 수주고를 달성했다.

이밖에도 DL이앤씨(구 대림산업), HDC현대산업개발,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 롯데건설 등이 올해 마수걸이 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했으며,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은 연초부터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따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표정은 썩 밝지 않은 모양새다. 금리와 원자잿값 인상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해외사업 불확실성마저 확대됐기 때문이다.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지난 18일 국내 100대 건설사와 중견 건설업체에게 공사대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단체행동에 들어가 다음달부터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들이 계약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명분은 건설자재 가격이다. 연합회는 골조공사에 들어가는 철물, 합판 등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50% 가량 올랐고, 각종 잡자재가와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며 이 같이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시 원청 건설사들의 원가율은 자연스레 악화된다.

우리나라 건설업계에 호재로 분류되는 국제원유가 상승도 이젠 건설생산비용 부담으로 다가오는 양상이다. 과거에 비해 중동 수주 비중이 크게 떨어진 데다, 유가 자체가 올라도 너무 올라서다.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중실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찍은 실정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중동 수주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건설생산비용 증대로 인한 매출원가 상승이라는 부정적 효과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금리 인상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에게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우려가 깊은 분위기다. 러시아는 최근 우리나라 건설업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수주 시장 중 하나다. 지난해 국내 업체들의 러시아에서 따낸 수주 규모는 약 17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배 가량 증가했다. 당장 직접적인 피해도 예상된다. DL이앤씨,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등 러시아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업체들은 공사비 수령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어서다.

특히 건설업계가 걱정하는 건 이번 전쟁의 장기화다. 앞서 해외건설협회 등이 전망하듯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 증가가 기대되는 이유는 아시아 인프라 수요 확대인데, 전쟁이 길어지면 러시아가 아시아 내 우방국들과의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일감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건설사들이 많은 해외수주를 따낸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은 전통적으로 친러 성향이 강한 국가로 분류된다.

이처럼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연초 수립한 실적 목표를 이미 변경한 업체가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신규수주와 영업이익 목표를 지난해보다 높게 잡았는데 내부적으로는 벌써 수정한 상황"이라며 "경영진들 사이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빈재인 연구원은 "2022년은 미국 경제의 정상화로 인한 금리 상승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유가격 상승 영향으로 고금리, 높은 원자재 가격 등이 전망되고 있다"며 "성장성 저하 우려 속에서 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전망으로 건설기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보다 신중한 경영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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