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재인 대통령 퇴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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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재인 대통령 퇴임에 부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5.10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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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보다 결과 중시했던 문 대통령…정말 ‘노무현의 후계자’였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노무현의 후계자라고 할 수 있을까.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노무현의 후계자라고 할 수 있을까.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선비 정당’일 때가 있었다. 늘 바른 말을 했다. 다소 비현실적이더라도 정론(正論)을 택했다. 원칙에 집착했다. 명분이 없으면 실리도 포기했다. 도덕적 결벽증도 있었다. 완전무결하진 않았지만, 사소한 흠도 부끄러워할 줄 알았다.

때문에 이상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도덕적 우월감을 버리라는 충고도 있었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타협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꼬장꼬장함이 민주당의 매력이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그 상징적 인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제5공화국 청문회에서 명패를 내던졌던 사람. 3당합당을 거부하고 ‘꼬마민주당’으로 향했던 사람. 번번이 지면서도 지역주의에 도전했던 사람.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사람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했다. 명분에 집착했다. 지더라도 정도(正道)를 걸으려 했다. 대통령이면서도 ‘명령’보다는 ‘대화’를 좋아했다. 생각이 다르면 밀어붙이기보단 설득하려 했다. 그게 민주적 리더라고 믿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은 비극이었다. 그 트라우마 탓이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달랐다. 과정이야 어떻든 목표를 향해 줄달음쳤다. 명분이 없으면 만들어냈다. 마치 결과만 이뤄내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였다.

민주당도 변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민주당에선 민주가 사라졌다. 건설적 비판과 토론은 온데간데없었다. 이상(理想)과 명분, 도덕은 목표 달성의 걸림돌일 뿐이었다. 지독한 성과주의가 민주당을 지배했다.

문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민주당은 거의 모든 선거를 이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잃은 것도 많았다. 언젠가부터 민주당에선 시끄럽지만 민주적이고, 고지식하지만 분별 있는 문화가 사라졌다. 지금의 민주당은 강하고 세련되지만 어딘지 공허하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국회의원이던 노 전 대통령은 부산 북·강서을로 내려갔다. 다시 한 번 지역주의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낙선했다.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 허나 그게 국민들에게 울림을 줬다.

반면 지난 7일.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지내고 성남 분당에 자택까지 둔 이재명 상임고문은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했다. 계양을은 2000년 이후 민주당이 독점해오다시피 한 지역구다. 22년 전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이 고문은 ‘꽃길’을 택했다. 그럼에도 이 고문에겐 박수가 쏟아진다.

‘바보 노무현’을 칭송했던 민주당은 왜 이 고문의 명분 없는 출마에도 환호하게 됐을까. 그토록 완고하던 민주당은 어쩌다 ‘승리 외엔 모든 게 무의미하다’는 목표지상주의에 파묻히게 됐을까. 언제부터 민주당에서 ‘노무현 정신’이 사라진 걸까.

정말 문 대통령은 노무현의 후계자였을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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