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人 구글·메타行’…삼성·SK ‘정년폐지’에도 인력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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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人 구글·메타行’…삼성·SK ‘정년폐지’에도 인력난 우려↑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2.05.11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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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5월부터 시니어 트랙…반도체 명장, 정년 퇴직 없다
SK하이닉스, '정년 없는 회사' 발표…퇴직자는 후배 양성 교수로
삼성·SK, 시니어 붙잡고 계약학과 늘리고…인력난에 물밑 전쟁
IT 인재들, 반도체 제조업 기피하고 소프트웨어 기업行…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국내 반도체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인력난에 직면하면서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사진은 대전 나노종합기술원 반도체 생산시설에서 인재 확보를 약속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국내 반도체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인력난에 직면하면서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사진은 대전 나노종합기술원 반도체 생산시설에서 인재 확보를 약속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국내 반도체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력난에 직면했다. 이에 정년 제도를 폐지해 시니어 직원들의 정년퇴직을 늦추고, 대학교와 연계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하는 등 다방면으로 애를 쓰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같은 인력난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장기적 대책을 수립해 우수 인재가 소프트웨어·인터넷 관련 전공으로 쏠리는 현상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반도체업계에서 매년 1000명 이상의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 '시니어 트랙'으로 정년퇴직 줄여…SK, 60세 지나도 계속 근무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인재들을 대상으로 정년을 폐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 이달부터 ‘시니어 트랙’ 제도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시니어 트랙은 전문성을 인정받은 시니어 직원들이 정년 이후에도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제도로, 최근 3년 성과 우수자와 삼성 최고 기술 전문가 ‘삼성 명장’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삼성 명장은 대부분 반도체 인력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기술 전문직을 대상으로 ‘삼성 명장’을 수여하고 있는데 △2019년 4명 중 1명(박상훈·홍성복) △2020년 3명 중 2명(배종용·이승권) △2021년 6명 중 3명(김현철·정용준·정호남) △2022년 8명 중 3명(이광호·홍진석·조용환)이 반도체 전문가다. 

SK하이닉스는 2020년부터 반도체 기술 전문가들이 60세가 지나도 계속 근무 가능한 환경(Honored Engineer·HE)을 조성 중이다. 퇴직자들이 사내 대학 ‘SKHU’에서 교수로 활동하면서 후배를 양성할 수 있는 제도도 신설했다. SK하이닉스의 엔지니어들은 정년 없이 실무자로 근무하거나, 사내 대학에서 후배들 교육에 참여하는 형태로 일할 수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훌륭한 기술 인재에겐 정년이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정년 폐지·학과 개설은 궁여지책…"인재 유출을 막아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학과 직접 계약해 학부생 인원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시스템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 LX세미콘,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DB하이텍 등 중견 기업들도 예전과 달리 대학 세미나를 적극 유치하는 등 인재 확보 전쟁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픽사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학과 직접 계약해 학부생 인원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시스템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 LX세미콘,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DB하이텍 등 중견 기업들도 예전과 달리 대학 세미나를 적극 유치하는 등 인재 확보 전쟁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픽사베이

양사의 정년 폐지 행보는 반도체 업계 내 인력난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업계에서는 매년 약 1500명의 신규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한 해 배출되는 반도체학과 학부생은 650여 명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오는 2031년까지 총 3만 명에 달하는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양사는 궁여지책으로 대학과 직접 계약해 학부생 인원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대학 졸업만 하면 바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취업할 수 있는 계약학과를 지속 신설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연세대·성균관대에 이어 최근 카이스트·포스텍(포항공과대)에도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했다. SK하이닉스도 고려대, 서강대에 이어 한양대에 관련 학과를 개설했다. 양사는 최근 서울대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것을 두고 각자 조건을 내세우며 구애 경쟁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시스템반도체 팹리스(설계) 업체인 LX세미콘,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DB하이텍 등 중견 기업들도 예전과 달리 대학 세미나를 적극 유치하는 등 인재 확보 전쟁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년폐지, 계약학과 신설 등이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젊은 이공계 인재들이 반도체 업계를 기피하고 구글·애플·메타(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로 향하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인력난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토시 쿠리네크 RIT(미국 로체스터공대) 교수는 최근 전자공학 전공 학생이 평균 50명에서 현재 10명까지 줄어든 현상을 두고 “이제 학생들은 구글 앱을 만들거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산업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보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려고 하는 시스템반도체 인력이 훨씬 부족한 상황”이라며 “구글이 아니더라도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 인재를 뺏기는 것은 MZ세대들이 원하는 IT 기업 특유의 자유로운 업무 환경과 복지 혜택 때문으로 판단된다. 젊은 인재가 원하는 복지 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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