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의 미래 [북악포럼 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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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의 미래 [북악포럼 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5.02 2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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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배분 관여할 수 없는 청년 정치인의 한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4월 2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국민의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의 주장은 흥미로웠다. ⓒ시사오늘
4월 2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국민의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의 주장은 흥미로웠다. ⓒ시사오늘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은 정치를 ‘사회적 희소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 했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만 모두가 가질 수는 없는 가치. 이를 배분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배분은 어떻게 이뤄질까. 그 기준이 바로 권위(Authority)다. 이스턴은 특정인에게 권위를 위임하고, 그들이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자원이 배분되는 과정을 정치라고 봤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위는 국민이 부여한다. 선거를 통해 정당하게 선출된 권력이 권위를 갖는다. 요컨대, 대한민국에서 정치란 ‘선출된 권력이 한정된 자원을 특정 기준에 따라 배분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여의도엔 수많은 정치인이 있다. 모두가 특정 지역, 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 그 안에서는 누가 ‘더 큰 권위’를 가질 것인가. 딱 집어 말하긴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청년 정치인’은 아닐 터다.

이게 ‘청년 정치인 무용론’의 근거다. 정치에서 시간과 권력은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청년 정치인이 기성 정치인보다 큰 권력을 갖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청년 정치인에겐 힘이 없다. 당연히 유의미한 자원을 배분받을 수도 없다. 이들이 자원 배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하나다. ‘시간’이다.

더 큰 힘을 갖는 것. 청년이 우리 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하려면 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그러려면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청년 정치인은 청년이 아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신선함도 잃는다. 그렇게 청년 정치인은 존재 가치를 상실해간다. 청년 정치인이 갖는 본질적 한계다.

이런 점에서 4월 2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국민의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의 주장은 흥미로웠다. 그는 청년 정치인의 한계를 인정했다. 경험 많고 전문성 있는 기성 정치인보다 청년 일자리·주거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자신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청년 정치인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자원의 배분 측면이 아니라, 이슈의 발굴 측면에서다. 시간이 지나면 문화도 바뀐다. 기성세대가 믿어 의심치 않는 관습이 2030세대에겐 무의미할 수도 있다. 반대로 2030세대에겐 중요한 일들이 기성세대에겐 별 것 아닌 일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 틈을 줄이는 게 청년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규정한다. 분명 세상에 존재하지만 기성 정치인들이 놓치는 이슈를 정치 한복판으로 가져오는 것. 그는 청년 정치인의 존재 가치를 이 대목에서 찾았다. 보다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청년 역할론’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이스턴이 던진 질문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다. 결국 변화의 주체가 기성 정치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청년 정치인이 아무리 이슈를 던지더라도, 기성 정치가 외면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시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방법론으로 돌아간다. ‘청년들이 스스로 변화의 주역이 되기 위한 힘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라는.

사람들은 청년 정치인에게 변화를 기대한다. 변화를 추동하는 건 힘이다. 그러나 청년 정치인에겐 기성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권력이 없다. 그 결과 청년을 ‘일단 힘을 얻기 위해’ 그 누구보다 충실히 기성 정치에 편입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청년 정치인 무용론에 공감한다. 과연 이 아이러니를 해결할 방법이 존재할까.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청년 정치는 영원히 ‘주변인’으로 머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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