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의 진면목, 국토부 장관에서 빛날까 [정치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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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의 진면목, 국토부 장관에서 빛날까 [정치人]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4.16 07: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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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장관, ‘독이 든 성배’…집값 잡고 차기 대권 ‘0순위’ 될 수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시사오늘 김유종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시사오늘 김유종

윤석열 정부 첫 내각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였습니다.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위해 분골쇄신(粉骨碎身)했던 만큼 중히 쓰이리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그 ‘중요한 임무’가 국토교통부 장관일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원 후보자는 제20대 대선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입니다. 경선 과정에서는 특유의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이미지를 과시하며 ‘원희룡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경선 패배 후에는 한발 물러나 있었던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아 정권 교체를 이끌었습니다. 지난 3일 <리서치뷰>가 발표(3월 29~31일 수행)한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28%), 오세훈 서울시장(13%)에 이어 3위(10%·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동률)를 기록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일반적으로 유력 대선 후보가 되면 지방자치단체장(오세훈·홍준표·유승민)에 도전하거나 당권(안철수)을 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자체장은 현장에서 정책을 직접 만들고 집행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성공을 거둘 경우 이를 국가 전체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명분을 걸고 대선에 나설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만 해본 정치인들이 따라갈 수 없는 강점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이 대표적입니다.

당권은 지지 세력 규합에 유리합니다. 제18대 대선에서 패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한동안 잠행(潛行)하다가 제20대 총선 직전에 돌아와 당대표로 당선, 당내에 ‘친문(親文)’ 세력을 만들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때 주류로 올라선 친문계의 힘을 바탕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상임고문 등을 여유 있게 제치고 제19대 대선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이재명 상임고문과 안철수 위원장도 이 루트를 따르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원 후보자는 경기지사 출마설, 국회 복귀 후 당권 도전설 등을 뒤로 하고 입각을 택했을까요. 이유를 추측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 5년을 지나는 동안, 부동산이야말로 표심(票心)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변수라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것이나, 제20대 대선을 통해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바탕에 부동산값 상승에 대한 ‘성난 민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건 정부여당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선거를 떠나서도, 집값 폭등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가 됐습니다. 평생 월급을 모아도 집 한 채 살 수 없는 현실은 청년층을 절망하게 했습니다. 노동 의욕을 꺾어놨고, 결혼을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대다수 국민은 지금의 사회 문제 상당 부분이 집값 폭등에서 출발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원 후보자의 ‘대권 로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만약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원 후보자는 엇나갔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셈이 됩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면 민심(民心)은 원 후보자에게 몰릴 테고, 일약 차기 대권 주자 ‘0순위’가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원 후보자는 중도 이미지가 강해 중도진보 유권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서울시장으로서의 성과와 중도적 이미지를 활용해 ‘대세론’을 형성했던 제17대 대선 당시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떠오르는 캐릭터입니다.

또한 원 후보자는 3선 국회의원에 재선 도지사 출신입니다. ‘성공한 행정가’가 겪어야 했던 정치적 시행착오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중앙정부에서의 행정 경험이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부동산 안정에 성공한다면’ 원 후보자의 이번 선택은 말 그대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원 후보자는 ‘똑똑하고 일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자체인 제주도의 특성상, 원 후보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랬던 그에게 전 국민이 주목하는 무대에서 행정가적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원 후보자가 이 기회를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에 그의 정치적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원 후보자에게 국토교통부를 맡기면서 ‘시험대이며 독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과연 원 후보자가 든 잔은 ‘독배(毒杯)’가 될까요 ‘성배(聖杯)’가 될까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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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 2022-04-16 08:33:06
아무리 봐도 국힘에선 원희룡이 제일 괜찮던데
차기는 오세훈 원희룡 안철수 3강일것같으니 잘 해보시길 파이팅

정치도사 2022-04-16 07:59:52
원희룡의 가치가 그동안 너무 가려져 있었다. 국토부 장관으로 날개달고 차기 대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