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수천억 국부유출…유한킴벌리의 아쉬운 두 얼굴 [시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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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수천억 국부유출…유한킴벌리의 아쉬운 두 얼굴 [시사텔링]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4.15 09:4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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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1. 유한킴벌리가 2016년부터 전개한 사회공헌활동 '힘내라 딸들아' 캠페인을 통해 6년 동안 총 750만 패드의 좋은느낌 생리대를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달장애 여성들을 돕고자 좋은느낌 처음생리팬티를 개발해 2020년 무상 제공 사업을 진행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해당 제품을 향후 10년 간 매년 100개 지적장애 특수학교에 지원키로 결정하기도 했다.

#2. 지난해 10월 유한킴벌리는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 상황 가운데 국민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선별진료소 의료진들을 위해 크리넥스 손소독제, 그린핑거 손소독 물티슈, 로션 등으로 구성된 위생·안전제품 6만 개를 기부했다. 2020년 팬데믹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크리넥스 보건용 마스크 100만 매를 대구 지역 의료진들에게 전달한 데 이어 나눔 행보를 지속한 것이다. 


유한킴벌리 CI.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좋은 기업 이미지를 구축한 유한킴벌리,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대주주인 킴벌리 클라크 측에 배당 등을 대거 지급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 CI.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좋은 기업 이미지를 구축한 유한킴벌리,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대주주인 킴벌리 클라크 측에 배당 등을 대거 지급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는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기로 널리 알려진 업체죠. 첫 번째 소개한 사례에서 보듯 여성들의 위생적 생활과 사회 진출에 기여하고, 보편적 월경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자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느낌'이라는 대표 제품명처럼 사람들에게 참 좋은 느낌을 주는 좋은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유한킴벌리의 사회적 책임 이행은 이어졌습니다. 유한킴벌리는 팬데믹 수혜를 본 대표적인 업체로 분류됩니다. 손소독제, 마스크, 보호복 등 위생용품 수요가 폭등하면서 우수한 실적을 거둔 겁니다. 팬데믹 전인 2019년 1조3000억 원대 초반에 그쳤던 매출이 2020년을 기점으로 1조5000억 원에 육박했고, 1500억 원 안팎에 머물렀던 영업이익은 2021년 2159억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앞서 두 번째 사례와 같이 유한킴벌리는 이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을 보였고,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죠. 실적 성장과 사회공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입니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유한킴벌리는 이렇게 자평합니다.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는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2020년은 유한킴벌리 역사에서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고객과 사우 모두의 안전 확보를 지원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마스크를 기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회책임 활동에 나섰고, 팬데믹에 따른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해 의미 있는 경영 성과를 거뒀습니다.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안전에 꼭 필했던 생필품인 마스크, 손소독제, 물티슈, 보호복, 화장지 등을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기여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유한킴벌리에게 참으로 아쉬운 게 하나 있습니다. 유한킴벌리는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 업체가 아닙니다. 유한킴벌리의 최대주주는 지분 70%(나머지 30%는 유한양행 보유)를 가진 미국계 개인용품 제조업체인 킴벌리 클라크(한국 정부에 낼 세금을 아끼고자 헝가리 자회사 Kimberly-Clark Trading LLC.로 유한킴벌리 지분을 옮김)이고, 유한킴벌리는 매년 킴벌리 클라크 측에 막대한 규모의 라이센스·기술지원 비용(일종의 로열티다. Kimberly-Clark Worldwide, Inc.에 지급)과 배당금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배당의 경우 당기순이익을 거의 다(배당성향 약 99%) 주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유한킴벌리는 걸핏하면 '국부유출' 문제로 빈축을 사는데요.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기업 국적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고, 국경이 따로 없는 산업계에서 국내에서 돈을 벌어 해외 업체 배만 불린다는 식의 비판이 얼마나 공익에 도움이 되겠냐마는, 그럼에도 이번에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는 상황으로 여겨집니다. 미중 무역분쟁에 팬데믹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여러 나라들이 보호무역과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유한킴벌리가 예년보다 더 큰 규모의 돈을 킴벌리 클라크에 줬기 때문이죠. 문재인 정부와 금융당국이 유동성 관리를 너무 못하니까 좀 거들어주기라도 한 걸까요.

