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벡셀 직장 내 괴롭힘 ‘陳述공방’, 그리고 사건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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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벡셀 직장 내 괴롭힘 ‘陳述공방’, 그리고 사건의 배경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5.11 10: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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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벡셀 직장 내 괴롭힘 의혹②〉엇갈리는 진술과 구조적 문제
"A씨 비판 진술서 수십장" vs. "할 말 하는 사람, 임원 입김 작용"
SM그룹 정도경영실 "A씨 사회성 결여, 직장 내 괴롭힘 사실 없어"
서울사무소 '퇴사율 35% 안팎'…"영업직 한계" vs. "윗선 횡포 커"
"부적응 프레임은 전형적 방어기제…직장 내 괴롭힘 여부가 중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2020년 4월 10일은 SM벡셀 소속 직원인 A씨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날 오전 9시 SM벡셀 서울사무소 회의실에 전(全)직원이 모인 가운데 B임원이 '자리 이동', '업무 스톱', '지시 불이행', '불성실' 등 표현을 써가며 A씨의 이름을 직접 거론했기 때문이다. A씨는 B임원이 동료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고 느꼈다고 한다. 상급자가 다른 직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특정 직원을 반복적으로 지적하는 행위, 이로 인해 특정 직원이 모욕감을 느꼈다면 '사회 통념상 상당하지 않은 행위'로 분류되는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 그로부터 2년이 조금 더 흐른 2022년 4월 26일 A씨는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SM벡셀 서울사무소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는 왜 수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걸까.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 'SM벡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들여다본다

〈SM벡셀 직장 내 괴롭힘 의혹②〉에서는 이번 사안 관련 주변인들의 엇갈린 진술과 구조적 문제에 대해 다룬다 ⓒ pixabay
〈SM벡셀 직장 내 괴롭힘 의혹②〉에서는 이번 사안 관련 주변인들의 엇갈린 진술과 구조적 문제에 대해 다룬다 ⓒ pixabay

 

"A씨는 평소에도 문제 많다고 평가된 직원"
"B임원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


SM벡셀 직장 내 괴롭힘 의혹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양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에 대한 객관성의 결여였다. A씨는 2020년 4월 10일 SM벡셀 서울사무소 회의실 녹취,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부당정직 판정, 적응장애 산업재해 인정 등 자료를 내세웠으나, 녹취를 제외한 나머지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걸 확실하게 증명할 순 없는 자료들이다. 부당징계, 산재 인정이 곧장 직장 내 괴롭힘 사실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사측 역시 그랬다. 지노위의 부당정직 판정,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 등 불리한 여건 속에서 SM벡셀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없다면서 이를 명확하게 입증할 만한 반박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비록 양측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객관성이 떨어지고, 개인의 주관과 이해당사자들의 압력 등이 작용하겠지만 그래도 주변인들의 진술이 필요했다.

사측도 이를 인지한듯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수십장의 진술서를 내밀었다. A씨와 함께 근무한 SM벡셀 서울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문서라며 본지에 건넨 진술서에는 A씨를 비판하는 내용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잦은 개인행동', '업무간 소통 부족', '표정·말투의 급격한 변화로 공포감 조성' 등 사측의 주장 그대로였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 '괴롭힘 분위기가 아니었다' 등 A씨의 주장에 반하는 진술도 존재했다. 해당 문서들이 작성된 시기는 SM벡셀이 A씨의 산재 신청 사실을 인지(2020년 12월 9일)하고, 산재 신청 취하·퇴사를 조건으로 B임원과 A씨간 면담(2020년 12월 22일)을 진행한 2020년 연말에 집중됐다. 사측은 "A씨는 상급자가 업무를 지시하면 자기 멋대로 시행하는 등 동료들과 불화가 잦았다. 또한 핸드폰을 보면서 딴짓을 하거나 상급자에게 달려드는 행위 등을 지속했으며, 동료간 공포감을 조성하고, 근무 중 사무실에서 콧노래를 부르는 등 사무실에서 해선 안 되는 행동들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직원들 진술서가 아니라 가해자와 조력자들의 진술서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맞섰다.

제3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고, 수소문 끝에 SM벡셀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한 직원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직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측이 제시한 A씨에 대한 직원들 진술서에 담긴 내용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내가 기억하는 A씨는 외국어에 능통해 SM벡셀이 추진하는 신사업에 기여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었고, 동료들과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할 말은 하는 성격이니까 위에선 불편했을 거다.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M벡셀 서울사무소의 고질적 문제라며 특정 인사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회사에서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임원이 B임원이다. 그에게 찍히면 퇴직해야 한다. 그래서 회사 나간 사람들 많다. 다른 직원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나도 그랬다. 어느날 상급자가 회의를 마치고 오더니 갑자기 내게 '너 곧 짤린다면서?'라고 했다. 'B임원에게 찍혔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어 "B임원은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마치 소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와 같다고 느꼈다"며 "위에서는 칭찬도 많이 받고, 본인 역시 윗사람들에게 충성을 다해 이쁨을 받지만 직원들에겐 그렇지 않다. 공포라고 규정할 순 없는데, 뭔가 묘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에게 맞서지 않아야 생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제대로 피력할 수 없으니 궁극적으로는 회사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괴롭힘 사실무근" SM그룹 정도경영실 보고서 주목해야 하는 이유 


