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몰라라 경영진에 상폐위기…주주들 ‘한숨’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태 후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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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몰라라 경영진에 상폐위기…주주들 ‘한숨’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태 후 3개월]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2.04.05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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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한 명이 2215억 원 횡령…내부 통제시스템 ‘구멍’ 드러나
1월 3일 이래 주식 거래 정지…기심위 상폐 여부 판정 보류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의견…‘경영투명성 강화’ 필요
감사실 내부 인원 22명→14명 감축…직무 분리 엄격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시사오늘 이근

사상 최대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려놨다. 그것도 국내 1위, 세계 5위의 임플란트 회사 오스템임플란트에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전망이 밝았고, 기대도 높던 유망주였다. 횡령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 과거 최규옥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에는 직원 한명이 회삿돈 2215억 원을 빼돌렸다. 같은 실수를 반복했고 상장폐지까지 거론되는 수준이 됐다. 과연 오스템임플란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상장폐지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될까.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을까. <편집자주>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직원 한 명이 2215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해 문제가 됐다. 상장사 역대 최대 규모 횡령 사건으로 주주는 물론 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한 사람이 2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횡령한 데다 이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 내부 통제 시스템의 구멍이 여지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3개월째 주식 거래 정지 상태다. 역대 최대 규모 횡령 사건 이후 오스템임플란트의 3개월을 다시 짚어봤다. 


'2000억대 횡령'이후 주식 거래 정지 3개월 째…‘회수 가능금’ 921억 원
기심위 상장폐지 결정 보류…회계법인,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의견

5일 공시에 따르면 오스템 임플란트 자금관리 직원으로 근무했던 이모 씨는 회사 계좌에서 자신 명의 증권 계좌로 2215억 원을 횡령했다. 이는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2048억 원) 108.18%에 달하는 금액이다. 자기자본의 5% 이상을 횡령하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된다. 지난해 12월 31일 횡령 사실을 알아차린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이 씨를 고소했고, 1월 3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2월 17일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다. 

이 씨는 현재 횡령금을 주식투자·금괴 구입 등 용도로 사용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한 범죄사실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범죄수익 은닉)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 씨는 작년 10월 동진쎄미켐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해 동진쎄미켐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등장해 주주들 사이에서 ‘슈퍼개미'로 불리기도 했다.

주식으로 손해를 본 이 씨는 현금으로 가족 명의의 건물과 차량, 금괴 등을 구입했다. 경찰은 지난 1월 25일 이 씨가 횡령액으로 구매해 가족 명의의 건물, 여동생 집 등에 숨겨둔 금괴 855개를 찾아 오스템임플란트 측에 환부했다. 

이 씨의 총 횡령액은 2215억 원이다. 이 중 235억 원과 100억 원은 각각 2020년 4분기, 2021년에 횡령 후 반환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지난달 21일 횡령으로 발생한 위법행위미수금 1880억 원 중 958억 원을 손상차손 금액으로 책정했다. 이 씨로부터 금괴·주식을 포함한 921억 원을 회수 가능한 금액으로 봤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는 오스템임플란트 최규옥 회장과 엄태관 대표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 의해 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최 회장과 엄 대표를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된 이후 2월 28일에 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개선계획서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가 개선 기간 부여 또는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9일 4시간 넘는 회의 끝에 결정이 보류됐다. 상장폐지 대상 기업에 대한 세 가지 기준 영업지속성과 재무건전성, 경영투명성 중 경영투명성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영업이익은 2021년 1433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 횡령액을 제하고도 수익을 냈다. 감사를 맡은 인덕회계법인은 지난해 말 기준 재무성과와 현금흐름 등을 감사한 결과 ‘적정’이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횡령과 관련된 내부회계 관리 제도에 대해서는 ‘비적정’ 의견을 표했다. 횡령 범죄로 인한 내부회계 관리 제도에 취약점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내부회계관리제도 점검·고도화 설계 적용을 마쳤고 △사외이사 과반수 선임 △감사위원회 도입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설치 △준법지원인 지정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에는 사외이사를 대거 영입해 사외이사 비율을 40%에서 57%로 높였다.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에는 김홍기 전 한국거래소 코스피 기업심사위원장도 포함됐다.


‘내부 통제 시스템’ 구멍 드러나…직무 분리 엄격해야
담당 회계법인도 감지 못해…감사실 절반 가까이 감축

횡령 사건으로 오스템임플란트 내부 통제 시스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 씨는 회사 내부 서류를 조작해 범죄 사실을 숨겼다. 부하직원들이 이 씨의 지시에 따라 서류에 기입된 잔액을 PDF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성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승인자와 인출자가 분리가 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다. 자금을 운영하는 사람과 집행하는 사람의 직무분리(Duty segregation)는 기본이다. 하다못해 아파트 공동자금 관리할 적에도 입주자 대표와 관리소장이 서로 도장이 같이 찍혀야 출금이 가능하다"며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했다. 또, "담당 회계사에서 부정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회사 현금 보유 상황을 은행 잔액 증명서 등으로 내부와 외부에서 감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횡령 당사자가 서류를 조작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통상적인 업무에서 그 부분을 거르지 못했다. 사건 관련 직원들은 현재 수사 진행 중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담당 회계법인이 이 사실을 감지하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2020년에는 삼덕회계법인이, 2021년에는 인덕회계법인이 맡았지만, 모두 이 씨의 횡령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작년 3월 제출한 2020년 결산 감사보고서에서 회계감사를 맡았던 삼덕회계법인은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 회계관리 제도에 문제가 없다며 감사의견으로 ‘적정’을 주기도 했다. 이 씨가 200억 원 넘는 금액을 횡령한 뒤의 일이다. 

감사실 인원을 줄이고 코로나19를 이유료 감사 교육을 이수하지 않는 등 시스템을 소홀히 운영한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공시에 따르면 상근감사 1명과 감사 지원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감사실 직원수가 작년 3분기 기준 11명으로 줄었다. 2019년 22명이 근무했지만 △2020년 15명 △2021년 초 14명 △2021년 중반 11명이 됐다. 특정인이 내부 통제 권한을 많이 가져갔을 때 감시할 인원이 줄어든 것. 

2019년만 해도 17년 경력의 실장이 근무했지만 2020년 이후에는 3년 경력 실장으로, 차장급 직원 평균 경력이 5년에서 3년으로 줄기도 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횡령 사건이 불거진 현재에도 "14명의 인원이 감사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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