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社 명함 든 삼성 OS”·“특정社 점찍은 SH”…흑석2구역에 무슨 일이
스크롤 이동 상태바
“타社 명함 든 삼성 OS”·“특정社 점찍은 SH”…흑석2구역에 무슨 일이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3.25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재개발 흑석2구역, 건설사 수주홍보 과열…불법사찰 의혹 불거져
조합원들 "SH 감시·감독 소홀" 비판 제기…특정 건설사 편애 의심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조감도 ⓒ 흑석2구역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조합)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조감도 ⓒ 흑석2구역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조합)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하는 공공재개발 사업지인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에서 건설사들의 경쟁 과열에 따른 논란이 속출하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감시·감독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흑석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는 현장설명회에 참여해 입찰 의지를 드러낸 GS건설, 대우건설 등에 최근 '경고' 공문을 발송했다. 공공재개발 현장임에도 OS(외주홍보대행)요원을 동원해 불법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고장을 받은 업체는 물론,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합이 경고 공문을 보낸 배경에 다른 건설사 OS요원의 제보가 깔려있다는 소문이 돌아서다. 

본지에 제보된 내용을 종합하면 흑석2구역 수주전에 참전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한 OS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업체 소속 OS요원들로 하여금 타건설 명함을 들고 삼성물산을 홍보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활동의 목적도 조합원 대상 홍보가 아닌 '경쟁사 사찰'이었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제보자는 "삼성물산하면 대한민국 최고 건설사가 아닌가. 삼성물산의 OS활동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번엔 편하게 일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현장에 와서 보니 다른 건설사 명함을 들고 다른 업체들 OS요원들 뒤를 캐라는 업무가 맡겨졌다"며 "불법홍보로 보이는 장면을 촬영·기록해 조합과 SH에 알리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흑석2구역은 입찰지침서를 통해 3회 이상 경고를 받은 건설사는 입찰 자격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대우건설은 2회, GS건설은 1회의 경고를 받은 실정으로 전해진다. 이들 업체가 자격을 상실하면 다른 건설사들은 그만큼 사업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업체도 비슷한 제안을 받았는데,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서 거절했다. 이미 정비사업 홍보용역업계에선 소문이 파다한 일"이라며 "삼성물산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OS요원을 동원하지 말라고 내부지침이 내려진 상태로 알고 있다. 홍보비도 별로 없다. 아마 그래서 현장 사업팀이 경쟁 없는 원활한 수주를 위해 고육지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단독 입찰하려는 구상"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문제가 된 OS업체와 계약을 맺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지에스건설이 흑석2구역에 보낸 항의성 공문 ⓒ 흑석2구역 조합원 제공
지에스건설이 흑석2구역에 보낸 항의성 공문 ⓒ 흑석2구역 조합원 제공

하지만 경쟁사와 조합원들의 의심은 점점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공동 시행자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특정 업체를 이미 낙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그 배경이다.

실제로 GS건설은 경고를 받은 직후인 지난 17일 조합과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 소명문이 아닌 항의성 공문을 보냈다. 임병용 대표이사 이름으로 발송된 해당 공문에서 GS건설 측은 "소유자나 대가성을 특정·확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국의 잠재적 모든 고객들을 대상으로 공통 제공하고 있는 당사의 공식판촉물을 갖고 이것이 입찰 자격까지도 박탈될 수 있는 중대한 홍보지침 위반에 해당된다고 보기엔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사전 홍보관 건립을 입찰지침으로 채택하는 등 주민대표회의(조합)에서 특정 시공사의 목소리가 아닌 좀 더 자유롭고 공정한 홍보 기준을 적용해 동일한 경쟁의 발판을 제공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공문에서 GS건설이 거론한 사전 홍보관, 특정 시공사 등은 삼성물산과 관련된 대목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물산은 현장설명회 전부터 사전 홍보관 운영을 요구하고, 실제 조기 설치까지 하려다 물의를 빚었다. 특히 홍보관 면적이 현장설명회 당일 공개된 기준 면적(40평)과 딱 맞아떨어져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이 과정에서 지난 1월 국토교통부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 시정을 요구했고, SH는 조합 등에 '홍보관 설치는 설명회 이후 건설사 합의에 따라 결정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경쟁 건설사는 "삼성물산의 요구가 아니었다면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을 리 없다. 계약업무 처리기준에도 어긋나고, 삼성 외에는 누구도 그런 요구(홍보관 조기 운영)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 중 일부는 경고 누적에 따른 건설사 입찰 자격 박탈로 특정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무혈입성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흑석2구역의 한 조합원은 "검증되지 않은 제보로 특정 건설사에게 치명적인 페널티를 부과했다는 건, 반대로 해석하면 특정 건설사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가기 위한 포석"이라며 "제보를 한 OS요원들이 사실은 삼성물산 소속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걸 보면 SH가 삼성물산과 수의계약을 하려는 심산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공공재개발에 대한 신뢰도 깨지고, 당연히 조합원 부담도 커지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아울러 건설사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보다 적극적이고 공정하게 수주전을 감시·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조합원은 "우리 사업은 공공재개발이다. 소문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SH가 삼성물산을 편애한다는 소문이 돈다는 것 자체가 SH가 잘못하고 있다는 거다. 왜 경쟁 과열을 미연에 막지 않는지 모르겠다. 공공기관이지 않느냐. 속도도 중요하지만 원칙을 지키면서 잡음이 일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공재개발의 의미"라며 "곧 지방선거다. 더 큰 논란이 발생해 공공재개발 자체가 사회적 이슈로 다뤄지기 전에 이제라도 SH에서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감시·감독에도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정·반론보도] 〈“타社 명함 든 삼성 OS”·“특정社 점찍은 SH”…흑석2구역에 무슨 일이〉 보도 관련 정정·반론보도문

본지는 지난 3월 25일자 〈“타社 명함 든 삼성 OS”·“특정社 점찍은 SH”…흑석2구역에 무슨 일이〉 보도를 통해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시공권 획득 경쟁을 벌이고 있는 특정 기업에 대해 소위 '점찍었다', '낙점', '수의계약' 등 의혹을 받고 있으며, 감시·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부정적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 관련, 건설사들의 불법활동에 대한 제재, 경고 권한,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거나 홍보관 설치를 허용하는 등의 권한 등은 SH공사가 아닌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에 있는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

한편, SH공사는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공고 주체인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를 적극 지원하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시공사 선정 절차가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더불어 SH공사는 앞으로도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흐름에 부응하고, 천만 서울시민의 주거복지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