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이음’이 사라진 세종 산울초중 통합학교 이슈
스크롤 이동 상태바
[시사텔링] ‘이음’이 사라진 세종 산울초중 통합학교 이슈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4.08 16:24
  • 댓글 6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 반대에도 불도저식 통합 강행, 어린이 안전·교육 우려↑
교육감 새로 와도 막을 방법 없다?…못 박기 앞서 대안 제시해야
靑 제2집무실·세종의사당 등 학령인구 증가 요인도 고려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에서 '학교'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공간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단순 학습을 위한 '스터디'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들 간 소통과 공동생활이 이뤄지는 '커뮤니티' 공간임을 재인식할 수 있었고, 나아가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요구되는 지역사회 치유·돌봄의 출발이 되는 공간이 학교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게 됐는데요.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시민사회에서는 교육당국이 미래 학교교육에 대한 청사진을 조금씩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통합운영학교'입니다. 학교 운영 효율성 제고나 학령인구 감소 선제적 대응 등 '무늬만 통합'만을 위한 일차원적인 방향성에서 벗어나, 규모의 학교 아래 여러 연령대의 아이들과 다양한 지역 주민들이 서로 교육·소통하며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건강한 시민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는 데에 기여하는 공간이 되도록 꾸미는 방향으로 진일보해야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거죠. '마음과 마음을 잇고, 학교와 마을을 잇고, 현재와 미래를 잇는다'는 통합운영학교(이음학교, 서울형 통합운영학교의 명칭이기도 하다)의 본질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세종 6-3생활권에서 벌어진 산울초등학교·산울중학교 통합 논란에서는 '이음'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지역사회 치유·돌봄의 출발은커녕 주민 간 반목과 갈등의 시발점이 됐고, 공동체 의식 함양과 시민사회 통합을 도모하긴커녕 학교가 채 설립되기도 전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자체와 시민 간 통합과 이음을 저해하는 애물단지가 돼 버린 모양새입니다.

세종 6-3생활권 내 산울초등학교·중학교 통합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해당 지역 소재 아파트 단지 입주예정자들 ⓒ 시사오늘
세종 6-3생활권 내 산울초등학교·중학교 통합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해당 지역 소재 아파트 단지 입주예정자들 ⓒ 시사오늘

당초 산울초와 산울중은 따로 지어질 예정이었습니다. 2020년 8월과 2021년 4월 세종시 교육청은 산울초와 산울중을 따로 신설하는 계획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중투심)에 연이어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중투심은 산울초중 통합운영학교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재검토하라는 의견을 통보했습니다. 아울러 세종 6-3생활권 내 또 다른 초등학교인 바른초 신설 계획에 대한 심사에서도 중투심은 세종교육청에 산울초와 산울중이 통합되는 것을 반영해 다시 검토하라는 의견을 냈고요. 이에 세종교육청은 지자체에 개발계획변경(학교 부지 변경·통합 관련)을 요청했고, 이에 따른 지자체 답변을 첨부해 2021년 10월 중투심에 바른초 신설 계획을 다시 제기해서 적정의견을 받게 됩니다. 지역사회 내 반목과 갈등이 불거진 건 이 과정에서 6-3생활권 M2블록과 H3블록의 학군이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산울초와 산울중을 원안대로 지을 경우 안전한 공원 통학이 가능했던 이 지역 입주예정자의 자녀들이 차도를 건너 학교를 오가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죠. 학교 통합운영으로 인한 교육현장 혼란과 학교폭력 우려도 나왔고요. 이에 해당 지역 입주예정자들은 산울초중 통합운영학교 설립 안건을 폐기하고 원안대로 처리하라며 지난해 말부터 집단행동에 돌입했습니다. 반면, 일부 다른 블록 입주예정자들은 원안에 대한 심사가 다시 진행될 시 개교 일정 자체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통합 안건에 찬성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여기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예비후보들의 공방마저 펼쳐지면서, 산울초중 통합운영학교를 둘러싸고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의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찬반 격론과 갈등 자체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어떤 성격의 지역 현안이든 찬성과 반대는 엇갈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생각은 사람마다, 진영마다 다르기 마련이고, 각자의 이해관계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국가가 존재하고, 중앙정부가 존재하고, 지자체가 존재하고, 정치인이 존재합니다. 이들에겐 이 같은 반목과 갈등을 중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대안을 제시해 통합과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세종교육청 등은 이 같은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현재 이번 사안과 관련이 있는 아파트 단지는 총 4곳, 이중 산울초중 통합운영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단지는 3곳에 이릅니다. 세대 수 등을 감안하면 전체 입주예정자들 가운데 70% 가량이 원안대로 처리를 원하고 있는데요. 상황이 이렇다면 관계당국과 지자체에선 주민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수정·보완하든지, 그것이 어렵다면 주민들에게 수정·보완이 어려운 이유를 소상히 설명하고 대안이나 당근을 제시하는 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행정일 겁니다. 그러나 세종교육청은 지난해 중투심 심사를 받을 당시 지자체에 보낸 바 있는 개발계획변경(학교 부지 변경·통합 관련) 요청 공문을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재발송했습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중앙정부의 학교 통합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마이웨이' 행보를 보인 겁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세종교육청 관계자는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를 통해) 교육감이 새로 와도 통합학교 설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만약 현재 추진 중인 통합학교를 다시 분리하려면 중투심부터 다시 받아야 하는데, 교육부에서 민원을 이유로 다시 초등학교와 중학교 두 학교 설립을 허용할 가능성이 없다. 통합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교육감이 공약을 이행하려면 학교당 200억 원 이상을 세종교육청 예산만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시 짓는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방법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아예 못을 박기도 했습니다. 지역주민 10명 중 7명이 반대하는 사안임에도 불도저식 강행을 천명한 셈입니다.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처사입니다. 자녀가 도로를 건너지 않아도 되는 학군에서 도로를 건너 통학하는 학군으로 변경됐는데 세상에 어떤 학부모가 반대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초등학교 주변 교통사고가 심각해 어린이보호구역 내 제한속도와 과태료가 강화되고 있는 시대에, 과연 이걸 이기주의라며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요. 지자체에 개발계획변경 공문을 재차 보내기 보다는, 학군 변경으로 안전을 위협받게 된 아이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았을까요. 또한 교육현장 혼란, 학교폭력 등 통합운영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주민들에게 통합운영학교의 장점을 설명·소개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TF 따위를 구성하면 뭐합니까. 반대하는 주민 1명도 설득하지 못하는데요. 통합운영학교가 갖는 진정한 의미인 '이음'도 저버린 채 말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반대 주민들은 세종교육청 등이 산울초중 통합운영학교 설립을 강행하는 배경 자체에까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학교통합 명분은 허울에 불과하고, 진짜 통합 이유는 세종시 1호 통합운영학교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는 겁니다. 실제로 세종교육청이 중투심에 낸 자료를 살펴보면 해당 지역 내 초등학교 학생 수(산울초+바른초, 전망치)는 1차 심사 당시 1550명에서 3차 심사 1650명으로 되레 늘었습니다. 중학생 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울중에 배정될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 수가 1차 심사 때 750명에서 3차 심사 825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주민들 입장에선 의아할 수밖에 없죠.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세종시에 청와대 제2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고, 이에 따라 최근 세종 행복청은 도시계획을 약 1년 앞당겨 주택공급과 개발사업에 보다 박차를 가하는 내용이 담긴 '2022년 도시계획국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세종의 경우에는 앞으로 학령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석하기 충분한 대목입니다. 통합운영학교 계획도 이를 반영해 재검토돼야 마땅하다고 판단됩니다.

