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검수완박’ 국난(國難) - 국회 해산하고 국민에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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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검수완박’ 국난(國難) - 국회 해산하고 국민에 물어라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04.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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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사 유린, 국민 분노 확산
의회정치 포기 삼권분립 파괴…위헌
수사권 박탈에 다른 법률들과도 연쇄충돌
“검수완박 않으면 靑 20명 감옥” 실토
공직자·선거 범죄 수사 ‘증발’…서민만 피해
辯協 토론회, 주도자 처벌 요구
민주당, 범죄 집단과 무엇이 다른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흩날리는 검찰기ⓒ연합뉴스
휘날리는 검찰 깃발ⓒ연합뉴스

정치가 국민을 배신했다. '검수완박' 비상사태다. 여야의 反국가 악법(惡法) 합의 농단이 국회에서 벌어졌다. 국민적 반발기류가 역력한 가운데 야당은 다시 돌아서 반대와 저항에 나섰고, 집권당은 속전속결 일방처리를 강행, 처참히 격돌했다. 물리적 충돌도 불사했다. 법안의 내용과 처리 형식 모든 면에서 의회정치는 파괴됐다. 그 '음모와 파탄'은 민주당에서 발단됐고, 국회의장을 연결고리로 자행됐다. 

한국정치사에서 유례없는 '국회의 국민테러' 사건이다. 조국과 민족, 역사에 대한 배신행위에 다름아니다. 지난 70년 세월, 남북대치와 부정부패 등 온갖 우여곡절 속에서 견고하게 구축돼온 우리 '검찰 수사권' 이 아니었던가. 민주주의의 건강한 보루였던 그 검찰권이 이제 통채로 문재인 정권 치하 다수당인 집권당에 의해 최초로 뿌리채 유린되기에 이르렀다. '검수완박’ 파문은 갈수록 악화일로로, 정국 전체를 뒤흔드는 거센 후폭풍을 몰아올 수 밖에 없다. 

이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뒤늦게 중재안에서 발을 빼고 반대의 자세로 돌아서 깅력 저항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민주당은 다수의석을 무기로 각계의 엄청난 반발도 아랑곳 하지 않은채 검수완박을 원안대로 강행, 문 대통령 임기내에 가차없이 성사시키려 하고 있다. 민주당이 끝내 이 악법을 문 대통령 임기내에 강행처리 하고 만다면, 고위 대형 범죄자는 모두 빠져 나가고, 국민적 피해는 참담하게 국가를 얼룩지게 할 것이다. 정국은 장.단기적 대(大)격돌이 불가피 하다.

각계의 비판 여론과 법안 폐기 운동이 '국회 무용론'으로 까지 비화될 수 있는 모양새다. 일시적 여야 야합과 관련, “검수완박이 아니라 국특완박(국회의원 특권 완전 박탈)이 더 시급하다”는 국민들의 분노도 확산되는 형국이다. 국회해산과 검수완박 국민투표론도 대두했다.

범죄자를 지키기 위해 국회가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검수완박으로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지면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 저항권 발동 주장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악법으로 삼권분립의 기저를 뒤흔들고 있는 이번 국회에 대해 해산 요구가 국민들 사이에서 빗발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 본질에 집중해야

다시 쟁점이 된 중재안은 변화가 없다. 이번 중재안 역시 검찰 수사권을 '단계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검수완박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중재안만으로는 법안의 위헌 가능성, 경찰의 권한 남용 우려, 범죄자 대응역량 약화 등 각계에서 쏟아진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 국민적 사기(詐欺)다.

사태가 혼란스러울 때는 문제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검수완박 논란의 핵심은 검찰 수사권 박탈이다. 민주당은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결국은 헌법 제12·16·89조에 근거한 검사의 수사권을 빼앗고, 검찰은 사실상 ‘기소청’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검수완박법의 원안·중재안 모두 늦어도 1년6개월 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핵심이다. 검찰이 선거·공직 범죄 수사를 일시 재개해도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70여 년 이어온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것은 법 2개 개정으로 할 수 없고, 개헌까지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독주에 들러리 섬으로써 검수완박의 공범(共犯)이 되는 일을 다시는 해서는 안 된다. 자칫 절차적 정당성이 있는 것처럼 포장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졸속 날림 중재안…다른 법률들과 충돌 위헌

여야의 정치적 거래로 70여년간 유지해 온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가법게 함부로 뒤흔들어선 결코 안 된다.

여야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자신들이 살기위해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법안을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서둘러 합의한 것은 국민적 배신행위임에 틀림없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위헌적 독소조항을 그대로 남겨둔 미봉책이다.

