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집무실 용산 이전…일레븐건설 ‘2조 원대 개발사업’에 영향 줄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윤석열 집무실 용산 이전…일레븐건설 ‘2조 원대 개발사업’에 영향 줄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3.24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련 딛고 사업 본궤도 오르기 직전인데…윤석열發 대통령 집무실 이전설 악재
"사업계획 조정 가능성 있어" vs. "이미 고층APT 많아, 개발 중단·제한·규제 없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국방부 청사 바로 옆에서 일레븐건설이 주도하는 2조 원대 대규모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일레븐건설 홈페이지 캡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국방부 청사 바로 옆에서 일레븐건설이 주도하는 2조 원대 대규모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일레븐건설 홈페이지 캡처

부동산개발업체 일레븐건설(구 동진주택)이 추진하는 총 사업비 2조 원 규모 '서울 용산 유엔(UN)사령부 부지 복합개발사업'의 향방에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이뤄질 경우 해당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레븐건설은 2017년 6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진행한 유엔사 부지(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2-34) 입찰에서 업계 예상보다 30% 가량 비싼 수준인 1조552억 원을 적어 토지를 확보했다. 당시 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은 경기 성남 분당 본사에서 진행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엔사 용지를 낙찰받을 수 있다는 감을 갖고 있었다. 상상이 현실로 구현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명소로 만들겠다"고 내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금융비용 부담 등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일레븐건설의 입장과는 달리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사업 일정이 지연된 것이다. 급기야 일레븐건설은 토지 잔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국회에서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레븐건설이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자 설립한 시행사 용산일레븐은 2021년 10월 7일 기준 부지 분양 대금 582억 원을 461일째 미납했다. 문 의원은 "LH가 유엔사 부지를 매각할 때 최고가 입찰액 외에 다른 자격 요건을 제시하지 않아 고가 매입 논란이 일었고, 결국 미납 문제가 터졌다. 2020년 7월 잔금 미납에 따라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계약해제를 결정할 만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토지분양대금 대출이 계약자의 자금조달 여력의 한계를 반증하는 것으로 보고, 대출추천서 발급 시 엄격한 심사기준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일레븐건설은 메리츠금융그룹(메리츠증권 5000억 원·메리츠화재 4000억 원)으로부터 돈을 빌려 잔금을 처리했다. 관련 인허가가 나지 않아 대규모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 가운데 브릿지론으로 일단 자금을 조달한 뒤 PF로 전환키로 메리츠금융그룹과 약조해 잔금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레븐건설은 용산구청에 사업계획승인도 신청(2021년 11월)했다. 땅을 매입한지 약 5년 만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에 놓인 셈이다.

용산 유엔사령부 부지 복합개발사업 조감도 ⓒ 서울특별시
용산 유엔사령부 부지 복합개발사업 조감도 ⓒ 서울특별시

그러나 악재가 또다시 터졌다. 윤석렬 대통령 당선인이 주도하고 있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론'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측면,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해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오는 5월 10일 취임식을 마치고 바로 입주해 근무를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청사는 일레븐건설의 유엔사 부지 복합개발사업 부지와 자동차로 약 5분, 도보로도 불과 30분 거리다. 물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현실화될 시 사업계획이 축소·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개발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돼도 교통·통신 불편, 시민들의 집회·데모, 나아가 집값 문제 등에 따른 흥행 저조가 우려된다는 말도 들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 정도면 2조 원대 프로젝트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일레븐건설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주변 다른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각 건설사들이 유엔사 부지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규모 아파트, 오피스텔, 호텔, 상업시설 바로 옆에 대통령 집무실까지 들어서면 꽤 혼잡하지 않겠느냐. 특히 국방부-유엔사 부지 사이 삼각지역~녹사평역을 잇는 이태원로는 엄청 복잡할 것"이라며 "워낙 입지가 좋은 노른자 땅이라 수요자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보이지만, 경과에 따라 예상보다 흥행이 저조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측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따른 추가적인 개발 제한이나 규제는 없을 거라고 공언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TF장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 21일 CBS〈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 인근 개발사업 중단 등 우려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이 간다고 규제가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 이미 주변에 고층 아파트들이 많이 올라가 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직접 당사자인 일레븐건설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설이 불거지자 바짝 사업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난 21일 현대건설은 일레븐건설로부터 '이태원동 유엔사부지 복합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경쟁업체인 GS건설을 제친 것이다. 계약금은 약 1조2000억 원이다. 일레븐건설(시행)과 현대건설(시공)은 5만1762㎡ 규모 유엔사 부지(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2-34)에 지하 8층~지상 20층 규모 아파트 420가구와 오피스텔 722실, 6성급 호텔, 업무·핀매시설 등을 지을 계획이다. 일레븐건설은 사업계획승인이 떨어지면 곧바로 현대건설과 본도급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 ⓒ 일레븐건설
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 ⓒ 일레븐건설

업계에서는 일레븐건설이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유로 현대건설의 신용등급과 순조로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조달 등을 주로 꼽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전혀 궤가 다른 분석도 나온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점,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현대건설을 택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의 모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재계 평균 이상의 대관 업무 역량을 갖춘 것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이다. 특히 이미지와는 달리 조만간 공식적으로 여당이 될 국민의힘 인사들과 스킨십이 원활한 편으로 전해진다. 정의선표 세대교체가 이뤄지기 전 그룹 대관팀인 전략기획담당 수장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의 사촌형인 정진행 전 현대건설 부회장이 맡았기 때문이다. 폭넓은 정재계 인맥을 갖고 있는 정 전 부회장은 8년 가까이 전략기획담당 사장을 지내며 현대차 대관팀의 상징으로 통했다. 현재 현대차 대관 업무는 공영운 사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인적 네트워크는 쉽게 소멸되지 않는다.

일레븐건설은 전남 해남 황산면 출신으로 해남향우회, 호남향우회 등에서 활동한 엄석오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어 호남 기반 업체로 분류된다. 자체 아파트 브랜드 '파크사이드'를 론칭한 후 전남 해남에 첫 선(해남 파크사이드)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차와 현대건설의 대관 역량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 여기에 엄 회장 개인적인 정관계 인맥까지 동원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엄 회장은 국회해병대전우회 간부로 활동하면서 많은 정치권 인사들과 스킨십을 가진 바 있다.

한편, 일레븐건설은 서울시 건축위원회로부터 최종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면 즉각 현대건설과 유엔사부지 복합개발 사업 본계약을 맺고, PF에 나설 예정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에는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가 사용될 전망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