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행 갈등 ‘점입가경’…반대 뚫고 이전될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산업은행 부산행 갈등 ‘점입가경’…반대 뚫고 이전될까?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2.04.04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이전, 진보 아닌 퇴보…금융권에 이해 부족"
"부울경만 바라보는 대통령이 될 생각인 것 같아"
"국책 은행 이전 운운은 관치금융 하겠다는 얘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산업은행 부산행 반대 시위 ⓒ금융노조
산업은행 부산행 반대 시위 ⓒ금융노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산업은행 지방이전을 두고 이동걸 산은 회장 및 노조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의 부산행이 과연 이뤄질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운동 기간 지방균형발전 공약으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금융산업을 분산해서 부산을 금융중심지(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이전 공약은 선거때마다 등장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약이 실현될 것이란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일 인수위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방균형발전 특위 주도로 산은 부산 이전을 논의하고 있다"며 "금융기관 중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부산으로 또 이전할 수 있는 곳이 있을지 앞으로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오는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지역 표심을 노리고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부산이전 계획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노조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먼저 이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이전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라며 "근본적인 인프라와 기술을 갖춰나가고 금융이 도와줘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몰이해 탓에 지역 정치인들이 잘못된 주장을 한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금융권에 대한 (정치인들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도 이 회장처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산업은행 이전 시에도 지역 균형 발전 불확실성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따른 국익 훼손 및 금융산업 퇴보 △산업은행의 부산이전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인 서울 국제금융허브의 포기 등을 이유로 윤석열 당선인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지방선거 승리와 같은 정치적 이득을 따져 국익을 훼손하지 말라"면서 "우리의 요청을 묵살하고 산업은행 이전을 강행한다면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금융노조는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 동원해 결연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한 조윤승 산업은행 지부 위원장도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기간 중에 한 약속이니, 이것이 국가적으로 이익인지, 손실인지 따지지도 않고 강행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하며 "이미 산업은행에서는 전국 70개가 넘는 지점에서 15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묵묵히 힘쓰고 있으니 윤석열 당선인은 토종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피땀 흘리고 있는 산업은행 직원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즉각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16일에도 금융노조는 산업은행 부산행을 반대하는 시위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면 서울이라는 주 수익원으로부터 배제돼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포기해야 하며, 이는 곧 동아시아 금융중심지 정책의 포기와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선을 이틀 앞둔 3월 7일에도 금융노조는 산업은행 이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시 조윤승 산은 지부 위원장은 "국책은행 본점 이전을 운운하는 것은 벌써부터 대통령 당선 후에 관치금융을 하겠다고 이야기 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비판했다. 박요한 한국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도 "윤석열 후보는 부울경만 바라보는 대통령이 될 생각인 것 같다"고 일갈했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지부 위원장은 "윤 후보가 본인이 금융산업에 무지하다는 것으로 스스로 드러내는 행태"라고 밝혔다.

당시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후보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 시중은행 그리고 외국계은행에 종사하는 금융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은행 본점 이전 망언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동기 박두선씨를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인수위와 또 다른 갈등을 빚고 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정직하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