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㉛] 삶과 사랑은 일기예보를 타고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일상스케치㉛] 삶과 사랑은 일기예보를 타고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2.03.13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기상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과 로맨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인생에서 일기예보처럼 기상청이 있어 미리 알려줄 수 있다면, 실패를 줄이고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 대부분 사람들의 매일 일과를 챙기는 시작은 그날의 일기예보에서 비롯될 것이다. 나 역시도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을 내다보고 습관적으로 일기예보를 검색한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또 날이 맑을지, 비가 오지 않을까 눈이 내릴까를 살핀다. 일상을 끌어가는 일거수일투족이 날씨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가 비가 오면 소금 파는 아들 걱정에, 맑으면 우산 파는 아들 걱정을 하며 두자식 걱정에 하루도 근심 걱정이 없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이에 지나가는 나그네가 한마디 거들었다 하는데 "세상만사는 생각하기 나름인데 안되는 쪽만 생각하면 한없는 걱정이 오지만 잘되는 쪽을 생각하면 한없는 기쁨이 오는 법"이라고.

그렇게 마음 하나 돌리니 비 오면 우산을 파는 아들 덕에, 맑은 날엔 소금을 파는 아들 덕에 호강을 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자식 걱정하는 부모 마음을 표현한 거지만 대표적인 우리나라 날씨 관련 옛날 옛적 이야기다.

기상청 사람들. ⓒJTBC
기상청 사람들. ⓒJTBC

기상청엔 무슨 일이

이렇듯 일상에서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는 날씨와 관련하여 지난 2월 달부터 JTBC가 새롭게 선보인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연출 차영훈, 극본 선영). 국내 드라마 최초 기상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이자 로코퀸 박민영과 대세 송강이 만났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기상청 사람들'은 열대야보다 뜨겁고 국지성 호우보다 종잡을 수 없는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직장 로맨스 드라마로, 현재 시청자들의 높은 몰입도와 입소문을 타고 가파르게 시청률이 상승하며 순항중이다. '동백꽃 필 무렵'의 차영훈 감독과 '부부의 세계' 등 화제작을 탄생시킨 강은경 크리에이터 글 Line 소속 선영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웰메이드 드라마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드라마 제목이 하필 기상청 사람들? 처음엔 어감이 다소 밋밋하고 평범해보였다. 그런데 언론의 화제성을 접하고 중간에 진입해 막상 봐보니 딱히 다른 제목이 연상되지 않을 정도다.

제목과 관련한 비화도 눈길을 끈다. 드라마 관계자에 따르면 "제작진은 제목을 두고 '기상청 사람들'로 갈지 '사내연애 잔혹사'로 갈지 고민이 많았다. 끝내 '기상청 사람들'이란 제목에 '사내연애잔혹사 편'을 부제로 붙이는 것으로 결정했다. '사내연애 잔혹사'란 제목이 붙었을 때 로맨스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을 염려해 부제로 빼고 '기상청 사람들'이란 제목에 좀 더 힘을 실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전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시작부터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국내 드라마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기상청이라는 공간과 신선한 전개 방식이 더욱 부각되며 매력적이다. 특히 기상과 사랑을 연결시키는 대사가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를 더한다.

사실 그 동안 드라마 애청자에게 기상청은 불모지의 공간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수많은 병원과 레스토랑, 심지어 법정부터 방송 현장까지 로맨스물의 공간으로 종종 바뀌었다. 하지만 기상청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기상청은 날씨를 관측하는 지루한 곳인 동시에, 법정이나 병원처럼 극적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곳이라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기상청은 오보청?

그동안 날씨 예보가 조금만 어긋나도 시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기상청을 '구라청' '오보청' 또는 '청개구리 예보' 라는 신조어로 조롱하곤 해왔다. '기상청 사람들' 첫 화에는 기상청이 아닌 '오보청'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기상청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담겼다. 그리고 날씨 예측이 왜 어려운지, 특보를 내릴 때 국가적 손실이 얼마나 되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이와 함께 누구나 관심을 갖는 기상 예보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는지 보여주며 이야기 전개와 동시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그 누구보다 날씨 변화에 기민한 이시우(송강 분)가 날씨를 예측하는 과정은 로맨스를 떠나 드라마를 보는 특별한 재미가 됐다.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로맨스. ⓒJTBC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로맨스. ⓒJTBC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은 날씨 예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 튀기는 설전을 벌이는지 선명하게 드러낸다. 기상청 직원들의 예보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직업군에 대한 매력이 살아나기도 한다.

지금은 드라마에서 리얼리티가 그만큼 중요하다. 개연성과 리얼리티가 떨어지면 시청자 공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좋은 드라마를 위한 탄탄한 취재는 최우선이다. 기상청과 관련해서 일기 예보를 믿었다 후회하는 사례도 늘고 여행이나 팬션 취소했다가 오보로 피해를 본 시민들이 많다. 그날의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수많은 직업군들까지 우리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개연성이 확실한 '기상청 사람들' 전개는 더욱 공감을 일으키며 다가온다.

