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화두로 떠오른 ‘클라우드 기술 도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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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화두로 떠오른 ‘클라우드 기술 도입’… 왜?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05.19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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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사와 경쟁 심화에 新전략 필요성 대두
클라우드 데이터 활용 확장성·유연성에 주목
신한금융그룹, ‘신한 원 데이터 플랫폼’ 구축
KB국민은행, ‘리브 넥스트’에 신기술 先도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금융권과 빅테크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한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 등 일부 금융사들은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구축을 통해 빅테크의 금융사업 진출에 대응하고 있다. ⓒ시사오늘(그래픽 : 김유종 기자)

금융권에서 클라우드 기술 도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빅테크사와의 경쟁 심화 속 일부 금융사들은 단순한 내부업무를 넘어 데이터 관리와 뱅킹 등 핵심영역에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을 구축해 적극 활용해나가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신한금융그룹 빅데이터 플랫폼 ‘신한 원 데이터’, KB국민은행의 ‘리브 넥스트’가 있다.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중앙컴퓨터에 저장해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관련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용시 회사는 전산설비를 직접 구축하는 대신 전문업체로부터 IT자원을 필요한 만큼 탄력적으로 제공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별도의 전산설비 구축을 안 해도 돼서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자원이 고정돼 있는 물리적 서버와 달리 클라우드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자원 동원이 가능하다.

특히 흩어진 정보를 모아 한곳에 취합하기 쉽고 모인 정보들을 자유롭게 연계할 수 있어 데이터 가공 및 활용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다.

금융권이 이같은 클라우드 기술에 주목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고객 데이터를 취합하고 보다 용이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다. 둘째는 개발 단계에서 자원의 효율을 높이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유연성, 새로운 신기술을 자유롭게 도입하는 확장성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왜 빅데이터 플랫폼 만들었나?
빅테크사와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


신한금융은 지난 1년간 신한금융 데이터 플랫폼인 ‘신한 원 데이터’ 구축을 위해 AWS와 KPMG, LG CNS와 공동 작업을 추진해왔다.

신한카드 장재영 빅데이터 R&D 본부장은 최근 열린 ‘아마존 웹 서비스(AWS) 2022 써밋 코리아’에서 신한 원 데이터 구축과정 등을 업계 관계자들과 공유했다. 신한카드는 신한 원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주도적으로 진행해왔다.

장 본부장에 따르면 신한 원 데이터에는 신한금융 주요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라이프가 우선적으로 참여했으며 향후 참여 계열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장 본부장은 신한 원 데이터 플랫폼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확보한 거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카카오뱅크,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과 같이 기존 금융사의 사업영역으로 직·간접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금융사들은 이에 대응하고 디지털 전환(DT)으로 커진 불확실성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 고객과 회사, 사회와 회사 구성원을 보다 더 깊이 원점에서 바라봐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빅테크사와 경쟁 심화 속에서 신한금융 4개 계열사가 각 사업에 특화된 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고객 자산정보(신한은행), 고객 소비행태와 가맹점 정보(신한카드), 고객 투자 성향(신한금투), 고객의 미래에 대한 준비상황과 관점(신한라이프) 등 가치 있는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양적으로 데이터를 확대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성을 느낀 신한금융 계열사들은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 개발을 추진했다.

장 본부장은 “신한 원 데이터 플랫폼의 통합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을 입체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고객의 금융정보뿐만 아니라 금융 행동 패턴 및 선호 성향까지 파악이 가능해 고객의 라이프 스토리까지 추정 가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 원 데이터’를 통해 향후 △사회와 데이터 공유를 통한 공익 제고 △데이터 분석인력 양성 플랫폼 활용 △신한 원 데이터와 공공데이터간 제휴로 새로운 고객가치 창출 등을 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 클라우드 기반 ‘리브 넥스트’
개발단계서 비용부담 줄이고 확장성 제고


KB국민은행은 기존 뱅킹앱 ‘리브’를 개선해 지난해 10월 ‘리브 넥스트’를 선보였다. 기존 ‘리브’는 곧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리브 넥스트는 Z세대를 겨냥한 뱅킹앱으로 계좌나 신분증, 은행 방문이 없이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리브 넥스트’를 출시한 이유 역시 빅테크사와 경쟁 심화 때문이다.

기존 플랫폼 전략은 ‘기능에 따른 포지셔닝 전략’으로, 'KB스타뱅킹' 앱을 통한 풀뱅킹 지원, '리브'를 통한 간편 뱅킹 지원을 전략으로 내세웠었다.

