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폭등…“에누리하다 승강이·가계부 작성 포기까지” [옛날신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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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폭등…“에누리하다 승강이·가계부 작성 포기까지” [옛날신문 보기]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2.04.07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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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10~20원 에누리 하려고 승강이 삔질나게 벌이는 모습 자주 본다"
"도매물가는 무려 14.9%나 폭등…연말 억제목표 27~28%의 3분의 2 잠식"
"가계부 쓰기 중단하는 주부들 늘어나…감원·감봉·물가 급등 3중고 겪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치솟았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4%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1년 12월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특히 물가를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 에너지가 꼽혔다.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월 중 배럴당 83.5달러 기록하다 2월 92.4달러, 3월 110.9달러까지 급등했다. 휘발유도 3월 평균 리터당 1939원까지 올랐다.

문제는 유가 상승으로 치솟은 물가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공급망 차질까지 겹쳐 물가의 상방 압력이 커질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성패가 물가관리에 달렸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시사오늘>은 천정부지로 솟은 역대 물가 폭등을 정리해봤다.

 

 "주부들, 10~20원 에누리 하려고 승강이 삔질나게 벌이는 모습 자주 본다"


1970년대 초반 물가사태의 심각성은 시장 바구니를 들고 장 보러 온 주부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기사도 보도됐다.

한산한 백화점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한산한 백화점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식료품상을 하는 이영호(35)씨는 "요즘 주부들이 10~20원을 에누리하려고 승강이를 삔질나게 벌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고 전했다. 5원을 깎으려고 서너상점을 들르는 주부들의 모습에서 주부들의 곤두세워진 물가감각을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7인 가족의 주부인 김모(42) 여인은 "꼭 짚어서 값이 오른 물건은 없지만 물건 값은 다 오른셈"이라고 한숨 졌다. "정말 남편에게 돈을 몰래 빼내 낭비한다고 꾸중듣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푸념했다.

봉급생활 가족 주부라는 이모(32·동대문 숭인동)은 한달에 한번씩 받는 봉급을 갖고 설탕, 조미료 등을 한꺼번에 장만하다보니 물건 값이 오른 것을 그대로 알 수 있다고 물가가 오르는 것을 원망했다.

웬만한 배추 한포기에 200원 이상, 호박 한 개에도 50원이나 하니 섣불리 덥석 사버리는 주부가 없다면서 화성상회 최상경씨는 요즘 불경기에 고개를 흔든다. 우흥상회 김경덕씨는 "실제 물건 값이 오른게 아니고 물가가 오른다 오른다 지레 겁먹은주부들이 심리적으로 올리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1971.08.31

1971년 5월 25일 선거 이후 약 3개월 동안 각종 물가가 도매물가 기준으로 엄청나게 뛰어올랐다. 7월 말까지 도매물가가 33% 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정부의 주장과 큰 거리가 느껴질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22일 대한상의 서울도매물가 조사표에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지난 5월 선거 이후 3개월동안 밀가루가 24.3% 오른 것에 비롯해 배추 283.3% 무 142% 팥 25.4%, 찹쌀 22.3% 등 곡물류가 크게 올랐다. 석유가 66.1%, 경유가 44.6%, 프로판가스가 31%씩 올랐고, 연탄도 12.5%, 무연탄도 15.1%씩 폭등했다. 약품값도 올라 클로로마이신이 38.5%나 올랐다.
<동아일보> 1971.09.02 

 

1970년대 후반 물가 상황은 달라졌을까. 경제의 고도성장으로 인해 물가는 급등하면서 정부가 세워놓은 물가 상승률 억제 목표선도 넘어섰다.

