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파공사 사회적 갈등, 왜 서울 강남에선 드물까 [시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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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파공사 사회적 갈등, 왜 서울 강남에선 드물까 [시사텔링]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5.18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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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함양울산고속도로 함양~창녕 구간 제1공구 수동터널 현장에서 발생한 발파공사 진동·소음 피해로 물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시공사 등을 대상으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는 지역 주민들 ⓒ 뉴시스
함양울산고속도로 함양~창녕 구간 제1공구 수동터널 현장에서 발생한 발파공사 진동·소음 피해로 물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시공사 등을 대상으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는 지역 주민들 ⓒ 뉴시스

최근 거주지나 직장 인근 소음·진동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환경부의 '소음·진동 관리시책 시도별 추진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소음·진동 민원 수는 16만9679건으로, 전년보다 18.5% 증가했습니다. 이중 공사장에서 발생한 소음·진동에 대한 민원 수는 13만1345건, 전체의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 민원, 집단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또한 문재인 정부의 늦장 주택공급, 선거 전후 광역교통망 구축 공사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공사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례로 국토교통부의 건축착공 증감율(전년 대비)을 살펴보면 2017년 -11.2%, 2018년 -5.1%, 2019년 -9.5%로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다가 총선이 있던 2020년 12.8%, 정권 말기인 2021년 9.4%로 확대됐습니다.

이번 시사텔링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시도별 소음·진동 민원 통계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음·진동 민원이 제기된 지역이 서울(6만386건, 35.6%)로 집계된 건데요. 두 번째로 많은 곳도 수도권인 경기(3만7840건, 22.3%)로 나왔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거죠. 환경부 측은 "서울, 경기 등 대도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토지이용 밀도가 높아 소음원에 노출되는 인구가 많고, 재건축·택지개발 등 공사장 소음 등에 자주 노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처럼 소음·진동 민원이 많은 서울인데, 가장 강력한 소음과 진동을 유발하는 발파공사 소음·진동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서울 강남 일대에서 불거진 경우는 의외로 드뭅니다. 서울 구로구 항동지구 온수터널 공사 강행 사태,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A노선 터널 굴착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청담동 주민들의 반발, 관악구 일대에서 G건설이 시공하는 신림~봉천 터미널 건설공사 2공구 현장 인근 주민들의 발파 소음·진동 관련 집단민원 등 정도가 떠오르는데요. 6만 여 건에 이르는 소음·진동 민원 수를 감안하면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또한 몇몇을 제외하곤 진동과 소음, 분진 등에 따른 직접적인 물적·정신적 피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안전사고·대형 재난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갈등의 발단이 된 것으로도 보입니다.

하지만 서울 외 지역에서는 발파공사로 직접적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지자체나 시행사, 시공사 등을 상대로 들고 일어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가 '함양울산고속도로 함양~창녕 구간 제1공구 수동터널' 현장입니다. 수동터널공사피해해결비상대책위원회 등 해당 현장 일대 지역 주민들은 "발파로 인한 진동과 소음으로 가축들이 폐사하고, 주민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시공사인 S건설을 상대로 폭약 사용량 저감, 발파 시간 조정 등을 요청하는 대규모 집회를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여러 차례 실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S건설이 주민 요구를 수용하면서 갈등은 봉합됐지만 주민들은 준공 전까지 또다시 피해가 발생하면 언제든 다시 거리로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집니다.

소음·진동 민원이 수만 건에 달하는 서울은 이 같은 일이 드문데, 수천 건에 불과한 지방은 발파공사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흔한 배경이 뭘까요. 아무래도 공사 주체들이 여론의 눈치를 더 많이 보는 경향이 있을 겁니다. 도심 속 인구 밀집 지역에서 소음·진동을 유발하고, 자칫 대형 사고라도 내면 큰 물의를 빚을 수 있으니까요. 특히 고위공직자, 경제인들이 거주하는 강남에서 그랬다간 후폭풍이 상당하겠죠.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한 얘기입니다. 객관적인 근거가 없나 탐문하던 중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만한 흥미로운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함양경찰서가 함양울산고속도로 함양~창녕 구간 제1공구 수동터널 시공사인 S건설사에 건넨 화약류 사용허가증을 입수했다. 사용허가 조건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단촐하다 ⓒ 시사오늘
함양경찰서가 함양울산고속도로 함양~창녕 구간 제1공구 수동터널 시공사인 S건설사에 건넨 화약류 사용허가증을 입수했다. 사용허가 조건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단촐하다 ⓒ 시사오늘

우리나라는 발파공사 시 진동·소음에 대한 규정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실정인데, 이마저도 문제가 많습니다. 일례로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에서는 건설·생활 소음·진동의 규제기준을 규정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건설현장의 소음·진동의 규제기준은 75dB 안팎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현장에선 동법이 일종의 '면죄부'처럼 쓰입니다. 주민들이 피해를 입더라도 75dB 안팎만 넘지 않으면 문제가 없으니까요. 계측기를 좀 조작해서 이 수치에만 맞추면 되는 것이죠. 이 같은 소음·진동 관련 규정과 기준들은 전국 어느 현장에서나 대부분 통용됩니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역마다 다른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경찰서의 '화약류 사용허가 조건'입니다.

