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보낸사람: NS홈쇼핑 경영진…“어이가 없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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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보낸사람: NS홈쇼핑 경영진…“어이가 없네” [기자수첩]
  • 손정은 기자
  • 승인 2022.05.26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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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NS홈쇼핑 CI
ⓒNS홈쇼핑 CI

"어이가 없네"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의 주인공인 유아인의 대사 중 하나다. 영화 속에서 안하무인 재벌 2세 역을 맡은 유아인은 "맷돌 손잡이가 뭔지 알아요? 어이라고 해요. 맷돌을 돌리다가 손잡이가 빠져, 그럼 일을 못하죠? 해야 할 일을 못하는 거야. 내가 지금 그래, 어이가 없네?"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베테랑〉은 누적 관객 수 13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했고, 특히 유아인의 대사는 유행어로 등극, 각종 패러디까지 나오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7년이 지난 지금 유아인의 명대사가 생각나게 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NS홈쇼핑이다.

최근 NS홈쇼핑 경영진은 임직원들에게 '비상경영 체제' 시행 공지 메일을 보냈다. NS쇼핑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537억 8213만 원, 영업손실 28억2362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또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838억 원, 영업손실 83억 원을 기록하며 창립 20주년에 창사 첫 적자를 낸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NS홈쇼핑 경영진이 보낸 메일은 '어이가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암담한 실적에 미래를 걱정한 윗선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2022년 목표 달성 의지를 위해 직원들이 마인드 셋으로 업무에 임해 주길 바란다"면서 임직원들에게 3가지를 주문했다. △모든 업무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 △내가 무엇을 먼저 도와줄지 생각해라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해라 등이다. 통상의 영업직군들처럼 정량 목표를 설정하고 보고하라는 지시까지 포함됐다.

문제는 해당 메일의 '받는사람'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최근 NS홈쇼핑의 실적 부진은 NS홈쇼핑 직원들의 탓이라고 보기 어렵다. NS홈쇼핑은 모그룹으로 인해 하림산업 등 자회사 부진을 항상 떠안았다. 심지어 그룹 숙원사업(부동산 개발)을 추진하는 하림산업을 기껏 본궤도에 올려놨더니 모그룹에서 하림산업을 가져가려고 지난 3월 22일 아예 NS홈쇼핑을 상장폐지시킨 후 하림지주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NS쇼핑은 2022년 1분기 '별도기준'으로 매출 1411억7086만 원, 영업이익 117억858만 원을 올렸다. 자회사 등 실적이 반영되는 연결기준으론 적자, NS홈쇼핑의 성과가 온전히 반영된 별도기준은 흑자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그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하림에서 다 빼먹고 남은 닭뼈만 먹는 NS홈쇼핑 직원들 탓만 한 셈이다. 메일을 읽은 NS홈쇼핑 임직원들 대부분이 아마 "어이가 없네"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경영진이 보낸 메일을 읽다 보니 또 다른 영화 명대사가 생각이 난다. 해당 메일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내 탓이오'라는 마음가짐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라고. "너나 잘하세요."

담당업무 : 백화점, 편의점, 홈쇼핑, 제약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매순간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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