아침·저녁 TV 뉴스를 보면 과학적이면서 매일 빠지지 않는 분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게 날씨 정보다. 기상캐스터는 언제 비가 오는지, 맑은 날씨는 언제까지 지속하는지, 미세먼지 농도는 얼마인지 등 일상에 필수적인 정보를 전해 주는데, 그 배경엔 수많은 기상청 사람들의 노고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과거 일기예보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첫 기상캐스터로 활동한 기상청 전신인 국립중앙관상대에서 일하며 KBS에 출연했던 김동완 통보관이 떠오른다. 거의 매일 저녁 TV 뉴스 끝에 만났다. 그리고 기상장교 출신으로 기상캐스터의 첫 사례자인 기상청장을 지낸 조석준 전 KBS 기상캐스터도 있다. 사실 그들이 일기예보의 모든 것을 주관하는 줄 알았다. 얼마나 무식함의 극치인가.

'기상청 사람들'중 엇갈리는 연애사 4인4색. ⓒJTBC
'기상청 사람들'중 엇갈리는 연애사 4인4색. ⓒJTBC

일과 로맨스 사이

한편, 주인공인 '기상청 사람들'의 총괄예보관 진하경(박민영)과 기상특보 이시우(송강)의 로맨스는 더욱 눈길을 끈다. "설명할 수 없는 지금 이 감정이 보내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인지, 새로운 계절에 대한 설렘인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환절기는 애매하다.” (JTBC '기상청 사람들' 3화 중) 같은 이시우 나레이션은 로맨스와 날씨를 연결하여 표현하는 대사의 묘미가 최강이다.

실제로 처음엔 로맨스를 떠나 기상청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궁금해 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회가 거듭될수록 뭔가 기상청과 날씨의 세계에 시청자를 빠져들게 만든다. 기상청의 배경이 상상력이 아니라 충실한 자료 조사를 통해 만들어진 덕이다.

날씨와 사랑을 섬세하게 엮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는 익숙한 연상연하 로맨스도 특별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만났던 한기준(윤박 분)과 헤어짐, 잠깐 스쳤던 이시우(송강 분)와 강렬하게 얽힐 것이라는 시그널, 진하경(박민영 분)과 이시우의 뜨거워진 체감온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전 널뛰는 마음과 닮은 환절기까지. 기상청이라는 공간 안에서 얽히고 설킨 진하경, 이시우, 한기준, 채유진(유라 분)의 관계가 매운맛 로맨스를 완성, 몰입도를 더한다.

그런데 '기상청 사람들'을 보기 전까지 기상청 로맨스에 다양한 볼거리가 이토록 많이 포진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일단 날씨 예보 때문에 인물들의 대립각 세우기가 종종 일어난다. 당연히 이 대립각은 로맨스물에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 충실한 기폭제 역할을 한다.

또한 남녀 주인공들이 날씨에 대한 지적인 토론을 이어가며 서로에게 이끌린다. 거기에 변하기 쉬운 날씨와 감정이 들쑥날쑥 날뛰는 로맨스는 정말 많이도 닮았다.

다양한 기상청 등장 인물. ⓒJTBC
다양한 기상청 등장 인물. ⓒJTBC

짠내 진동 직장인들의 애환

그리고 '기상청 사람들'중 총괄 2과 총괄 예보관 박민영(진하경)을 중심으로 이뤄진 총괄 2과는 특보 담당 송강(이시우), 선임 예보관 이성욱(엄동한), 동네예보 담당 문태유(신석호), 통보 및 레이저 분석 주무관 윤사봉(오명주), 초단기 예보 채서은(김수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일 아침 날씨와 관련된 회의를 열고 수도권, 지방과 특이사항을 주고받으며 긴밀하게 움직인다. 이외에도 기상청 대변인실 통보관 윤박(한기준)과 기상전문기자 유라(채유진)를 배치해 어떤 과정으로 기상과 관련한 뉴스가 보도되는지 참고할 수 있게 했다.

그런 가운데 주인공들 못지않게 기상청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이성욱, 윤사봉, 문태유, 채서은의 이야기가 현실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그로 인해 가족들과는 멀어진 선임 예보관 엄동한(이성욱),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레이더 분석 주무관 오명주(윤사봉), 반전 라이프를 즐기는 동네예보관 신석호(문태유), 매일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는 막내 예보관 김수진(채서은)까지. 무수한 고민을 끓어 안고 있는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는 대목이다.

'기상청 사람들'이란 제목처럼 '사람들'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살린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주요 인물인 박민영, 송강을 제외하더라도 각각의 인물들 서사를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점수를 주게 된다.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에 대한 기대

'기상청 사람들'은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오피스 로맨스에 기상청이라는 낯선 소재를 엮어 대중성을 잡으면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접해본 적 없는 기상청 세계는 엄청난 흥미로 다가온다. 기상청 직원들은 호우 특보, 안개 예보 하나를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특보 하나에 큰 영향을 받는 농민, 어민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나라의 일기예보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지, 예상치 못한 날씨 변수로 인해 얼마나 큰 국가적, 국민적 재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는지도 집중 조명. 기상청 사람들이 얼마나 책임감 있는 자세로 일하고 있는지를 세세하게 담아 일반인들이 미쳐 몰랐던 정보를 알 수 있으니 진정 고맙기까지 하다. 이러한 '기상청 사람들'의 직장인 현실 공감 100%, 여기에 날씨에 예민한 직업군들과 일반 시민들의 공감대까지 끌어낸 이 일과 로맨스의 케미는 어디까지 인지, 다음 화가 기대된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