 

물가 폭등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물가 폭등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9월 중 소비자물가는 당초 연말 억제 목표선인 10%는 물론 수정 목표인 14%마저 무너졌다. 도매물가는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10%, 소비자물가는 14.4% 올랐다. 남덕우 경제기획원장은 9월 중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고추를 비롯해, 고구마, 감자,양파, 달걀 등 농산물 값이 오른데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된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9월 말 현재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도매 12.3%, 소비자 15.5%가 오른 것이다. 남 장관은 산업생산은 8월 중 5.1% 증가, 작년 동기에 비해 23.7% 증가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9월 중 수출은 11억 5200만달러로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70억 8900만 달러를 기록해 작년 동기보다 26.3%의 증가율을 보였다.
<조선일보> 1978.10.12

 

 "1980년 2월, 연초부터 연말 물가 상승 억제목표 27~28%의 3분의 2 잠식" 


198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물가는 안정화되지 못했다. 1980년 연초부터 물가 상승률이 연말 물가 억제 목표선에 근접할 수준이었다. 특히 2월 한달 동안 국내 도매물가는 무려 14.9%나 폭등하며 연말 억제목표 27~28%의 3분의 2가 잠식됐다.

4일 한국은행에 의하면 2월 중 도매물가 상승률 14.9%는 지난 55년 1월의 17.7%이후 25년만의 최고 기록인데 이는 1.12 환율인상과 1.29 유가 및 전력요금 인상의 영향이 반영돼 대부분 공산품 가격이 18.4%나 뛰었을 뿐만 아니라 식료품도 과실, 육류, 일반미, 어류 값 등의 등귀로 7.5%나 올랐다.
<매일경제> 1980.03.04

특히 1987년에는 선거 유세과정에서 많은 돈이 풀리면서 물가는 유례없는 폭등세를 보였다.

물가급등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물가급등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소비자물가가 지난 11월까지 4.8% 상승에 그쳤으나 15일 만에 7%선을 기록, 통계상 평균 물가가 45.8%나 큰 폭으로 변동했다. 이처럼 15일만에 물가가 2.2% 포인트나 급등한 것은 최근 4~5년 사이에 거의 없었던 현상이다.

당국은 이같은 물가 폭등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워낙 돈이 많이 풀린데다 농촌에서 일손이 부족, 무우, 배추, 참깨 시금치 , 파등 김장용 채소 양념의 출하가 원활지 못해 농산물 가격이 최고 2~3배까지 폭등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석유화학제품도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정부는 연말 물가를 5%선에서 억제할 방침이다.
<조선일보> 1987.12.18

 

"가계부 쓰기 중단하는 주부들 늘어나…물가폭등으로 쓸 맛 안나" 


1990년 4월 물가는 4.7%의 상승률을 보여주면서 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폭등은 쌀·쇠고기·돼지고기 등 농축수산물값, 음식값, 학원비 등 거의 모든 품목에서 나타나면서 공식통계와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물가폭등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물가폭등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저소득 계층의 생계와 직결된 쌀값은 일반미의 경우 상품 한가마당 소매가격이 연초의 9만7000원~9만 8000원에서 10만 5000원을 웃돌고 있다. 마늘은 상품이 1kg 4500원에서 8000원으로 거의 갑절이 뛰었다. 수산물의 경우 고등어 1마리가 500원에서 700원으로, 갈치가 2500원에서 3500원으로 뛰었다. 연말에 1500원~2500원하던 갈비탕과 설렁탕 값 최근 2000~3000원으로 500원씩 올랐다. 다방의 커피값도 600~1000원에서 700~1500원으로 일제히 인상됐다. 소비자 기호의 고급화 추세에 따라 옷값도 새로 나오는 제품을 중심으로 20~30% 올랐다.
<한겨레> 1990.04.21

이러한 물가 폭등으로 인해 가계부 쓰기를 중단한 주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부작성 포기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가계부작성 포기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전국 6개 도시의 가계부기록 주부 1200명을 대상으로 가계부 기록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 90년 가계부쓰기를 중단한 주부는 30%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중단 사유를 보면 "물가폭등으로 쓸 의욕이 상실했다"는 응답이 28.5%로 가장 많았다. 고물가가 가계부기록 의지를 꺾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뻔한 살림이라 불필요해서"와 "번거롭고 귀찮아서"등의 이유도 다수 있었다.
<경향신문> 1991.07.31

