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남북전쟁과 윤석열 정부 [역사로 보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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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의 남북전쟁과 윤석열 정부 [역사로 보는 정치]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2.05.15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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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통합 씨앗 될 수 있지만 망국 불씨 될 수 있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사진(좌) 링컨 미국 대통령 사진출처: 픽사베이사진(우) 윤석열 대통령 사진출처: 20대 대통령실
분열은 통합의 씨앗이 될 수도 있지만 망국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사진(좌) 링컨 미국 대통령 사진출처: 픽사베이/ 사진(우) 윤석열 대통령 사진출처: 20대 대통령실

분열은 통합의 씨앗이다. 미국 남북전쟁은 분열의 상징이다. 신생독립국 미국은 1830~ 1840년대 팽창시대를 구가했다. 멕시코와의 전쟁으로 뉴멕시코를 정복했고, 헐값으로 북부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를 양도받았다. 영토의 확장은 부와 인구의 폭증을 뜻한다. 미국이 아메리카의 신흥강자로 자리매김한 순간이다.

당시 미국 언론인 존 루이스 오설리번은 “우리가 말하는 ‘자명의 운명’이란 매년 증가하는 수백만의 새 인구가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신이 정해주신 축복이 대륙에 널리 멀리 퍼져나가는 것이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미국의 팽창은 서부개척사와 궤를 같이 한다. 대서양 변방에 불과했던 미국이 영토 확장에 성공하면서 서부개척시대를 열었다. 존 웨인과 찰스 브론슨으로 상징되는 강인한 미국 카우보이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신은 미국에게 새로운 시대 과제를 줬다. 산업혁명이다. 공업은 교통인프라가 생명줄이다. 원료와 제품수송을 위한 도로, 운하 건설이 활발해졌다. 노동력이 부족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수많은 이민자들이 몰렸다. 미국은 전 세계의 드림랜드가 됐다.

신은 냉정했다. 이번에는 미국에게 시련을 주기로 했다. 분열의 씨앗을 줬다. 남북전쟁이다. 농업을 중심으로 고상한 삶을 향유하던 남부인들은 산업혁명으로 졸부가 된 북부인들을 무시했다. 한 마디로 돈 좀 있다고 설쳐대는 꼴이 보기 싫었다. 북부인들도 땅 좀 가졌다고 건방을 떠는 남부인의 거만함이 눈에 거슬렸다.

남북의 갈등은 노예해방문제로 가열됐다. 북부는 노동력이 절대 부족해 남부의 흑인 노예 해방이 절실했다. 반면 남부는 흑인 노예가 농업생산의 최대 기반이다. 노예 해방은 곧 자멸을 의미했다. 남북의 대립이 가속화됐다. 

남북이 팽팽한 긴장 관계가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은 데는 세력 균형이 한몫했다. 노예제 찬성 주와 반대주가 각각 11개씩으로 균형을 유지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하나라도 건드리면 즉각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가 지속됐다. 아메리카 대륙은 이미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마침 노예해방론자 링컨이 1860년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남부의 인내심이 폭발했다. 링컨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연방 탈퇴와 함께 독립을 선언했다. 제퍼슨 데이비스가 남부연합의 대통령이 됐다. 독립 84년 만의 분열이다,

1861년 4월 12일 새벽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섬터 요새에서 포성이 울렸다. 4년간의 내전이 시작됐다. 남북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초반 우세를 유지하던 남부가 역전을 허용했다. 북부는 풍부한 공업력과 노예해방으로 자유인이 된 흑인들의 참전 등으로 힘을 얻었다. 마침내 북부는 게티즈버그 전투를 계기로 대세를 잡았다.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명연설을 남긴 바로 그 전투다.

마침내 내전 4년만인 1865년 4월 남부연합이 항복했다. 미국의 내전이 끝났지만 비극은 아직 안 끝났다. 종전 후 불과 11일 만에 링컨이 암살됐다. 존 부스라는 남부 지지자의 소행이었다. 남부인에게 패전은 곧 죽음이었고, 링컨은 불천지 원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미국인은 달랐다. 비록 내전으로 분열했지만 이제는 통합이 살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링컨이 남긴 “분열된 집안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유지를 받들어 적극적인 통합에 나섰다. 50여년이 지나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며 세계 최강국이 됐다. 분열을 통합으로 승화시킨 값진 결과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헌정 사상 최소 격차인 0.73%p 승자가 대권을 잡은 것이다. 그만큼 반대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대선기간 내내 전례 없는 대립과 갈등이 격화됐다. 자칫 분열로 나라가 두 동강 날 것 같았다.  

대한민국 정치의 후진성은 분열에 있다. 승자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반대파를 적으로 간주하고, 패자는 결과를 받아들이기 싫어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 직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무기로 인사청문회를 파행시키고 있다.

윤 대통령과 여당도 장관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정권초기부터 통합은 설 자리를 잃었다. 국민이 싸우지 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링컨이 괜히 “분열된 집안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고를 남겼겠는가싶다. 분열은 통합의 씨앗이 될 수도 있지만 망국의 불씨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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