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아파트 리모델링 수주…현장 일각선 우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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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아파트 리모델링 수주…현장 일각선 우려, 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4.27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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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이도 공사인데…준공 실적 없거나 오래된 업체 다수
리모델링 전문 역량 갖춘 설계·용역업체 러브콜 이어져
"대형사고 나기 전에 실제 공사 수행업체 교육 지원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뛰어드는 것을 두고 건설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공이 어려운 사업임에도 아파트 리모델링 경험이 전무하거나 준공한지 오래인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업계에서 고난이도 프로젝트로 분류된다. 건물의 하중을 견디는 벽면(내력벽)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기존 구조물 가운데 내구성이 저하된 부분을 보수·보강하는 동시에, 전체 아파트 형태와 단위 세대 구조를 변경하고, 지하주차장과 커뮤니티 시설 등을 새롭게 지어야 해서다. 계획을 제대로 세운다고 해도 보수·보강작업이 미흡하거나, 현장 여건이 따라오지 못할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복수의 건설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리모델링은 굉장히 위험한 공사다. 가설 구조물 하나를 선(先)시공하느냐, 후(後)시공하느냐에 따라 공사 전체가 흔들린다. 현장 노동자가 작업 순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다른 현장보다 더욱 큰 문제가 생긴다. 원청 시공사, 하청 협력업체들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끔찍한 참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파트 리모델링이 어려운 건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현장 노동자가 마치 머리카락 층을 치듯 기존 세대 내 벽면을 정밀하게 철거하는 광경을 보면 저절로 입이 바싹 마른다"며 "시공사의 노하우, 현장 협력사의 기술력이 유기적 화합을 꼭 이뤄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리모델링협회, AURIC건축도시연구정보센터 등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건설사들 가운데 아파트 리모델링을 준공한 적이 있는 업체는 쌍용건설(방배 궁전·당산 평화 등), 포스코건설(개포 우성9차), 삼성물산 건설부문(청담 두산·대치 우성2차 등), DL이앤씨(대림산업 시절 이촌 로얄맨션 등), 대우건설(광장 워커힐 일신), HDC현대산업개발(청담 청구), 롯데건설(평창 올림피아드호텔), 두산건설(이촌 수정) 등에 불과하다. 이중에는 마지막 아파트 리모델링 준공 실적을 거둔지 10년 이상 지난 업체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5대 건설사인 현대건설, GS건설 등도 아파트 리모델링 실적이 전무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수주전에서는 컨소시엄 방식으로 참전하는 업체가 많은 편이다. 경험과 기술력은 부족하나 인지도와 자본력에 강점이 있는 건설사, 인지도와 자본력은 떨어지지만 경험과 기술력이 우수한 건설사들이 손을 잡고 경쟁에 나서는 것이다. 전자로 꼽히는 대표적 업체가 현대건설, 후자로 꼽히는 대표적 업체가 쌍용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아파트 리모델링 준공 실적이 있는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려 선사현대 리모델링 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힘을 모아 금호벽산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1인자로 꼽히는 쌍용건설은 지난해 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대우건설 등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가락쌍용1차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했으며,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광명철산 한신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따냈다. 당시 쌍용건설 측은 "쌍용건설의 실적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튼튼한 재무구조와 브랜드 1위 파워를 더해 최고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룬 쾌거"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리모델링 사업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설계업체가 있는 현장 위주로 수주에 나서는 업체들도 있다. 아파트 리모델링 준공 실적이 없는 현대건설, GS건설은 잠원 동아, 신명 동보, 문정 건영, 수원 신나무실 주공5단지 등 사업을 수주했는데, 모두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사로 참여하고 있는 현장들이다. 또한 몇몇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실적이 있는 용역업체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각 건설사들이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으로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 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시공을 하는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 그들의 리모델링 공사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앞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리모델링 준공 실적을 보유한 대형 건설사들 대부분이 너무 오래 쉬었다. 리모델링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인적 자원들은 진작에 퇴직·이직했을 거다. 무분별하게 앞날은 생각하지 않고 수주하다가 큰 소란을 야기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는 설계·구조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직접 시공하는 측면의 중요성이 더 높다고 생각된다. 시스템과 돈이 있는 대형 건설사들이 실제 공사를 진행하는 전문건설업체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례로 현 협력사들은 물론, 예비 용역업체들까지 대상으로 리모델링 공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대형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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