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연산군의 피의 복수 갑자사화와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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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연산군의 피의 복수 갑자사화와 윤석열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2.03.2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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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정의’, 다른 이름으로 읽혀지면 안 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윤석열 차기 정부의 ‘공정과 정의’가 복수의 다른 이름으로 읽혀지면 안 돼 사진(좌) 연산군묘 사진출처: 문화재청, 사진(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 사진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윤석열 차기 정부의 ‘공정과 정의’가 복수의 다른 이름으로 읽혀지면 안 돼 사진(좌) 연산군묘 사진출처: 문화재청, 사진(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 사진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복수는 피를 부른다. 한민족은 유난히 복수를 즐겼다. 김춘추는 딸과 외손들의 복수를 위해 외세 당과 손을 잡고 미완성의 삼국통일을 추진했다. 궁예도 자신을 버린 신라 왕실을 향한 극도의 증오심으로 신라인 학살을 즐겼다.

연산군도 복수의 화신이다. 연산은 무오사화로 권력의 달콤함을 맛봤다. 정적 제거의 짜릿한 핏맛을 즐겼다. 이제 자신에게 도전하는 이들은 모두 적폐 프레임으로 척결하면 됐다. 연산은 왜곡된 더러운 권력의 포로가 됐다.

무오사화로 사림을 제거했더니 훈구가 중구난방으로 설쳐댔다. 연산의 살육 본능이 작동했다. 권력 보호를 위해 훈구의 피가 필요했다. 또한 자신의 사치와 낭비로 국고가 거덜나자 훈구의 재산도 필요했다, 마침 희대의 역신 임사홍이 연산군의 심중을 꿰뚫고 친모 폐비 윤씨 사사 건을 고해 바쳤다. 명분이 생겼다. 즉시 작업에 들어갔다.

연산은 폐비 윤씨를 역사의 무대로 소환했다. 폐비 윤씨 퇴출과 사사에 깊이 관여한 정숙의와 엄숙의를 직접 때려 죽였다. 그들의 소생인 배다른 형제들도 죽였다. 폐비 윤씨 비극의 최종 기획자인 할머니 인수대비도 제거 대상이었다. 인수대비 앞에서 온갖 패륜을 저질렀다. 결국 인수대비는 홧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연산은 폐비 윤씨 복위 프레임을 짰다. 대의명분에 죽고 사는 훈구 유생들이 걸려들었다. 반대파들을 귀양 보내고 처형했다. 생모의 폐위와 사사에 연관된 윤필상·이극균·성준·이세좌·김굉필 등을 처참하게 죽였다.

아직 피가 고팠다. 많이 부족했다. 부관참시가 떠올랐다. 한명회·한치형·정창손·어세겸·심회·이파·정여창·남효온 등의 무덤을 파헤쳐 목을 벴다. 그들의 가족과 제자들도 지옥을 맛봤다. 실은 연산이 펼친 광란의 복수극 실제 기획자는 임사홍이었다. 연산은 임사홍의 어릿광대였고, 실속은 임사홍이 챙겨 무소불위의 권력을 즐겼다. 조선은 난신 임사홍의 천하가 됐다. 

민심이 분노했다. 연산을 더 이상 조선의 군주로 인정하지 않았다. 갑자사화 2년 후 중종반정이 터졌다. 연산은 폐위됐고, 곧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임사홍은 처형당한 후, 부관참시됐다. 

문재인 정권, 지난 5년간 적폐청산이 시대정신이 됐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차례차례 감옥에 갔다. 양승태, 남재준, 이병기 등 보수 정권 인사들도 영어의 몸이 됐다. 이밖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치인들도 꽤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586이 주도한 적폐 청산이 누군가에게는 복수가 됐다.

정권이 바뀌었다. 윤석열 차기 정부는 ‘공정과 정의’를 시대정신으로 삼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공개 촉구했다. 윤핵관 등 파워 엘리트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불과 0.73%p 표차로 승리한 세력치곤 너무 과분한 근자감이 아닐까 싶다. 이들은 정권교체로 박근혜와 이명박을 정치 무대에 소환할 태세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 청산이 누군가에게는 복수가 됐다. 이제 또 다른 누군가에겐 윤석열 차기 정부의 ‘공정과 정의’가 복수의 다른 이름으로 읽혀질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갈갈이 찢어진 국론 분열 치유에 공정과 정의를 사용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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