발파공사에 화약을 쓰기 위해선 해당 공사가 이뤄지는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으로부터 화약류 사용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총포ㆍ도검ㆍ화약류등의안전관리에관한법률 제18조에 '경찰서장은 화약류 사용의 목적ㆍ장소ㆍ일시ㆍ수량 또는 방법이 적당하지 아니하거나 공공의 안전유지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허가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기도 하고요. 경찰은 화약류 사용허가 시 신청인에게 여러 가지 조건을 붙입니다. 문제는 전국 각 경찰서별로 그 조건의 차이가 크다는 겁니다.

앞서 사례로 든 함양울산고속도로 함양~창녕 구간 제1공구 수동터널 현장의 시공사인 S건설사가 2021년 8월 화약류 사용허가를 받을 때 관할서인 함양경찰서에서 내준 화약류 사용허가증을 살펴봤습니다. 당시 함양경찰서는 화약류 사용허가 조건으로 △화약류 사용은 7시부터 22시 사이로 할 것 △관련 법령과 사용계획서에 의거해 안전하게 사용할 것 △민원 발생 시 즉시 중단 후 경찰서에 통보 △민원 완전 해결 시 발파 중단 △화약류 사용 후 잔량 반납 시 경찰관 확인 후 반납 조치 등을 명시했습니다. 큰 문제는 없어 보이나 참 간결한 느낌입니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B현장 건설업체에 내준 화약류 사용허가증상 사용조건 중 일부. 상대적으로 구체적이고, 조건 자체가 상당히 많다 ⓒ 시사오늘
서울 강남경찰서가 B현장 건설업체에 내준 화약류 사용허가증상 사용조건 중 일부. 상대적으로 구체적이고, 조건 자체가 상당히 많다 ⓒ 시사오늘

서울 강남경찰서의 화약류 사용허가증을 살펴봤습니다. 일단 사용조건만 A4 용지로 2페이지 분량이고 '①화약류 사용장소', '②운반 시 준수의무', '③안전관리' 등으로 세분화해 조건을 달았습니다. 눈에 띄는 것만 나열해 보면 △화약류 관련 서류 비치·기록 유지 △주말 발파금지·공휴일 불허 △관리보안책임자 책임 하에 계측 실시 △시험발파 시 다단발파 사용되지 않은 경우 본발파서 다단발파 금지 △지하수 용출 현장은 발파 시 비전기뇌관 사용 △상시 누설전류 측정기 사용 △취급보조원으로 외국인 고용 금지 △안전사고 방지 위해 발파 후 5분 경과 뒤 발파 △주변 위해 요소 사전제거 △타이어매트 1장이 덮을 수 있는 범위 내 연속발파만 허용 △운반 시 GPS 운영·차량모니터링·비상스위치 주기적 작동 확인 △도난·피탈 방지 위해 분사기 휴대 △운반표지 부착 △불발 화약류 유무 관리보안책임자가 직접 확인·점검 △도난·피탈 방지 위한 종사원 안전교육 실시 등 무척 구체적입니다. 상당히 비교가 됩니다.

각 지역마다 지반조건이나 지하수 유입 정도 등 환경이 각양각색이고, 현장별로도 환경영향, 공법 등이 상이한 만큼, 관할 경찰서의 화약류 사용허가 조건을 전국적으로 통일시키는 건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탁상행정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함양경찰서와 강남경찰서의 화약류 사용허가증을 보면 일부분은 획일화돼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발파공사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대형 인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말이죠.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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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바 2022-05-19 13:26:26
기사에서 폭약사용으로 인한 소음진동과 기타로 구분해서 다뤄주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 발파진동은 kine단위의 진동속도, 기타 진동은 dB(v) 단위의 진동가속도가 기준이 된다는 점도 좀 곁들여 설명하고 현장의 개판인 진동속도 측정 현실도 좀 곁들였더라면~~~~

어쩌라고 2022-05-18 14:47:19
먼저 75 데시벨은 말도 안되는 수치. 자동차 배기음도 그보다는 크다. 하물며 공사장 소리가 자동차보다 조용하라는 법안은 현실을 못따라가는 법안. 두번째,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GTX라던가 터널을 뚫으려면 발파공사가 필수적이다. 근데 시끄럽다고 민원? 땅값 오르는건 좋은데 공사장 소리는 싫다? 이 얼마나 이기적인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