실무적으로도 엄혹한 함정이 도사린다. 위헌 요소가 분명하다. 중재안대로 검찰 수사권이 박탈되면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다른 법률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성폭력처벌법 발달장애인법 등의 경우 수사 주체를 검사 등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검찰 수사권이 사라지면 검사가 피해자 보호와 구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법률 시행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만다. 피해 국민을 국가가 보호할 길이 없다.

50여 개국과 체결한 국제형사사법공조와 범죄인 인도절차도 검사 수사권을 전제로 하고 있어 국제 공조에도 때마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검찰의 수사권 범위에서 4대 범죄가 제외되면 월성원전, 산업부 블랙리스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의 수사가 봉쇄될 우려가 크다. 경찰의 부실·과잉 수사를 통제할 방안도 미흡하다. 한마디로, 사상 최악의 졸속 날림 입법이다. 현 대통령이든, 차기 대통령이든 거부권은 당연히 행사돼야 한다.

살얼음 격돌정국 지속

다수 국민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하고, 대다수 야당 인사, 검찰, 변호사 단체, 시민단체, 언론, 학계 등도 '검수완박 법안'에 우려와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법원도 사실상 반대를 표명했다. 거의 전 국민적 반발을 헤아리게 한다.

특히, 검찰은 중재안 합의에 대해 “검수완박 시기만 잠시 유예한 것”,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한 검찰 말살책”이라고 반발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박성진 대검 차장, 전국 고검장 6명이 전원 사직서를 내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이와 관련, 국민의 힘이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에 대해 25일 이를 받아들일 수 없고, 재논의해야 한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면서 여야 갈등은 다시 극한 대치로 돌아섰다.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이룬 합의를 사흘 만에 깬 것이어서 정국이 다시 얼어 붙었다. 국민의 힘 또한 중재안 합의행위 책임과 관련, 권성동 이준석 등의 퇴진론을 둘러싸고 내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민주당이 큰 반성의 용단을 내려 중재안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가적 고통인 한 정국의 정상화 기미는 없다. 윤 정권 취임 후에도 살얼음 격돌정국은 지속될 것이다.

국민 피해 급증 구조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 재직 당시 우려했듯 이번 국회 검수완박 야합으로 법치 말살, 민주주의 퇴보가 현실화할 우려는 더욱 커졌다.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이로 인해 본격적인 국민 피해 급증 구조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형상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 등의 비리를 덮기 위해 노골적으로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여 왔다. “검수완박을 안 하면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 간다”는 말까지 스스로 나오게 했다. 검찰이 남은 4개월간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면 이 의혹들은 사실상 묻히게 된다.

가뜩이나,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전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검수완박 입법과 관련,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측 입장을 옹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논란 중인 법안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합의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검찰은 직권남용 등 공직자의 직무상 범죄를 수사할 수 없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나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 현 정부 관련 사안이 이에 해당한다. 법안 시행 시 4개월 이내에 이런 사안은 경찰로 넘어간다. 현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연루 의혹을 받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도 선거 범죄여서 추가 관련자에 대한 수사가 경찰로 이관된다. 문 대통령의 태도는 새 정부 출범 후 현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막으려고 검수완박을 추진한다는 의혹을 키울 뿐이다.

국민들은 경찰의 LH 투기 의혹 사건 처리 과정을 지켜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능함을 경험했다. 개혁을 한다며 형사사법체계를 대책 없이 바꿀 때 발생하는 피해는 온전히 힘 없는 일반 국민에게 돌아간다.

각 당 내부에서조차 “야합”이라는 반발이 거세고, 검찰은 초유의 수뇌부 총사퇴로 예민한 반응을 표출하는 등 전례없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이번 중재안 합의가 ‘갈등의 해소’라기보다는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다. 한국 현대 정치사, 정권 전환기에 이런 여야 격돌과 야합, 국민 저항 움직임은 전례가 없다.

헌법 위반 소지…직권남용과 공무집행방해 

70여 년간 이어진 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법안을 2주 만에 속도전으로 처리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수사기관 개혁 방안은 국민의 관점에서 좀 더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만들어야 한다.