1996년 석유류 제품 가격인상으로 에너지물가가 폭등하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에너지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에너지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3일 한국은행이 생산자물가를 에너지물가와 에너지 이외 물가로 나눠 분석한 결과 11월 말 에너지 물가는 작년말에 비해 22.3% 상승했다. 반면 에너지 이외 물가는 1.1% 상승에 그쳐 에너지 물가 상승이 올해 물가불안 요인의 주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중유가 무려 59.2% 상승했고, △벙커c유 50.9% △경유 49.7% △제트유 35.6% △등유 29.4% △휘발유 22.8% 각각 올랐다. 에너지 물가는 지난 90년 1.6% 하락한 이후 91년 4.0%, 92년 6.3%, 93년 4.4%, 94년 0.1%, 95년 5.1% 상승, 한자릿수를 넘지 않았다.
<동아일보> 1996.12.04

 

 1997년 외환위기로 실업, 삭감에 물가상승까지 체감 생활고 혹독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달러값이 연일 뛰면서 서민 가계부담이 가중됐다. 기름값·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수입에 의존하는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버스 및 택시요금, 라면, 자장면 값 등이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실업·임금 삭감의 고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서민들에게 물가 인상이 가세됐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사재기 단속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 서민들의 당시 체감 생활고는 혹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가폭등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물가폭등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원료를 대부분 수입해오는 설탕, 밀가루, 식용유, 커피 등 가공식품 제조업체은 지난달 말 소비자판매가격을 10%를 올렸다. 밀가루 값은 3kg한 포대가 1300원에서 1450원으로 13% 뛰었다. 이에 따라 라면, 빵, 자장면, 칼국수 등 밀가루 음식값도 오를 전망이다. 서울 반포동에 사는 주부 김연수(31)씨는 "제과업체들이 최근 비스킷 비롯한 과자값을 포장만 바꿔 두배 가까이 올렸다"며 "실직자도 크게 늘어난다는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한숨 내쉬었다.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을 비롯한 서비스요금도 줄줄이 인상할 움직임이다.

원유도입에 따른 환차손과 교통세 특별소비세 인상 부담을 안고 있는 정유업체들은 내년 초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200원이상으로 30% 넘게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회사원 문병옥(32)씨는 "승용차에 들어가는 기름값만 12만 원에서 17만원으로 월 5만원 정도 늘어 며칠전부터 자가용을 집에 두고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있다"며 경제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1997.12.13

 

1997년 연말에 40~50%가량 올랐던 주요 생필품 가격이 1998년에도 추가상승됐다. 버스·택시요금 등도 25%~40% 오르는 등 서민생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대부분의 물가가 폭등세를 보였다. 외환위기 여파로 감원·감봉의 고통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물가폭등까지 3중고를 겪었다.

치솟는 물가 공포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치솟는 물가 공포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제일제당, 대한제당, 대한제분, 신동방 등 식품업체들은 지난해 12월 2차례에 걸쳐 밀가루, 설탕, 식용유 등의 가격을 50%안팎 올린 데 이어 이달 중순에  다시 20%이상 인상해야만 적자를 면한다고 밝혔다.

원자재가격 인상 등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자 일부 도매상 및 소비자들이 사재기를 하면서 아예 물건을 구하지 못하는 품귀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미도파백화점의 경우 설탕 공급량이 품귀파동 전 지난해 10월의 4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향신문> 1998.01.09


1999년에는 한일어업협상 후유증과 비축물량부족 등의 여파로 물고기·수산물·과일 값이 폭등했다.

생선값 폭등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생선값 폭등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지난달 초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2만4000원에 팔렸던 고등어가 지난 9일 현재 45%오른 3만4000원에 거래됐다. 갈치와 오징어도 각각 16.6%, 18.6% 값이 올랐다. 자연산 광어도 지난달 초 2만3300원에서 50.2% 치솟은 35000원에 거래됐다. 서울가락동 농수산시장에서는 지난달 22일 2만7000원에 팔렸던 사과 1상자가 10일 4만2500원으로 57.4% 급등했다. 배 1상자도 41% 오른 5만6500원에 팔렸다.
<경향신문> 1999.03.11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정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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