세종교육청을 비롯한 당국과 지자체에게 묻고 싶습니다. 개교 지연이 예상돼 어쩔 수 없다는 논리,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음'이 사라진 세종 산울초중 통합 이슈, 지역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부추기는 통합운영학교,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가을 2023-11-04 10:13:04
학부모로서 공감하는 글이네요
산울동 주민들이 원하는 윈안대로의 시행을 하지 않는 모습이 의아하네요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로가 먼저라 생각합니다

진짜 적당히 2023-10-27 23:36:13
진짜 적당히 하셔야지 이제 하다가 아이들 안전가지고 장난질이신건 아닌거 같네요
좋은글 너무나도 원하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구구절절 다 맞는 말씀이신데 관계자분들은 왜 모르시는걸까요 모른척하는 걸까요ㅜ

중투와 교육청.. 2023-10-26 21:58:46
중투를 조지고 싶어도, 교육청이 산울초중분리로 올려야지 교육부가서 이야기라도 해보죠?
이건 뭐, 다끝난거라고 입주예정자 속이고, 지들끼리 입예협 무시하고 다 처리함....
교육청이 시민들 의견을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하는데, 교육청부터 조지는 것이 정상아님?
멍청한 교육청은 민주주의도 모름.. 오로지 자신의 영달을 위한 교육부만 보임......
기사 보세요.... 교육청은 교육부 해바라기 입니다....

교육청은 뭘 거래했는가? 2023-10-26 21:54:58
학생의 고른 분배가 교육의 질 향상이 될텐데, 굳이 바른초를 최대로 지음.
예산 200억을 더 투자, 이중 지구단위계획 변경에만 60억....
아이들의 안전 훼손, 교육의 질이 나빠지는데.....
맞벌이부부는 학교가 없어서 가뜩이나 힘든데 더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교육청과 교육부..
뭔가 야합이 있는데 뭘까? 교육감이 바뀌어도 안된다는데.... 이는 비선출 권력이 선출권력을 이긴다는 이야기...
출산장려 하면 뭐하나, 교육청과 교육부는 출산저하 장려중인데....
전염병 확산을 위해서 초중통합하는가? 관련법은 코로나 이후로 감염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관련법령 바꾸고 있던데...
인구증가 요인이 명백했는데 애들 준다고 하는 교육부, 그걸 옮기는 교육청... 뭘 거래했는가 밝혀주세요.. 궁금?

중투 조져라 2022-08-27 02:51:33
세종교육청 탓할게 없네. 거리도 가까운 교육부 중투를 조졌어야지. 다들 바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