수사 체계 변화의 대전제는 범죄자를 분명히 단죄하되 범죄 피해자인 일반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유전(有錢) 무죄’ 또는 ‘유권(有權) 무죄’로 잘못 흘러가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해서는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일본 등 대다수 국가가 권력의 부패·비리를 막기 위해 검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이유다. 검수완박으로 정권 비리를 덮고 국민 권익을 박탈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 정치권의 입법 폭주는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대한변협 등이 주최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검토 및 개선 방안 긴급 토론회’에서 “재난적 입법을 날림 공사로 시도해 형사사법 체계의 혼란을 초래한 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가 법률과 형벌 규정을 깊은 생각 없이 함부로 만들고 있다”며 “이런 짓은 국가 예산을 낭비하게 만드는 형벌 공해·입법 재해에 속한다”고 질책했다.

앞서 시민단체는 직권남용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민주당을 고발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국민의 사법절차 접근권 침해, 인권침해 등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의회정치를 포기하고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독점적 지위권 확보로, 그동안 저지른 전횡과 비리를 덮고자 검찰을 무력화하고 경찰을 수하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술수와 편법

민주당 지도부는 당 안팎의 비판에도 4월 임시국회 처리 입장은 고수한다. 그러나 무리하게 국회를 통과해도 내용과 절차의 위헌·위법성으로 인해 제대로 기능할 수 없고, 입법 주도 세력에게 정치적·사법적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위해 갖은 술수와 편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안건조정위 장악은 입법 폭주의 서막에 불과하다. 검찰의 손발을 꽁꽁 묶는 시나리오는 이미 나와 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준비하고 있는데 여기에 맞서 임시국회 회기를 쪼개 처리하는 '살라미 전술'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5월 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법안을 공포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원내 172석 다수당의 갑질이자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보면 과거의 오류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시 학습하고 있는 듯하다. 당내 소수 의견은 물론이고 법조계와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에도 귀를 닫았다. 이는 선거 결과를 부인하고 민주주의의 본질을 왜곡하는 반 민주적 행위와 다를 게 없다. 국민들이 이러라고 민주당에 다수 의석을 밀어 준 건 아니다.

반민주적, 반헌법적 행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법안 강행 배경을 밝혔다. 그를 법사위원으로 보임하면서 민주당 인사들이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 “검수완박 안 하면 죽는다”고 했다는 양심선언을 했다. 

실제로 청와대 전·현직 인사들은 물론 이재명 상임고문을 비롯해 강경파 의원 상당수가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양의원의 양심선언은 검찰 개혁의 완성을 부르짖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시도가 실은 현 정권의 ‘안위’를 보장받기 위한 것임을 거듭 확인해 주는 충격적 발언이다.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는 결단을 내린 그의 말을 거짓으로 몰아세울 수 없는 정황이다.

민주당은 양 의원 대신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 국회 법사위원으로 보임하는 ‘꼼수’를 자행한 데 이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 달라고 요구했다. 야당은 물론 대법원과 변협, 민변, 참여연대 등 정파 구분 없이 각계의 반발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민주당은 171개 의석을 앞세워 기어코 법안 처리를 강행할 태세다. 

촛불시위의 개혁 열망을 안고 탄생한 문재인 정부 집권 여당이, 민주화 세력의 정통을 이어받았다는 민주당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등 자신들이 연루된 사건 수사를 틀어막겠다며 이런 반민주적, 반헌법적 행태를 서슴지 않는 현실이 마냥 참담하다.

대형비리 검찰수사 원천 봉쇄 의도

사실,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전 출신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SNS를 통해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니 분별력 있게 하자"면서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하려는 모습이 위성 정당을 창당하던 때와 닮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강경파들은 입법 폭주를 위한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의 4월 처리를 위해 '위장 탈당'이란 꼼수까지 동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이 20일 민주당을 탈당한 것이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를 노린 기획 탈당이다. 

이들 법안이 법사위 소위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법안은 민주당과 야당 의원 3명씩 6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원회로 넘어가 최장 90일간 심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3분의 2 이상 찬성이면 즉시 통과시킬 수 있다. 이를 이용해 무소속 민 의원을 민주당 쪽에 세워 4대 2로 만들어 처리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꿍꿍이다.

민주당의 꼼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방위 소속인 김진표 의원과 법사위 소속 김종민 의원을 맞바꿨다. 관례상 안건조정위 의장은 최고령자가 맡는 점을 노린 것이다. 김진표 의원은 75세로 법사위 최고령자다. 21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을 노리는 김진표 의원이 당 지도부의 강행 처리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왜 이러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검수완박 대못을 박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이상직 비리, 대장동 특혜 등 문재인 정권 대형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수사 대상은 국회의원과 정권 고위층

검수완박 중재안은 공직자·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없애는 게 핵심이다. 선거법 위반이나 직권남용 수사의 대상은 바로 여야 국회의원과 정권 고위층이다.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검찰 수사 대상에서 빼버린 것이다. 자기 범죄를 덮고 수사를 뭉개기 위해 여야가 정치적으로 야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 있나.

