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기성세대가 외면한 문제, 청년 정치가 다뤄야” [북악포럼]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재섭 “기성세대가 외면한 문제, 청년 정치가 다뤄야” [북악포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4.27 13: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00)> 국민의힘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이 4월 2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섰다. ⓒ시사오늘
국민의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이 4월 2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섰다. ⓒ시사오늘

언젠가부터 ‘청년 정치’는 당위(當爲)가 됐다. 청년 정치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묻지 않았다. 그저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실망은 쌓여갔다. 선거 때마다 새로운 청년 정치인이 등용(登用)됐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2030세대는 사회적 약자였다. 누구도 그들의 절규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청년 정치인이 필요한가. 그 무엇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청년 정치인은 왜 존재해야 하나. <시사오늘>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4월 2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국민의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념 달라도 비슷한 또래에서 더 동질감 느끼기도”


선거 때마다 청년 정치는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서, 일각에서는 청년 정치 무용론이 터져 나왔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청년 정치가 왜 필요하냐는 본질적 물음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를 내놓으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청년 정치는 청년들을 위한 정치일까요 청년이 하는 정치일까요. 저는 후자라고 봅니다. 젊은 사람들을 위한 정치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집값 문제, 일자리 문제를 청년 정치인이 더 잘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청년 정치의 가치는 젊은 사람들이 하는 정치라는 데서 찾아야 합니다.”

김 위원장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경험’이었다. 2020년 정치에 입문한 후 수많은 정치인들과 교류하면서, 그는 진보 정당과의 이념 차이만큼이나 선배 정치인과의 세대 차이를 느꼈던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저는 1987년에 태어났습니다. 6·29 선언이 있던 그 날이 생일입니다. 말 그대로 민주화 이후 태어난 첫 번째 세대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독재가 뭔지 잘 모릅니다. 군사 정권 시대가 얼마나 엄혹했는지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냥 교과서에서 봤을 뿐, 경험으로 체득한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희와 세대가 다른 국회의원 후보님들을 만나게 되면 정말 다르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구나’ 하는 걸 깨달을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같은 당이 맞나’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방송이나 토론회에서 만나게 되는 비슷한 또래 정치인들과 대화를 할 때 훨씬 동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 대목에서 청년 정치인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세대와 문화가 달라진 만큼 정치도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사오늘
김 위원장은 세대와 문화가 달라진 만큼 정치도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사오늘

 

 

“문화 달라진 만큼 정치 바꾸는 게 청년 정치 역할”


기성 정치인과과 청년 정치인이 ‘다른 세상’을 산다면, 우리 사회의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도 ‘다른 세상’을 살고 있을 터다. 김 위원장이 청년 정치인의 필요성을 발견한 것도 이 지점이었다.

“지지자들이 붙여주신 별명 중 제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별명이 ‘헬스부 장관’입니다. 저는 어릴 때 유도 선수로 활동을 했고, 대학을 다니면서도 럭비 선수를 했습니다. 정치인 이전에 체육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난해 이맘때쯤 코로나19로 인해 헬스장이 문도 못 열게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매일 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인데 못 하게 됐으니 너무 힘들었고, 헬스장 사장님은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 주제로 발언을 했습니다. 헬스장 이야기를 하면서 ‘불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기자들은 타이핑을 멈추고, 다른 비대위원들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앞서서 문재인 정부의 백신 방역이 어떻고 부동산 정책이 어떻고 하는 말이 나왔는데 밑도 끝도 없이 헬스인들 이야기를 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했던 발언 중 가장 많이 소비된 기사가 그 기사였습니다. 헬스인들이 ‘우리 입장을 들어주는 사람이 정치권에 있구나’ 깨달았던 겁니다. 기성 정치인들은 ‘운동 좀 못하면 어때. 며칠 쉬면 되지’ 하고 넘어갔던 문제를 제가 지적하니까 헬스인들이 반응했던 거라고 봅니다. 이건 기성 세대가 다룰 수 있는 정치적 문제가 아닙니다. 그분들 세대에서는 별일 아닌 걸로 치부됐던 문제니까요. 하지만 매일 운동을 하는 젊은 세대들은 이걸 마치 양치 안 하고 6주 동안 그냥 자는 것과 똑같은 걸로 받아들입니다. 이처럼 전혀 정치적 어젠다로 승화되지 못했던 문제들을 발굴하는 것. 그게 청년 정치인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어서 김 위원장은 빅데이터 트렌드를 근거로 들며 청년 정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2020년에 서해상에서 공무원이 피살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전 국민이 분노했고, 정치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시기에 인천에서 수돗물 벌레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빅데이터 트렌드를 보면 2030세대는 북한에 의해 우리 국민이 피살된 사건보다 수돗물에서 벌레가 나온 사건에 훨씬 관심이 많았다는 겁니다. 거의 3~4배 높은 관심도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도부 회의에서 이 말씀을 드렸습니다. ‘공무원 피살 사건도 중요하지만 수돗물 문제도 심각합니다.’ 그랬더니 모 의원님께서 ‘우리 국민이 죽었는데 수돗물처럼 한가한 이야기를 할 때냐’고 그러시더군요. 하지만 빅데이터 트렌드에 의하면 2030세대는 외교나 안보보다 환경이나 건강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일자리나 대북 정책처럼 거대 담론만 이야기해서는 2030세대의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세대가 달라지고 문화가 달라진 만큼, 정치도 달라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저는 이게 청년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내린 결론을 짤막하게 언급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청년 정치란 젊은 세대가 삶의 불편을 느끼는 문제를 정치적 한복판으로 끌고 와서 해결해나가는 것’이었다.

“앞서 말씀드린 일련의 경험을 통해, 저는 청년 정치가 그저 청년을 외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제 나름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적어도 젊은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면, 젊은 세대가 삶의 불편을 느끼고 있는 문제들을 정치적 한복판으로 들고 와서 이슈화하고, 기성 세대와 싸워서 그것을 관철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앞으로 저는 기성 정치인들이 외면했던, 그렇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단초들을 발견해 조그만 것부터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