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㉚]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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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㉚]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2.03.06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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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 위력 엄청나
악플 폐해, 자살로 줄이어
비난 대신 칭찬과 격려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말의 홍수 시대다. 옛말에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등등, 유사 이래로 말과 관련된 속담이 많다. 그만큼 인간사에서 말이 갖는 위력이 엄청나다.

요즘은 대면해서 직접 행해지는 경우보다 SNS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험담이나 욕설 또는 비방이 더 보편화하여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다.

언어폭력과 악플은 피해 당사자를 벼랑끝으로 내몰아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만든다. ⓒ연합뉴스
언어폭력과 악플은 피해 당사자를 벼랑끝으로 내몰아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만든다. ⓒ연합뉴스

언어폭력이 판치는 세상

교육부에서 실시한 학교 폭력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물리적인 폭력보다 언어폭력이 35.6%로 가장 많았고,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사이버 폭력이 8.9%로 그 빈도가 점점 증가 추세로 나타났다.

인터넷 기사엔 늘 긍정적이고 칭찬이 담긴 따뜻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매사에 불평, 비난 그리고 부정적인 심지어는 폭력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전문가에 의하면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 중에는 자기 과시형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비판적인 시각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나타내며 관심을 끌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이고 악플 또는 욕설을 하는 사람들은 일시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공격적인 표현으로 쏟아버리기 때문에 자기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막아버리게 된다. 결국 자신도 인격 형성이나 도덕성 함양에 피해를 보게 된다고 한다. 이에 반해 타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고 칭찬을 하면 자신의 정신 건강과 자존감 증진에 크게 도움이 된다.

남에 대한 험담과 칭찬의 빈도 그리고 그에 따른 자존감과의 연관성을 조사가 진행된 경우가 있었다. 그 결과 다른 사람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았지만 다른 사람을 칭찬하거나 좋은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매우 높았다고 한다. 즉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악플 피해자, 극단적 선택으로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키보드 워리어에 의한 악플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더군다나 악플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많은 대중 스타들이 악플로 고통을 받다 세상을 떠났다. 고(故) 최진실은 2008년 향년 40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최진실은 이혼 후 자녀에 대한 악플이나 사채설 루머 등으로 고통받으며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외에도 배우 이은주, 배우 정다빈, 그룹 SG워너비 출신 채동하 등도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는데, 무분별한 악플이 주된 우울증의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2019년 가수 설리, 구하라에 이어 2020년과 2021년에도 배구선수, 유튜버들이 지속적 온라인 폭력에 고통을 호소하다 생을 마감했다.
 
특히 설리와 같은 아이돌 출신 가수들은 어린 나이 등으로 악플에 더 취약하다.

소녀시대 태연 등 악플로 인한 우울증을 고백하거나 악플 피해를 호소했던 연예인은 셀 수 없이 많다. 방송에 출연하거나 이슈가 생기면, 관련 기사가 나오고 그 기사에 악플이 달리는 식이다. 게다가 방송에 나오는 비연예인이나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악플의 대상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악플 제재 불가능한가

최근에는 소속사 측에서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로 ‘악플러’를 고소하며 강경 대응하는 추세다. 연예인 스스로 개인 SNS를 통해 경고하거나, 소송 의지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악플을 직접 캡처해 공개하며 심각성을 알린 스타들도 많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적극적인 대처만으로 악플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 악플을 남기는 불특정 다수를 모두 고소할 수도 없는 데다 대중 스타로 이미지를 중시해 선처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악플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던 유명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면서 도 넘은 악플러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악플러들을 강경 처벌해 달라는 공분이 들끓고 있다. 이렇듯 악플은 피해 당사자의 목숨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악플 처벌 강화 등 특단의 조치가 매우 시급하다.

특히 소속사가 나서서 악플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해주는 연예인과 달리, 유튜버나 프로선수들도 연예인처럼 관심을 받으면서 과도한 악플로 인해 심리적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다만 이들이 소속된 구단과 플랫폼 기업들이 이들을 적극 관리하고 인격을 보호해주는 시도나 장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한계다.

국회에서 일명 '설리 법' 등 수차례 발의된 각종 악플 방지법들은 위헌 논란과 무관심 속에 여전히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고 실제 국회에서 결과물로 탄생한 법은 하나도 없다.

법안을 발의한 한 의원실은 "솔직히 말하면 사건 당시에만 관심을 받다가, 시간이 지나고 관심이 가라앉으면서 논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입장이다. 안타까움을 표하며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하지만 그때뿐이다. 그러는 사이 이미 수차례 안타까운 생명이 스러졌다.

