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시대서 위축된 영남권 건설사들, 尹시대서 반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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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시대서 위축된 영남권 건설사들, 尹시대서 반등할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5.13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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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행보에 정무적 해석 지양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한동안 사세가 위축됐던 영남권 건설사들이 정권교체를 계기로 반등을 꾀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영호남 건설사들의 기세는 2017년 이후 극명하게 엇갈렸다. 호남 지역에 뿌리를 둔 업체들은 약진을 거듭하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모태가 영남 지역인 회사들은 침체의 늪에 빠져 하락세를 지속했다. 공교롭게도 2017년은 탄핵정국을 거쳐 문재인 정부가 출범, 호남을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한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으로 등극한 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업체별 사업·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반도건설의 매출은 2016년 1조9303억 원에서 2021년 8789억 원으로 반토막이 됐다. 이마저도 2020년 5798억 원까지 떨어졌다가 회복한 수준이다. 이는 일감 확보에 애를 먹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도건설의 수주잔고(건설형공사 계약잔액)는 2016년 1조3448억 원에서 2021년 9601억 원으로 40% 가량 감소했다. 신규택지를 따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은 결과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반도건설은 PK(부산·경남) 지역 대표 건설사로 통하는 건설사다.

부산에 본사를 둔 동원개발의 매출도 2016년 5343억 원에서 2021년 4174억 원으로 줄었다. 해당 업체의 경우 도급공사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해 2018~2020년 매출을 6000억 원대까지 끌어올렸으나, 반도건설과 마찬가지로 신규택지 확보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실제로 동원개발의 분양수익은 2016년 3662억 원에서 2021년 6억7875만 원으로 99.81% 급감했다.

TK(대구·경북) 지역 터줏대감인 화성산업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화성산업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매출이 2013년 3526억 원에서 2017년 5630억 원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8억 원에서 589억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실적이 조금씩 하락했고 2021년에는 매출 4222억 원, 영업이익 300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각각 33%, 96% 가량 줄어든 수치다. 해당 기간 동안 자체사업 미확보, 관급공사 입찰 제한, 경영권 분쟁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호남권 건설사들은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폭발적인 외형 확대를 이룬 것과 대조를 이룬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이 대표적이다. 호반건설은 대한전선, 서울신문, 전자신문, 한진칼 등 지분을 인수하며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9년 시공능력평가에선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을 누르고 10대 건설사에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중흥건설·중흥토건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우건설 인수를 올해 초 확정지었다. 이를 통해 중흥건설그룹의 재계 순위는 2021년 47위에서 2022년 20위로 급상승했다.

호반건설의 자산총액은 2017년 7조 원 수준에서 2022년 14조 원대로 2배 가량 증가했고, 같은 기간 중흥건설의 자산총액은 8조 원대에서 20조 원 수준으로 약 2.5배 늘었다. 이밖에 호남을 대표하는 또 다른 업체인 우미건설도 매출이 2016년 4372억 원에서 2021년 8723억 원으로 2배 가량 급증했다.

이는 해당 기간 동안 호남권 업체가 영남권 건설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규택지 확보에 수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의원이 지난해 LH한국주택공사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호반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은 2019년 7월부터 2021년 3월까지 LH가 공급한 공공택지 83개 중 30개를 낙찰받았다.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한 벌떼입찰 방식으로 낙찰 확률을 높인 결과라는 게 송 의원의 지적이다. 당시 송 의원은 "특정 건설사들이 자회사 등을 동원해 편법적으로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사례가 계속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세 업체의 경우 문재인 정권 출범 전에도 벌떼입찰로 많은 공공택지를 따내 정치권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영남을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한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배출해 정권교체를 이룬 만큼, 이번에는 영남권 업체들이 수혜를 입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지라시 같은 추측만은 아니다. 영남권 건설사들의 최근 기세가 실제로 좋기 때문이다.

반도건설은 2022년 들어 '대전 구암동 611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SK디앤디 에피소드 신촌2 임대주택 신축공사',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프라자Ⅱ 신축공사', 'KT에스테이트 원주관설동 KT부지 공동주택 개발사업', '부산 낙민동 공동주택 신축공사' 등 시공권을 연이어 확보하며 올해 1분기에만 신규수주 3054억 원을 올렸다. 동원개발도 연초 하자 아파트 논란으로 물의를 빚긴 했으나 '천안 성성 비스타동원' 등 대규모 사업장 실적이 본격 반영되고, '광주 중앙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가칭 광주 민간공원 태영 데시앙)이 본격 추진될 예정이어서 실적 반등을 이룰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화성산업 역시 최근 오너일가 형제간 계열분리 결정으로 경영권 분쟁 리스크가 소멸돼 기대감이 높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과도한 정무적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교롭다고만 보기에는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고, 주요 지방자치단체 수장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건설사의 흥망성쇠가 갈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 때 서희건설이 흥했고,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시절 대우건설이 쇠했다. 회사 기반이 어느 지역인지에 따라 갈린다기 보다는 줄을 잘 섰느냐에 달렸다고 본다"며 "공공사업 수주나 택지 입찰 과정에서 정치권 인맥이나 지역색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용할 순 있다. 하지만 아무리 관행이 만연한 건설업계라도 정치나 행정환경이 모든 걸 좌우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과거 참여정부와 커넥션이 있었던 반도건설은 문재인 정부 때 왜 실적이 악화됐겠느냐"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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