하지만 빅테크와 핀테크들이 모두 종합금융플랫폼을 지향하는 환경에서 풀뱅킹 서비스의 영역이 생활 금융서비스로 확대되는 등 기능에 따른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리브’의 존재감이 약해지면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졌다.

국민은행은 리브의 대대적인 개편을 위한 ‘리브 리부트’ 프로젝트를 지난해 4월부터 추진, 지난해 10월 리브 넥스트를 선보였다.

리브 넥스트는 향후 디지털 금융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Z세대(10대)의 디지털 금융에 집중하기 위해 특화된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개발 과정에서 세워진 주요 목표는 △유연한 시스템 △Z세대 관점 서비스 △일하는 방식의 변화다.

유연한 시스템은 확장성 있고 변화 대응에 유연한 개발 환경 구축에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선택한 게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리브 넥스트 개발에는 KB금융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KB 원 클라우드’가 활용됐다.

KB 원 클라우드에 미리 구축된 표준화된 거버넌스 체계를 활용할 수 있어 이를 기반으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보안과 거버넌스에 관한 고민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금융사에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구축 시 가장 많이 고려해야하는 사항으로 금융규제 준수가 꼽힌다.

국민은행은 KB 원 클라우드를 통해 새롭게 추진하는 클라우드 프로젝트나 서비스를 수행할 때 금융규제나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리브 넥스트는 앞으로도 Z세대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제휴서비스들을 발굴해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에 구축된 장점을 살려 기존보다 빠르게 연계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은행 최종덕 팀장은 AWS 써밋 코리아 강연에서 클라우드의 가장 큰 강점으로 유연성을 꼽았다.

최 팀장은 “사실 프로젝트 초기에는 정확한 서비스 규모나 트래픽 규모가 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스펙으로 서버를 구축할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면서 “다행히 클라우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변화가 많이 발생하는 요건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비용이나 리소스 고민 없이 무난히 진행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은행은 앞으로 리브 넥스트에 AI, 메타버스 등 새로운 트렌드 접목을 통해 서비스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AI 부문은 이미 일부분 도입이 됐다. 국민은행은 SK텔레콤과 지난해 8월 ‘인공지능 누구 기반 AI뱅킹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 이후 올해 2월 ‘콜리와 대화’ 서비스를 리브 넥스트에 탑재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송금 잔액 조회 △날씨 감성대화 백과사전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을 빨리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클라우드 기반 구축 서비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개발 적용 과정에서 변화가 있더라도 클라우드라는 폭넓은 리소스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금융사 클라우드 규제 완화
기존 금융권-빅테크간 혁신 경쟁 기대


클라우드 관련해 금융사들은 도입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으로 금융당국 규제를 꼽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사들의 클라우드 기술 도입 수준은 주로 내부업무(메일, 메신저 등), 고객서비스(고객상담, 마케팅) 등 후선업무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 분석, 시스템 관리,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핵심업무에도 클라우드 활용도를 높여 나가는 추세를 보이면서 클라우드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졌다.

금융사의 클라우드 기술 적용은 핵심업무에도 가능하지만, 주로 후선업무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는 까다로운 규제 때문이다.

현행 규제에 따르면 금융사가 핵심업무에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면 △업무중요도 평가 △업무연속성 계획 수립 △안전성 확보조치 방안 수립 △업무위수탁기준 보완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loud Service Provider : 이하 ‘CSP’) 안전성 평가 수행 △정보보호위원회 심의‧의결 △클라우드 이용계약 후 금감원에 사전보고 등 7단계의 절차를 거쳐야한다. 비핵심업무라도 이와 유사한 단계의 절차가 필요하다. 일부 자율규제 사항이 있지만 후선업무에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말이다.

금융사에서는 불명확한 기준, 과도한 보고 절차 등으로 금융사들이 클라우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개선방향을 내놓았다. 먼저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 평가항목 가운데 중복 유사한 항목들을 없애 현행 141개에서 54개로 대폭 줄인다. 현재 금융사들이 각각 CSP 평가를 진행하는 것도 금융보안원 대표평가제 도입을 통해 통일된 기준을 마련한다.

금융사가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간소화시킬 예정이다. 현행 금감원 사전보고도 사후보고로 바꾼다.

금융당국은 올해 말까지 ‘금융분야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 이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관련 법 개정을 조속히 진행해 2023년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향후 클라우드 기술이 금융권 전반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빅테크사와 기존 금융권이 클라우드 기술 등을 활용해 향후 경쟁적으로 혁신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빅테크와 기존 금융권의 플랫폼간 경쟁이 이뤄지면 빅테크사와 금융사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차별화된 서비스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역시 (차별화된 서비스)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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