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횡령사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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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횡령사고의 교훈
  • 윤종희 기자
  • 승인 2022.04.29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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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DLF 사태에 야단법석이었던 금융권이었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를 문제 삼았다. 금융권은 신속하게 내부통제시스템을 마련했다. 관련 위원회를 만들었고 감사업무와 관련해 유능한 인사들도 영입했다.

이 가운데 DLF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손 회장은 지난해 징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금융당국의 조치가 무리했음이 드러난 셈이다.

최근 또 우리은행에서 사고가 터졌다. 본사 직원이 500여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내부통제시스템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이번 횡령 사건이 그토록 거창한 의미에서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없어서 발생한 일인가? 그렇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간과해서 그런 것이다.

이번 횡령액 500여억 원은 이란에 송금해야할 금액이었으나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때문에 우리은행이 보관하고 있었던 금액이라고 한다. 이를 오랜 기간 관리한 우리은행 직원이 꺼내 썼다는 게 사건의 대략적 개요다. 상식적으로 이 계좌에 대한 감시가 있어야 했다. 돈이 나가고 들어가는 게 없는지 말이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확인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초까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역시나 거창하게 진행했다. 아마도 우리은행 직원들은 이 검사에 협조하느라 몹시 분주했을 것이다. 이렇게 요란하게 검사가 진행됐지만 이번 횡령 사실은 파악하지 못했다. 어쩌면 정신없이 검사 하느라, 또 정신없이 받느라 정작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놓쳤을 지도 모른다.

ⓒ우리금융그룹
최근 우리은행 직원 횡령사고는 그때 그때 사건이 있을 때마다 요란스럽게 대응하는 게 아닌 기본에 충실한 내부통제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우리금융그룹

DLF사태가 불거졌을 당시가 다시 떠오른다. 문제의 본질보다는 금융사 CEO를 끌어내리는데 집중했던 모습들이다. 감정에 치우쳐 사람에 대한 화풀이가 해결책의 전부인 것처럼 말이다.

그 결과는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손태승 회장 같은 경우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그리고 그토록 비난의 화살을 받았던 손 회장이 이끈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88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 분기 기준 최대실적을 냈다.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요란하게 진행됐던 DLF 푸닥거리는 허상에 불과했던 느낌이다.

이제 다시 기본적인 것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그 동안처럼 원칙 없이 금융당국이 여론이나 정치권 눈치를 봐서 함부로 금융사 때리기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다 이번처럼 기본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우리은행 횡령 사고가 주는 교훈 가운데 하나다.

작년 8월 취임한 정은보 금감원장은 "(금융사에 대한) 사전 예방적 검사를 통해 관리에 중점을 둬 (종합검사) 제도를 개편해 나가겠다"면서 "상시 감시를 강화하고 리스크 중심의 검사를 펼쳐 사전에 금융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비록 이번에 우리은행 횡령 사건이 터졌지만, 그렇다고 이게 틀린 말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진작에 이렇게 기본으로 돌아왔다면 이번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아무쪼록 뭔 일이 있으면 금융당국이 ‘갑’의 기세로 나타나 금융사 때리기 하는 모습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이번 횡령 사건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원칙에 입각해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예전처럼 금융수장 끌어내기가 주력이 돼선 안 된다.

물론 금융수장의 잘못이 있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묻지마식’ 책임론은 옳지 못하다. 그런다고 이런 사고가 다시 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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