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삼표, 성수동 개발사업으로 승계 방점 찍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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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삼표, 성수동 개발사업으로 승계 방점 찍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3.29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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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3세 회사 에스피네이처 기업가치 극대화 위해 활용 가능성 커
관련 업계, 부동산 개발업체 에스피에스테이트 향한 관심 높아져
공장 철거 이끈 건 시민의 힘…정부·지자체, 관리·감독 철저히 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이 건립 45년 만에 철거될 예정입니다. 해당 공장은 그간 소음, 미세먼지, 폐수 무단 방류, 교통불편 등을 지속 야기해 이전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에 이전 문제를 두고 지방자치단체, 공장 운영주인 삼표산업, 땅주인인 현대제철 간 논의가 수년 동안 100여 차례 가량 진행됐으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번번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죠. 그러던 중 지난 1월 삼표 측에서 공장 부지를 현대제철로부터 사들인 뒤 서울시 등과 협의해 부지를 개발할 수 있다면 공장을 철거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고, 지자체 등 이해당사자들이 이를 수용하면서 드디어 철거가 성사된 겁니다.

공장 철거는 오는 6월 말까지 마무리될 계획인데요. 서울시는 공장 철거가 완료된 후 즉각 새로운 땅주인인 삼표 측과 협의해 해당 부지를 서울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전략적 부지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인근 서울숲과의 연계 개발, 대규모 복합개발 등이 언급됩니다. 서울시는 이곳을 산업·문화·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8일 열린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해체공사 착공식에서 "지역 변화와 발전에 따라 레미콘 공장 철거는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자 시대적 요구가 됐다. 공장이 철거되면 이 부지는 완전히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며 "서울숲과 연계한 수변 거점으로 변화시켜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아오는 서울의 대표 명소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오는 6월 말로 철거될 예정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 삼표산업
오는 6월 말로 철거될 예정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 삼표산업

삼표그룹 입장에선 상당히 많은 부분을 양보한 셈입니다. 송파구 풍납동 공장에서 옛 한성백제 왕성인 풍납토성 유적이 발견되면서 지자체로 해당 공장 부지 소유권이 넘어간 실정에서, 국내 최대 레미콘 생산 시설로 평가되는 성수동 공장마저 문을 닫게 됐으니 말입니다. 삼표산업 전체 매출 중 두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약 2000억 원)에 달합니다. 삼표산업의 연간 영업이익이 150억 원 안팎 수준임을 감안하면 회사가 큰 위기에 봉착한 셈이죠. 이는 그룹 전반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례로 상장사인 삼표시멘트는 삼표산업과의 내부거래로 매년 500억~6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데, 이젠 그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더욱이 삼표그룹은 아직 풍납동과 성수동 공장에 대한 대체부지도 찾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표그룹이 속으론 웃고 있을 거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정확히 말하면 삼표그룹 오너인 정도원 회장과 그의 아들인 정대현 사장이 미소를 짓고 있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사안을 잘만 이용하면 경영권 승계 작업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업계에선 삼표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의 '키'로 정대현 사장이 최대주주(71.95%)로 있는 에스피네이처를 꼽고 있습니다. 2004년 설립된 에스피네이처(설립 당시 사명 대원)는 2013년 신대원, 2017년 삼표기초소재, 2019년 경한·네비엔 등 알짜 그룹사들을 연이어 흡수·합병하면서 급성장했습니다. 그룹 차원의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었죠. 과거 수백억 원에 그쳤던 에스피네이처의 자산은 2020년 기준 6174억 원까지 급성장했습니다. 증권가에선 삼표그룹과 오너일가가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에스피네이처를 상장 시키거나, 아예 지주사인 삼표와 합병 또는 주식교환 등을 추진해 승계 작업을 끝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옵니다.

어떤 시나리오를 택하든 오너일가로선 에스피네이처의 자산과 기업가치를 극대화시켜 몸값을 최대한 높여야 유리한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데요. 이번 공장 철거 이슈는 오너일가에겐 호재로 작용할 여지가 상당해 보입니다. 우선, 공장 철거에 따른 삼표산업의 자산과 실적 축소는 지주사인 삼표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2020년 말 기준 삼표 지분 19.43%와 삼표산업 지분 1.74%를 보유한 에스피네이처도 일부 간접적 영향을 받겠지만 크지 않습니다. 오너일가 입장에선 삼표-에스피네이처의 합병 시나리오에서 삼표의 기업가치가 하락함으로써 에스피네이처의 기업가치가 커 보이게 되는 효과를 누리게 돼 좋은(?) 합병비율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또한 삼표그룹이 서울시와의 협의 하에 성수동 레미콘공장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에스피네이처에게 상당한 일감이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주목해 볼 수 있겠습니다. 에스피네이처는 삼표그룹의 주요 사업인 레미콘, 시멘트, 물류, 환경자원 등 사업과 더불어 슬래그·플라이애쉬, 건설 폐기물 중간·재생 등 처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주된 영역은 삼표그룹의 핵심 사업인 레미콘, 시멘트에 대한 친환경 부산물(플라이애쉬·스크랩·슬래그) 생산·유통과 폐기물 처리, 재생처리업인데요. 공장 철거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입니다. 더욱이 에스피네이처 자회사 중 농업법인대원그린 등은 최근 조경업 관련 사업도 영위하고 있는데요. 성수동 공장 부지 개발 과정에서 일감들이 상당 부분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이죠.

정도원 회장(오른쪽), 정대현 사장 ⓒ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오른쪽), 정대현 사장 ⓒ 삼표그룹

아울러 건설업계에서는 삼표그룹 오너일가 회사인 에스피에스테이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에스피에스테이트는 부동산 임대·개발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정도원 회장이 50.51%, 장남 정대현 사장이 25.00%, 장녀 정지선(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부인)씨  9.50%, 차녀 정지윤(故 박태준 전 국무총리 장남 박성빈 트랜스링크캐피탈 대표 부인)씨 14.99% 등이 지분을 보유한 삼표그룹 오너일가 전용 회사입니다. 에스피에스테이트는 삼표에너지 부지인 서울 은평구 증산동 223-15번지 일대 개발사업을 위해 2018년 설립됐는데요. 이후 상당한 수익을 오너일가에게 안겨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성수동 레미콘공장 부지 개발에 있어서도 에스피에스테이트 역할론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겁니다. 

뭐, 어디까지나 업계 일각의 추정이고, 분석이고,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안을 굳이 거론하는 이유는 수년 동안 지역 주민들의 심신을 어지럽히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 이슈가 이제서야 좀 해소되려고 하는데 이게 또다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 오랜 시간을 끌어온 사안입니다. 이제 좀 정리가 될 거 같습니다. 다들 낙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요. 지역 주민의 숙원이 특정 기업 기득권층의 전유물이 돼 버려선 안 될 일입니다. 공정위에선 일감 몰아주기 부분을 잘 지켜봐 주시고요, 관계당국에선 사업 시행 협의 과정에서 업체에게 지나치게 권한을 부여해서도 안 됩니다.

성수동 삼표레미콘공장 철거는 정부나 지자체, 특정 업제가 잘 해서 이뤄진 게 아닙니다. 시민사회의 힘입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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