전문가들은 단순 악플이 아닌 집단적인 온라인 학대, 폭력 행위에 대한 제재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액과 양형기준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라고 조언한다.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피해가 큰 만큼, 현재 1000만 원 수준에 그치는 민사상 손해배상액을 징벌적 성격으로 높이거나 형사법상 양형기준을 높이는 방법 등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서울동물원에 초청된 긍정적 강화훈련(Positive Reinforcement Training) 전문가 게일 라울씨가 코끼리를 훈련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서울동물원에 초청된 긍정적 강화훈련(Positive Reinforcement Training) 전문가 게일 라울씨가 코끼리를 훈련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부정보다 긍정으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절찬리에 팔리며 대한민국에 칭찬 릴레이를 불러일으키던 시절이 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라는 말은 칭찬의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일 것이다. 이 저서가 최근까지  스테디셀러로 100만 부를 훌쩍 넘는 판매 실적을 보면, 사람들은 여전히 칭찬에 목이 마르고 타인에게 비난받기를 싫어하는지 알 수 있다.

위의 긍정적 강화훈련은 동물에게 체벌이 아닌 먹이와 칭찬 등 긍정적인 자극을 통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기대했던 행동과 반응을 끌어내는 훈련법이다.

동물 공연장에서 몸무게가 5000파운드가 넘는 범고래를 훈련시켜 수면 위로 솟아올라 줄을 넘어 점프할 수 있게 하는 비결이 항상 고래를 칭찬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범고래의 공연을 멋지게 볼 수 있는 것은 고래를 대하는 조련사의 긍정적인 태도와 칭찬 때문이다.

동물도 이럴진대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어떨까. 세상에 태어나 영유아기부터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학창 시절 선생님께서 해주신 칭찬과 격려 한마디는 그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고 지탱해준다. 그만큼 한 사람이 인격적인 객체로 자라기 위해서는 많은, 다른 사람의 긍정적 피드백이 중요하다.

고래도 춤추게 한 칭찬은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출발점이 된다. 칭찬은 이렇게 고래도 춤추게 하고 칭찬하는 사람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부정적인 말이나 비판적인 댓글보다 칭찬 먼저 하고 볼 일이다.

이솝 우화 '해와 바람'이 던지는 메시지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언론에 노출되는 자극적인 기사의 헤드라인은 대중의 이목을 아주 쉽게 끈다. 자극적인 표현과 부정적인 어감은 우리 뇌에 더 깊게 남을 뿐만 아니라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쉽게 상대방에게 전이된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말말말, 정치권에서 치열한 경쟁은 도를 지나쳐 국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수위를 넘나드는 막말과 상대 흠집 내기 공방이 치열하다.

그만큼 현재 우리 사회는 갈등 문제가 심각하다. 세대갈등, 젠더 갈등, 계층 갈등 등 수없이 많은 갈등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조금씩 줄이기 위해서는 한 마디의 칭찬만큼 가성비 높은 대인관계 스킬이 있을까 싶다.

사람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따스한 칭찬밖에 없다는 말도 있다. 이솝 우화에서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태양이었던 것처럼.

따라서 우리 사회가 갈등 문제를 해결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상대방을 인정해 주고 작지만 최선을 다한 모습을 칭찬해 주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아마도 고래처럼 춤추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섣부른 칭찬은 오히려 듣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진정성이 없이 건성으로 하는 칭찬, 마음이 담겨있지 않아 보통 '영혼 없는 칭찬'이라는 말 많이 하는데, 영혼을 가득 담아서 칭찬하는 게 우선이다.

입시라든지 성취나 성공 중심의 사회라고 한다면 사실 많은 사람이 위축되거나 부적응을 경험할 가능성이 많고, 특히 청소년의 경우에는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이에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는 우리 사회 문제를 이런 청소년들이 '낙담'해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외부 칭찬이나 격려가 부족하니까 위축되고 낙담하는 게 문제라고 평가했다.

칭찬과 격려를 하게 되면 낙담한 사람에게 첫 번째는 용기를 북돋아 주고 두 번째는 어려운 문제를 접했을 때 문제 해결 능력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넌 할 수 있어

Take easy,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 이런 것도 칭찬의 한 일종이 될 수 있다. 상대방에게 향하든 자신이든 엄지 척하는 제스처 역시 효과적이다.

낙심하고 우울해질때 듣는 노래가 있다. 어려움에 직면하여 용기를 고취시키고 일어설 힘이 필요할 때 말이다. 타인의 칭찬이 아니더라도 셀프 칭찬이 중요하고 위기의 순간에 필요하다. 이제 스스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던지는 노래를 끝으로 일상의 내일로 향한다. 다시 한 번 으싸으싸 하며 닥치는 거센 세파를 견뎌 보자.

넌 할 수 있어/강산에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다 지난 일이야

후회하지 않는다면 소중하게 간직해
언젠가 웃으면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너를 둘러싼 그 모든 이유가
견딜 수 없이 너무 힘들다 해도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 있으니

어려워마 두려워마 아무것도 아니야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 보는 거야
세상이 너를 무릎 꿇게 하여도
당당히 니 꿈을 펼쳐 보여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이 있으니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이 있으니
굴하지 않는 보석같은 마음이 있으니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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