유한킴벌리의 대주주인 미국 대기업 킴벌리 클라크 CI. 킴벌리 클라크는 유한킴벌리에서 받는 배당에 대한 세금을 한국 정부에 덜 내려는 목적으로 헝가리 법인에 유한킴벌리 지분을 넘기기도 했다 ⓒ 킴벌리 클라크
유한킴벌리의 대주주인 미국 대기업 킴벌리 클라크 CI. 킴벌리 클라크는 유한킴벌리에서 받는 배당에 대한 세금을 한국 정부에 덜 내려는 목적으로 헝가리 법인에 유한킴벌리 지분을 넘기기도 했다 ⓒ 킴벌리 클라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유한킴벌리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8~2019년 유한킴벌리가 킴벌리 클라크 측에 지급한 배당금(2018년 931억 원, 2019년 959억 원)과 기술사용료(2018년 343억639만 원, 2019년 252억8859만 원)는 총 2585억9489만 원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팬데믹이 본격화된 후인 2020~2021년 유한킴벌리가 킴벌리 클라크에 보낸 배당금(2020년 980억 원, 2021년 917억 원)과 기술사용료(2020년 407억2537만 원, 2021년 399억7347만 원)은 총 2703억9884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킴벌리 클라크가 가져간 돈이 4.5% 가량 늘은 건데요.

유한킴벌리의 당기순이익(일반적으로 배당의 기준이 된다)이 2018~2019년 합산 2472억8177만 원에서 2020~2021년 2717억7506억 원으로 약 9.9% 올랐음을 감안하면, 실적 증가분에 비해선 많이 가져간 게 아니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두 가지 나오는데요. 첫 번째는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8년 유한킴벌리가 당기순이익을 뛰어넘는 수준(배당성향 120.72%, 약 230억 원 초과)의 배당을 단행했다는 겁니다. 이를 제하면 킴벌리 클라크는 펜데믹으로 수혜를 본 유한킴벌리의 이익 증가분을 거의 대부분 챙긴 셈이 됩니다. 또 하나는 수수료입니다. 유한킴벌리가 최상위지배회사인 Kimberly-Clark Corporation을 비롯해 킴벌리 클라크 등(유한양행은 제외)에 지급한 수수료는 2018년 165억2885만 원, 2019년 166억997만 원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후인 2020년 186억5552만 원, 2021년 198억89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장사가 잘 됐고, 의미 있는 경영 성과도 거뒀으니 배당금도 늘고, 본사에 지급해야 할 기술사용료와 수수료 등도 증가하는 게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구조와 원리이니까요. 유한킴벌리 탓만 할 것도 아니죠. 배당 규모 등을 의결하는 건 킴벌리 클라크이니까요. 그럼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같은 시국에는 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본사와 소통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입니다.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특별한 시간을 보낸, 펜데믹 속에서도 해외로 수천억 원 규모의 국부를 유출한 유한킴벌리의 두 얼굴,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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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eko 2022-04-15 11:43:27
유한킴벌리가 국내 회사라고 오인지하는 부분을 소비자가 알면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사회적책임활동을 충분히 하면서 수익 발생된 것을 가져가는게 뭐가 잘못된건진 모르겠습니다. 한국기업이 외국에 진출해서 로열티 많이 벌어서 달러 벌어오는 것은 잘한 일이고, 다른 나라가 한국에서 사업 잘해서 돈 가져가면 나쁜 일인건가요? 중국의 잘못된 애국주의, 중화사상 같은 마인드의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Ahiejx 2022-04-15 14:27:14
저는 밑에 의견과 다릅니다.
다른 외국계 기업에 비해 배당성향이 너무 높고, 기사에도 나와있듯 이익 보다 더 많이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죠. 게다가 킴벌리 클락은 우리나라 세금을 회피하려고 지분을 헝가리법인에 넘겼습니다. 정도껏 해먹어야지.
오히려 양쪽 면을 고루 잘 다룬 좋은 기사라고 생각함

ㅋㅋㄱㅋㅋㅋ 2022-04-15 23:16:14
저게 잘못된게 아니라고?ㅋㅋㄱㅋ 순이익 고대로 다 가져가면 기업이 뭘로 투자하고 뭘로 연구함?ㅋㅋㅋㅋ 장기적으로 내수 망치는 거지ㅋㅋㅋ 유한킴벌리가 뭐 혁신기업이냐ㅋ 코로나 터져서 잘된 거지ㅋㅋㅋ 그거 다 해외로 돌리면 우린 뭐 호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