사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비교적' 객관성을 가진 자료가 하나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한 SM그룹 정도경영실의 조사보고서다. 2021년 7월 A씨는 그룹 정도경영실에 SM벡셀의 직장 내 괴롭힘을 고발했다. 이에 SM그룹 정도경영실은 SM백셀 서울사무소, 구미 본사 등을 대상으로 수일간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사실무근,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없다고 봤다. 5페이지 내외로 작성된 해당 보고서를 살펴보면 SM그룹 정도경영실은 이번 사안이 오직 A씨의 '사회성 결여'에 따른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이와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직원 채용 과정에서 평판 조회 등 백그라운드 체크를 강화해야 하며, 권고사직 통보 시 조건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A씨가 주장하는 B임원의 공개 면박, 자리 이동, 보복성 인사 발령, 지속적인 퇴사 강요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

동 조사보고서를 주목해야 하는 건 이번 사안의 배경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걸 뒷받침하는 자료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SM그룹 정도경영실은 보고서를 통해 SM벡셀 서울사무소의 퇴사율이 35% 안팎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SM벡셀 측은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영업조직이 대부분으로 구성된 업체들이 갖는 공통된 한계"라고 설명했다. 반면, A씨는 상급자 횡포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A씨와 앞선 전(前)직원의 주장대로 특정 임원들로 인한 문제이든, 아니면 사측의 설명대로 영업직군의 한계이든, SM그룹 정도경영실은 이번 사안의 직간접적 원인 중 하나로 높은 퇴사율을 꼽은 셈이다.

A씨는 에스엠 그룹 정도경영실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결과를 제때 통보받지 못했으며, 관련 문서나 서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에스엠그룹 정도경영실 홈페이지 캡처 ⓒ 시사오늘
A씨는 에스엠 그룹 정도경영실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결과를 제때 통보받지 못했으며, 관련 문서나 서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에스엠그룹 정도경영실 홈페이지 캡처 ⓒ 시사오늘

'구조적 문제'는 SM그룹 정도경영실의 조사 후 절차에서도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현재 SM그룹 정도경영실은 고발·제보를 받아 조사를 실시할 경우 그 조사 결과를 고발자·제보자에게 투명하게 통보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SM벡셀 직장 내 괴롭힘 고발건 조사 결과에 대해 SM그룹 정도경영실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으며, 담당자에게 개인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조사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고 나서야 조사가 종결됐음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SM벡셀은 해당 조사 결과를 2021년 7월 22일에 통보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룹 차원의 조사 결과 통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A씨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SM그룹 정도경영실 담당자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직장 내 괴롭힘 같은 사안은 조사 결과가 나오면 사건 당사자한테 마땅히 그 결과를 소상히 알려주는 게 맞지 않느냐. 이 부분은 SM그룹 정도경영실에서도 공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담당자에게 조사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고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내 물었고, 2021년 8월 17일 답장을 받아 사건이 종결 처리됐음을 인지했다. 이에 대한 공식 문서나 서류가 있으면 달라고 요청했으나 담당자는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해가 가지 않았고, 좀 서운한 감정도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취재 과정에서 닿게 된 한 SM그룹 전(前) 직원은 "A씨의 주장이 모두 옳다고 가정하면 직장 내 괴롭힘도 그렇고, 정도경영실의 조사 후 절차도 그렇고, 그룹 본사나 다른 계열사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경험한 SM그룹은 절대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며 "지코와의 합병 후에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는데 이전에는 SM벡셀이 규모와 매출이 크지 않고, 지배구조 이슈에서도 벗어나 있어 그룹의 관심도가 다른 계열사 대비 낮은 편이었다. 아마 서울사무소의 일들을 그룹에서 제대로 파악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실 여부가 중요, 논점 흐려져선 안 돼"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직장 내 괴롭힘 여부라고 강조한다. 양측 주장과 근거, 주변인의 진술, 구조적 문제 등에 매몰돼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프레임'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검토해야 겠으나 A씨의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노위의 부당징계 판정과 산재 인정 등 유리한 정황이 많아 보인다"며 "이와 같은 사례에서는 회사나 상급자들이 프레임을 씌우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공론화가 이뤄지면 사측 등은 괴롭힌 사실이 없었다는 주장에서 나아가 무능력, 부적응, 저성과 등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음을 부각시키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여론 주목도를 낮춘다. 이는 피해자에 프레임을 씌우는 것으로, 사측의 전형적인 방어기제다. 이유 없는 괴롭힘과 따돌림이 있겠느냐는 식이다.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상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논점이 흐려져선 안 된다. 중요한 건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 여부"라고 말했다.

*〈SM벡셀 직장 내 괴롭힘 의혹③〉에서는 '기자수첩'을 통해 취재 후기를 전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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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경 2022-06-01 22:10:25
Sm그룹 회장 도 둘째부인이 낳은 자식 이 아들이라 본처가 낳은 딸들은 경영에서 밀려 훗날 치킨씬움 붇을 껌니다 전국 하자부실 기업 만들어 뜯어낸 돈 갇고 정치인 같다받치니 정부 일거리 장기간 거래 따고 국가 보조금 대량받고 사기 회장같다 본처속타는심정은 ?

꽁기 2022-05-19 07:05:48
흠 저기 근무 했었지만.. 저임원분은 공과사는 확실했음... 회사도 많이 성장 했고... 좀 객관적으로 봐야할거 같은 기사네요...

이정환 2022-05-18 07:47:55
저 임원 직원들 갈구는건 다반사고
자기랑 친한 특정거래처에만 제품 싸게줘서
그룹에 내부고발이 있었는데도 그냥 넘어갔음
보통회사라면 바로 짤렸을텐데
문제 많다는거지

김은지 2022-05-16 22:57:35
저도 SM그룹계열사 직원입니다 상사로부터 직장내괴롭힘당했지만 정도경영실이 어떤곳인지 아주잘알기때문에 고발조차못하고 참았습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같겠죠?ㅜㅜ

언론 너가사회적 괴롭힘이다 2022-05-11 10:25:13
박근홍 너가
언론의 사회적 괴롭힘의 당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