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홈쇼핑의 어제와 오늘 [옛날신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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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홈쇼핑의 어제와 오늘 [옛날신문 보기]
  • 손정은 기자
  • 승인 2022.04.27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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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시사오늘 김유종
홈쇼핑 시장은 1990년대 IT 기술 진화에 따른 정보 혁명으로 황금기를 누렸지만, 현재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아, 옛날이여!" 최근 국내 홈쇼핑업계가 속으로 읊조리고 있는 말일 것이다. 홈쇼핑 시장은 1990년대 지구촌 세계화 바람이 이는 가운데 IT 기술 진화에 따른 정보 혁명으로 황금기를 누렸다. 안방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대금까지 결제할 수 있는 시대가 본격 개막해서다. 하지만 IT뿐만이 아니라 각종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 오늘날, 약 30년 전처럼 수혜 업종으로 분류될 것으로 여겨졌던 홈쇼핑 산업은 오히려 점점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송출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내며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오늘>은 과거의 인물과 기업, 그리고 사건에 대해 다룬 당대 신문 기사들을 재조명해 현재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살펴보는 '옛날신문 보기'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 옛날신문 보기에서는 홈쇼핑이 천하를 호령했던 옛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오늘날에는 왜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지 짚어본다. '어떤 평가와 분석이 옳은가'에 대한 가치 판단은 배제한다. 판단은 '사상의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동시에 '과잉 이념'의 시대에 지쳤을 독자들에게 맡긴다. 

 

PC통신 바람타고 날개 단 홈쇼핑업계


1990년대 들어 PC 통신이 등장하면서 홈쇼핑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됐다. 안방 쇼핑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전에는 구매하고자 하는 품목명을 갖고 직접 발품을 팔며 가격을 비교해 구매를 결정했지만, 이제는 컴퓨터를 통해 원하는 제품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까지 할 수 있게 됐다. 홈쇼핑 시장이 본궤도에 진입하자 백화점은 물론, 대형 유통업체들까지 PC 통신 홈쇼핑 사업에 잇따라 참여했다. 취급 상품이 다양해졌고 이용자들도 급증했다.

홈쇼핑 시장 '본궤도'를 다룬 기사.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홈쇼핑 시장 '본궤도'를 다룬 기사.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안방서 상품 주문…대금 결제까지 홈쇼핑 시장 '본궤도'

80년대까지만 해도 소비자의 인식 부족과 관련 업체들의 홈쇼핑에 관한 전문성 미비, 국내 홈쇼핑 시장은 유명무실한 실정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취업 여성 증가와 PC 통신 등 새로운 통신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홈쇼핑 시장은 연평균 50% 이상의 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국내 홈쇼핑 시장 규모는 91년 800억 원에서 92년 1200억 원, 93년 1800억 원, 94년 2200억 원에 달했으며 96년엔 5000억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995년 1월 13일 <매일경제>

PC통신 홈쇼핑 "멀티미디어 바람"

데이콤이 최근 실시한 천리안매직콜 홈쇼핑 이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68만2649건에 불과하던 이용건수가 9월에는 92만6757건으로 26%가량 늘었다. 현재 천리안매직콜, 하이텔, 나우누리 등 국내 PC통신망에 개설돼 있는 홈쇼핑 서비스코너는 약 150여 개. 이 가운데 약 25%에 해당하는 40여 개의 홈쇼핑 코너가 화상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995년 11월 2일 <경향신문> 

홈쇼핑시장 달아오른다

집안에 앉아서 상품을 구입하는 홈쇼핑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홈쇼핑 시장을 겨냥한 대기업과 해외 통신판매 업체들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TV홈쇼핑 카탈로그 PC 우편주문VDT(전화비디오 서비스) 등 형태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96년 홈쇼핑시장은 올해 4000억 원보다 25% 신장된 5000억 언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1995년 12월 31일 <매일경제>

 

본궤도 오른 홈쇼핑업계, 훨훨 날다


이 같은 홈쇼핑업계의 기세는 200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보험상품을 가입하고, 화장품, 반찬류를 구매하는 등 홈쇼핑은 우리네 삶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대한민국 전반의 경제가 좋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홈쇼핑 산업은 훨훨 날며 홀로 웃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홈쇼핑 고객 2백만 넘어서

홈쇼핑 고객 200만 명 시대가 시작됐다. 지난 95년 8월 케이블텔레비전 39쇼핑과 엘지홈쇼핑이 첫 전파를 탄 뒤 3년 만인 올 7월 고객이 각각 100만 명을 넘어섰다. 불황이라고 하지만, 홈쇼핑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엘지홈쇼핑 관계자는 "6월 말에 이미 지난해의 매출액을 돌파했다"라고 밝혔다. 값이 싸다, 평생 동안 교환이나 반품이 가능하다 등의 인기 비결이 있다. 

