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포럼] 김병준 “대통령 권력 무소불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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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포럼] 김병준 “대통령 권력 무소불위 아니다”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2.03.16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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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95)〉김병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김병준 위원장이 3월 1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섰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병준 위원장이 3월 1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섰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0대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뒤에는 정책 분야 멘토로 활약한 김병준이 있었다. 국민대 명예교수인 그는 윤석열 캠프에서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차기 정부 5년의 밑그림을 그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14일 그에 대한 인선안에 대해 “자치 분권에 대한 오랜 경륜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 정부 지역균형발전에 큰 그림을 그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선임된 다음날(15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은 김 위원장. <시사오늘>은 그가 이야기하는 ‘대통령 권력의 크기와 한계’에 대해 들어봤다.

 

“대통령 권력은 무소불위가 아니다”


김 위원장은 강연을 시작하며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정말 제왕적 권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존재일까요.”

그는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과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말을 빌려 권력의 한계에 관해 이야기했다. 

“해리 트루먼은 자신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될 아이젠하워를 향해 ‘그는 여기에 앉아 이거 해! 저거 해! 하고 명령하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다. 불쌍한 아이젠하워. 엄청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퇴임 후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권세나 명성을 좇기 위해 정치하는 거라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웃과 공동체 등 가치 있는 뭔가를 이루고자 정치에 뛰어든 경우라면, 한참 지난 후 자신이 이룬 결과가 생각보다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거다. 열심히 싸우고, 허물고, 쌓아 올리면서 긴 세월을 달려왔지만, 그 흔적은 희미하다. 또렷하게 남아 있는 건 실패의 기록뿐. 우리가 추구하던 목표는 그냥 저 멀리 있을 뿐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대통령 권력이 무소불위가 아니라며 한계를 말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병준 위원장은 대통령 권력이 무소불위가 아니라며 한계를 말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 위원장은 두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정부 권력의 한계’를 역설하고 있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국가가 시민사회와 시장에 권력을 행사하고 변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국가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었습니다. 함부로 개입할 수 없어요.”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임에도 실제 할 수 있는 행동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 같은 현실을 ‘삽자루 하나 들고 거대한 산을 파는 것’에 빗댔다.

또 “대통령의 권력은 역삼각형”이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역삼각형은 윗변이 넓죠. 국민이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와 헌법적 의무는 역삼각형의 윗변처럼 넓지만, 실제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권력적 기반은 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결국 넘어질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유능한 대통령도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영광스럽게 청와대를 떠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는 윤 당선인에게도 이 점을 환기해준 적이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에게도 후보 시절에 물었습니다. 대통령이 가진 힘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냐고. 당선인은 ‘대통령 힘이 커 보이지만 위태로운 면이 많다는 걸 안다’고 하더라고요. 쉽지 않습니다.”

 

“뚜렷한 비전을 세우고 실현 수단을 찾아 추진하라”


김병준 위원장은 보수는 복지에, 진보는 성장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병준 위원장은 보수는 복지에, 진보는 성장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후반부는 당선인과 새 정부에 대한 조언으로 채워졌다. 김 위원장은 윤 당선인을 향해 “원칙을 지키고 도덕적이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기존 대통령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선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대통령이 됐다고 모든 과제가 수월하게 풀리지 않을 겁니다. 우선 의사결정 속도가 느립니다. 공무원 책상 위에서 출발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되기까지 평균 35개월이 걸립니다. 게다가 국회는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단단히 준비하고 실현 수단을 찾아 뚝심 있게 추진해서 국민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국회를 뛰어넘어 직접 국민과 소통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국민을 향해 뚜렷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뒤이어 윤석열 정부를 향한 제언으로 강연은 마무리됐다. 

“대한민국 국민은 성공에 대한 열정이 굉장히 강합니다. 까다로워 좀처럼 만족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국민은 위대합니다. 대한민국을 좋은 나라로 만들 역량이 이미 있습니다. 그러니 정부는 국민을 끌고 가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보수는 분배를, 진보는 성장을”


한편, 이날은 대통령 권력의 한계와 과제 등이 주되게 다뤄졌지만, 그가 강연 중 언급한 진보와 보수에 대한 일침 역시 인상적이었다. 

“분배를 생각하지 않는 보수는 진짜 보수가 아니고, 성장을 생각하지 않는 진보는 진짜 진보가 아닙니다.”

그러면서 양 진영을 향해 이 점을 강조했다. 

“보수는 자유주의 정신에 입각합니다. 그런 보수가 언제 위험에 빠집니까? 소득 격차가 심해지거나 못사는 사람이 많을 때 무너집니다. 굶주리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이 적어야 자유주의 체제도 유지됩니다. 우파 자유주의라고 하면서 복지에 눈 감는 건 엉터리 보수입니다. 자유주의를 원하는 만큼 복지, 분배 문제를 더 많이 생각해야 합니다.

진보도 마찬가입니다. 성장을 생각해야 합니다. 성장하지 못해 무너진 사회주의 국가들이 있잖습니까. 성장하지 않으면 누가 어렵게 되나요? 힘도 재산도 없는 사람이 어려워집니다. 성장은 뒷전에 두고 국가 재정을 해쳐가며 돈을 써서 하는 복지는 지속가능성이 없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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