이 법안이 통과되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과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은 오는 9월부터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다른 직권남용 의혹이 드러나도 검찰은 손댈 수 없다.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할 공직자 범죄도 마찬가지다. 떠나는 권력도, 새 권력도 모두 검찰 수사에서 자유로워진다. “부패한 정치인과 권력자들만 좋아진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국민들이다. 검찰 몫까지 떠안은 경찰이 제때 온전히 수사하지 못해 범죄는 쌓이고 범죄자는 늘어나는데 법의 단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 된다. 범죄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당연히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권력 부패를 수사해야 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조차 검수완박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범죄 천국의 나락으로 빠지기 일보 직전이 된다.

국민 입장에서는 수사를 검찰이 하느냐, 경찰이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범죄로부터 국가의 보호를 받고, 범죄자가 적반하장 격으로 활개치고 다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검수완박은 이것과 거리가 멀다. “청와대 사람 20명은 감옥간다고 했다”는 양향자 의원의 말은 민주당이 여론을 무시하고 폭주하는 속내가 무엇인지 적나나하게 보여준다.

문 대통령과 이재명 전 지사 보호 목적

현실적으로도 민주당이 정권교체기에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한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사정 태풍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보호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김예원(변호사) 장애인인권법센터 대표는 “(사건의) 99%에 해당하는 서민 사건이나 민생 사건에 초점을 맞춘 중재안이 아니라 국회의 딜(협상), 정치인은 수사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의 야합으로 이뤄진 엉터리 중재안”이라며 “형사사법체계가 국회 거래의 산물이 됐음을 역사가 깊이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재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되 중대범죄수사청(가칭)을 만들 때까지 미룬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6개월 안에 중수청법을 만들고, 입법 후 1년 안에 발족키로 했다. 민주당이 당초 발의한 법에는 3개월 유예 기간이 있었으니, 3개월이 1년 6개월로 늘었다는 것 외에는 바뀐 게 없다. 

게다가 수사권이 폐지될 때까지 검찰은 부패·경제 관련 사건만 수사할 수 있다. 별건수사 금지라는 명분으로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추가 수사도 막았다. 국가의 범죄대응 능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니 정치인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지 못하도록 여야가 야합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중재안에 덜컥 합의해 준 권성동 국만의 힘 원내대표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당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자 어제 페이스북 등을 통해 “당초 선거와 공직자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포함할 것을 주장했지만, 하나라도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더 축소하지 않으면 ‘원안 통과밖에 없다‘는 민주당의 강력한 요구를 이겨 낼 수 없었다.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마디로 거대 여당의 졸속 처리를 막고 검찰 수사권을 최소한으로나마 지켜 내기 위해 절충안 수용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권 대표의 합의가 당내 의견을 온전히 수렴하지 못한 데 있다고 하겠다. 민주당의 입법 강행만큼이나 권 대표의 합의 또한 졸속이었던 셈이다.

국가 형벌권 약화 피해는 힘없는 서민층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은 모순투성이로 급조된 정치적 계약서에 지나지 않는다. 

야합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당장 6·1 지방선거 선거사범 수사는 막대한 차질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또 3년2개월 만에 재개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비롯해 공직자의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수사도 삐걱거리는 등 수사의 총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형벌권 약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인 서민에게 돌아간다.

법안 통과 후 4개월 뒤면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책임져야 한다. 현재도 경찰은 과중한 업무로 수사 지연에 따른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대책도 없이 일단 검찰 수사권부터 폐지하면 결국 범죄자들만 좋은 세상이 될 뿐이다. 

게다가 향후 1년 6개월 안에 이른바 '중수청'을 설치해 검찰 수사권 폐지를 보완한다고 하지만 중수청이 수사 능력을 갖추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예측조차 어렵다. 단순 절도처럼 비교적 단순명료한 사건이 있는가 하면 고도의 지능 범죄, 합법을 가장한 유착형 범죄, 민법과 형법이 얽혀 있어 검사, 변호사, 판사 등 법률 전문가들도 해당 분야 전문이 아니면 손대기 힘든 범죄가 차고 넘친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만 득 보는 술수