-1998년 7월 17일 <한겨레>

하루 26억 매출 TV홈쇼핑 '신바람'

두 시간에 8억 원어치 판매, 하루 26억 원 매출. TV홈쇼핑 업체의 최근 매출 기록이다. 경기회복과 케이블TV 시청자 수 증가에 따라 LG홈쇼핑과 39쇼핑 등 양대 TV홈쇼핑 업체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추정하는 TV홈쇼핑의 연간 시장 규모는 7000억 원. 통합방송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TV홈쇼핑 채널이 지역 유선방송을 탈 경우,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11월 22일 <조선일보>

홈쇼핑업계가 지난해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실적 개선을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선 눈치다. ⓒ시사오늘
홈쇼핑업계가 지난해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시사오늘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재난에도 굳건했던 홈쇼핑, 지금은 어떨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롯데홈쇼핑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1조1030억 원, 영업이익은 18.5% 감소한 1020억 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CJ온스타일 CJ ENM 커머스부문은 1조3785억 원, 영업이익 1201억 원을 기록, 각각 6.8%, 33% 줄었다. 현대홈쇼핑도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4%, 14% 감소했다. GS샵은 지난해 하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6197억 원인 반면, 영업이익은 20.6% 줄어든 671억 원에 그쳤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까지 호황을 누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을 이겨내지 못한 걸까. 비대면 트렌드가 자리잡은 만큼, 팬데믹은 홈쇼핑업체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실제로 앞서 열거했듯 매출 자체는 대부분 확대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송출 수수료 부담', '이커머스의 성장' 등이 꼽힌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홈쇼핑업체들이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2조234억 원으로, 이는 해당 기업들 평균 매출의 53.1%에 해당한다. 

이커머스의 진격도 홈쇼핑 성장의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다. PC가 정보 혁명의 전부였던 과거에는 안방 쇼핑 전반을 TV홈쇼핑이 담당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인 현재는 스마트폰 하나로 쿠팡, 티몬 등 플랫폼을 통해 간단하게 인터넷 쇼핑이 가능해졌다. TV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면서 홈쇼핑을 잊은 소비자도 증가했다. 반면, 2000년 초 10조7000억 원 규모에 그쳤던 이커머스 시장은 2020년 기준 133조 원대로 성장했으며 심지어 올해에는 200조 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때와 다른 신경전이 펼쳐졌다


부도난 채널에 홈쇼핑 허용 논란

정부가 부도난 케이블텔레비전 일부 채널에 홈쇼핑 프로그램의 제한적 편성을 허용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홈쇼핑업계와 각 채널들이 반발하고 있다. 홈쇼핑 채널들은 케이블텔레비전 전문 편성에 어긋난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케이블 업계는 "IMF 이후 대다수 채널들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홈쇼핑 프로의 허용을 끈질기게 요구했는데도 거절하다 정책당국이 새삼스레 부도 채널에 대해 홈쇼핑 방송을 허용하려는 것은 특정 채널에 대한 특혜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1999년 8월 25일 <한겨레>

정부·케이블 '홈쇼핑' 신경전

케이블TV의 홈쇼핑 프로그램 편성권을 놓고 업계와 정부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업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홈쇼핑 편성권을 확보하려고 뛰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특혜 시비와 편성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널들의 반발이 예상돼 고심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26일 케이블TV 종합정책의 하나로 부도가 난 채널에 홈쇼핑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999년 8월 27일 <경향신문>

1990년대에도 채널권 신경전은 있었다. 다만, 지금과는 다른 양상이다. 당시에는 정부와 케이블 간의 신경전이었고, 현재는 유료방송사와 홈쇼핑업계라는 '갑 대 을' 간 갈등이다. 이에 지난해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인터넷TV(IPTV),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유료방송업계와 콘텐츠 사용료와 홈쇼핑 송출 수수료 등을 논의하고 각 사안에 대해 주요 기준을 제안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으나, 뚜렷한 방안이 없어 무용지물이 됐다는 평가다. 

현재 홈쇼핑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높은 송출 수수료 문제가 결국엔 소비자와 중소기업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과기부뿐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등 유관 부처의 적극적인 개입이 조속히 이뤄져야 홈쇼핑의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담당업무 : 백화점, 편의점, 홈쇼핑, 제약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매순간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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