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본업 이외의 다양한 신사업을 통해 미래 먹거리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16일 주요 유통·식품기업들이 공시한 주총 소집결의 등을 보면 다양한 사업 목적이 정관에 추가되거나 변경하는 내용의 안건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오는 23일 열리는 주총에서 주류소매업, 일반음식점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논의한다. 업계에서는 최근 롯데마트가 힘을 주고 있는 와인전문점 ‘보틀벙커’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서울 롯데마트 잠실점을 ‘제타플렉스’로 리뉴얼 오픈했다. 보틀벙커는 제타플렉스 1층 면적 70%를 할애한 와인 전문 매장으로, 4000여종의 와인을 판매한다. 지난해 오픈 이후 사흘 간 매출 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잠실점 주류 매출 대비 7배 증가한 수치다. 회사 측은 보틀벙커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이를 신사업으로 적극적으로 키울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도 주총에서 신사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올린다. 신세계푸드는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콘텐츠 제작 유통 및 판매업 △캐릭터 상품의 제조 판매업 및 제3자 라이센싱 부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캐릭터 사업을 본격 추진하려는 것이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캐릭터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이릴라’가 대표적이다. 제이릴라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이니셜 알파벳 제이(J)와 고릴라(gorilla)를 합친 캐릭터로, ‘화성에서 태어난 요리를 좋아하는 고릴라’라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앞서 서울 강남구 청담동 SSG푸드마켓에 베이커리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를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노브랜드 피자 가맹 사업을 본격 시작하며 빈티지 콘셉트 캐릭터 ‘피버’도 새로 개발했다. 향후 회사 측은 피버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SPC삼립도 신사업에 따른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안건을 올린다. SPC삼립은 오는 25일 열리는 주총에서 △건강기능식품의 제조, 판매 및 수출입업 △사료제조, 판매, 유통 및 수출입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논의한다. 

해태제과식품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폐기물처리업 △신재생에너지사업 △태양광발전사업 △에너지 저장장치 제조업 △전기 공사·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의안을 다룬다. 해태제과 측은 “공장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를 통한 전기 생산·판매”를 안건 상정 배경으로 설명했다.

화장품업계도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24일 주총을 열고 '의료기기 제조업 및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에스트라의 합병에 따라 피합병법인의 기존 사업을 계속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해당사업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에스트라는 더마화장품과 병의원 전문 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다. 아모레퍼시픽은 에스트라 합병을 통해 더마 화장품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은 오는 28일 열릴 주총에서 기존 사업 목적인 ‘의약품, 원료의약품, 의약외품, 의료용구 등의 제조, 가공, 판매와 소분 매매’를 ‘의약품, 원료의약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의 제조, 가공, 판매와 소분 매매, 수입’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다룬다. 구 의료기기법상 ‘의료용구’가 현행법의 ‘의료기기’로 용어가 변경됨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동시에, 수입 거래를 추가했다. 자회사인 피지오겔에서 만드는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한 절차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유통업체들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전자투표방식으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