또한, 이번 합의에 따르면 당장 9월부터 원전 경제성 조작,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문재인 정권의 비리 의혹 수사가 중단된다. 결국 떠나는 정권의 권력 비리가 덮이고 향후 윤석열 정부의 의혹 수사도 사전에 차단될 수 있다.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등을 논의할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 단체 1명으로 구성돼 민주당 성향의 중수청장 인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당장 6월 지방선거부터 선거 수사는 사실상 경찰이 홀로 감당해야 한다. 9월부터는 검찰이 해온 공직자 범죄, 방산비리, 대형 참사 등의 사건이 모두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떠넘겨질 것이다. 온갖 사건이 몰릴 경찰의 수사 부담과 출범 이후 고작 1건을 기소한 공수처의 수사 역량을 생각하면 신속하고 엄정한 범죄 척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수사권 조정 이후 안 그래도 느려진 경찰 수사는 더욱 더뎌질 테고,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대폭 축소돼 더욱 느슨한 견제 속에 진행될 것이다. 그런 경찰 수사의 대상은 대부분 일반 국민이 관련된 사건들이다. 국민을 위한 사법 서비스를 망가뜨리면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와 범죄자만 득을 보는 내용이 중재안이란 이름의 저 계약서에 담겨 있다. 거기에 서명한 여야 원내대표는 야합에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의원 등 정치권의 외압에 경찰이 검찰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해 선거 수사가 정치권력에 휘둘릴 우려도 있다.

이준석 권성동, 사죄의 탈당을

70여 년간 유지해 온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이렇게 뒤흔들어도 되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신중하게 논의해 결정할 문제를 정치권이 날림으로 뜯어고쳤다는 것이다. 

새로 만들어질 중대범죄수사청이 주요 범죄 수사를 제대로 해낼 역량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국민들은 이번 합의를 이끈 여야의 주역들에게 이들이 원인을 제공한 국가적 혼란에 대해 두고 두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중재안 수용에 주도적 역할을 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음도 국민적 반발 수위를 잘 보여준다. 권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 무겁게 여겨야 했다는 점을 통감합니다”라는 사과의 글을 올렸다. 두 시간 후에도 “실망하신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합니다”는 사과글을 또 올렸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 될 사안이 아니다. 시대와 역사 앞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이준석 당대표와 권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사죄의 탈당 조치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이런 반(反) 의회민주주의 폭거에 제동을 걸어야 할 1차 책임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있다. 법안 자체의 위헌성과 졸속·부실은 말할 것도 없고, 절차까지 꼼수로 점철된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미뤄야 한다. 김대중 정부 때, 그리고 박 의장의 초선 시절 만들어진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 조항(국회법 제20조의2)의 취지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언론인 출신의 정치 원로로서 더이상 오점(汚點)을 남기지 않기 바란다.

이런 배경에서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될 사법개혁특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직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검찰과 수사기관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 동의 필수

여야는 민심을 확인한 만큼 4월 국회에서 중재안을 졸속 처리해선 안 된다.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아니면 국회 전체에 국민적 책임을 물어 야합을 파기하거나, 야합 국회를  해산, 총선을 다시 실시하는 한이 있더라도 '검수완박'의 처리는 막아야 한다.

검찰개혁이 국민의 피해는 외면하고 비리 정치인들의 수사를 원천 봉쇄하는 '방패'로 전락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중재안이 법안의 위헌 가능성, 범죄자 대응 역량 약화 등 각계에서 쏟아진 우려를 해소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논의해 결정할 중대사를 정치권이 '야합'으로 통과시켜선 안된다.

비판 여론을 경청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들의 우려를 지켜보는 입장’을 넘어 무리한 입법에 제동을 걸고, 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잘못된 중재안에 합의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탈당해야 마땅하다. 여야는 속도전을 멈추고 충분한 숙의를 거쳐 검찰뿐 아니라 경찰·법원 개혁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사법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뒤 국민적 협의체를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새 정부가 출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아니면, 현 국회를 해산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술(詐術)의 중재안 통과는 막아햐 한다. 그것만이 나라와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다. 

라스트 카드로, 문재인 대통령이 정국을 바로잡을 수 있다. 그제 전직 총리·장관 오찬에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 탄핵과 합법적인 정권 교체로 민주주의를 되살렸다는 극찬을 받는 나라”라고 자평했다. 이 발언이 다수의 공감을 얻으려면 당장 민주당의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한다.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도 거부권 행사로 시행을 막겠다고 밝혀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5일 “(중재안은) 사실상 치외법권, 특권계급을 창설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졸속 추진을 중단하고, 형사사법 권력에 대한 진정한 개혁 방안을 강구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새 정부 출범 뒤 국회와 법무부·검찰 등 관련 부처, 변협과 관련 학계·시민단체 등이 두루 참여한 국민적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정도(正道)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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